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하겠다는 이준석 후보, 헌법 수호 의지 있나

고기복 2025. 5. 13. 1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리쇼어링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유예 공약, 판례상 위헌·위법

[고기복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2호 공약으로 "중국 베트남 공장을 다시 대한민국으로"라는 구호와 함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내걸었다. 지난 4월 24일, 이준석 선거대책위원회는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신규 E-9-1 비자를 도입하고, 5~10년간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와 유사하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권리의 차별적 적용을 예고하고 있어,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위헌·위법 판결이 내려진 사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연수생 신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1993년에 도입되었던 산업연수생제도는 국내외에서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다 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2007년 전면 폐지되었다.

헌법재판소·대법원 판례 요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 차별적 외국인력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고기복
2007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2004헌마670)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에 대해 근로기준법 일부만 적용하는 노동부 예규(지침) 4조, 8조 1항, 17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산업연수생에게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 차별로 평등권 침해이기 때문에 "외국인 산업연수생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하게 그대로 적용된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이주노동자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한편, 대법원은 헌재에 앞서 2006년 11월 "해외투자기업 연수생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외국인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해외투자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고용한 노동자를 국내로 초청하여 일정 기간 연수를 빙자하여 실무를 하게 했던 해외투자기업연수생제도는 1991년 11월에 도입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력제도이다.

이준석 공약 속 위헌 요소

리쇼어링은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나 사업 기능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에서 인건비, 세금 등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생산과정의 일부를 해외로 이전했다가 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면 각종 세제 혜택, 자금 및 인력 지원,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이준석 선대위가 밝힌 것처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촉발한 무역 분쟁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우리 기업을 리쇼어링할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리쇼어링 공약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헌재와 대법 판결로 볼 때, 리쇼어링업체가 해외 현지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와 일할 경우, 5~10년간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위헌, 위법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헌재가 이미 "해투법인 노동자에게 차별적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자의적 차별·평등권 침해'"라고 판시한 바 있고, 이주노동자도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다면,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와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모르면 김문수에게라도 배워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2024년 8월, 고용노동부장관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헌법(평등권), 국제기준(ILO 제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당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정부 여당의 입장이 비등할 때였지만,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이 헌법적·법적 정당성이 부족함을 김문수 후보는 명확히 했었다.

더불어 최저임금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하는 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고 지역 간 임금 격차로 인한 낙인효과,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의 노동 이동성 심화 문제 등이 있어 신중한 검토 및 논의 선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최우선으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이준석 후보는 최저임금 유예 등의 차별을 말하기에 앞서 사회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본격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김문수 후보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이준석 후보의 리쇼어링 공약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함으로써, 과거 위헌 판결이 내려진 산업연수생 제도의 차별적 구조를 반복하자는 퇴행적 구호요, 극우적 선동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에 비춰볼 때, 이 공약은 명백히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이다. 대통령하겠다는 이준석 후보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묻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22대 대선 공약 살피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