'李 고향' 안동 표심은..."보수 유림도 지지" "아직은 보수 굳건"[르포]
국민의힘 단일화 파동엔 "있을 수 없는 일" 한목소리
"고향이라는 점을 떠나서 행정 경험과 정치 경험이 많다."
지난 11일 경북 안동의 구시장에서 만난 황모씨(73)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그는 국민의힘 당원 출신이다. 하지만 12·3 비상 계엄 사태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을 경험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이번 대선은 주요 정당 대선 후보 모두가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안동이 고향이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영천이 고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대구다.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TK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후보 고향 안동은 최대 관심 지역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7만1880표(67.84%), 이 후보는 3만870표(29.13%)를 얻었다. 민주당은 안동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켜 TK 득표율 30%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안동에서 만난 시민 10여명 중 절반이 넘는 이는 6·3대선에서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뽑을 거다" "계엄 때 보수 세력에 크게 실망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황씨는 "오죽하면 보수 중 보수인 유림들도 이재명을 지지하겠냐"고 반문했다. 지난 9일 안동 유림 50여 명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보수 지지층 기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일을 파는 박모씨(70대)는 다른 상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김문수가 똑똑하긴 하더라"며 보수 후보를 치켜세우더니 이내 자리를 옮겨 속내를 털어놨다. 박씨는 "시장에서 정치 이야기를 못 한다"면서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나는 이재명"이라고 속삭였다. 박씨는 "속으로는 이재명 지지하지만 입 밖으로 안 꺼내는 사람이 많다. 우리 언니가 80대인데도 이번에는 이재명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구시장에서 버스로 30분가량 이동하자 안동에서 청년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옥동이 나왔다. 주거지와 맛집이 밀집한 이곳에서 만난 신모씨(27)는 "굳이 계엄을 일으킨 당을 뽑아야 하냐"며 "이번 대선은 이미 끝난 승부"라고 진단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지만, 보수 텃밭이라는 특성 역시 무시하기는 어렵다. 37년째 생활잡화점을 운영하는 이종필씨(61)는 "그래도 안동은 아직까지 보수"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씨는 "이재명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감당할 거냐"며 "대법관을 탄핵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고 버럭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만둣가게 주인도 "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전과자는 결격 사유가 된다. 하물며 대통령령인데 어떻겠냐"며 이재명 후보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손 가득 만두를 사 들고 가게 나서던 한 손님은 "이재명이는요, 구속돼야 합니데이"라고 거들었다. 다만 그들도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전했다. "하룻밤 새, 후보를 바꿔치기 하는 건 야반에 주인 없는 데 가서 도둑질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경북 안동=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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