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지역 폐기물 투기현장 알렸어도...결국 신고자가 치웠다
"여러차례 요청했으나"...신고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직접 수거
제주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 지대에 버려진 폐기물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제주시 당국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며 방치해온 일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해당 폐기물은 결국 신고자인 환경단체 회원들이 직접 나서 수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소재 곶자왈 지역에서 각종 폐기물이 투기돼 있는 것을 처음 확인한 시점은 지난 2월.


이 단체는 관할 읍사무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조속한 수거를 요청했다. 폐기물이 곶자왈 지역에 그대로 방치될 경우 지하수 오염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제때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폐기물 수거작업이 두석달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자, 결국 신고를 한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지난 11일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곶자왈 내 불법 폐기물 투기실태를 직접 확인하며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 한 시간여 만에 30개의 마대가 가득 차 정도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수거됐다.



수거작업에 나선 한 참가자는 "탐방로만 다닐 땐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숲 안은 쓰레기 더미였다니 너무 처참한 상황에 화가 난다"며서 "버린 사람 찾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도가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 하루라도 빨리 쓰레기를 치우고 환경 보전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곶자왈사람들은 이번 일과 관련해, "곶자왈 지역 내 불법 폐기물 투기는 단순히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다"며 "곶자왈 지역은 투수성이 높아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환경 오염에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닌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와 직결된 문제이다"며 "특히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제주고사리삼의 서식이 확인된 만큼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 "곶자왈 내 불법 폐기물 투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여전히 실효설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행정기관 역시 해당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언제 현장 조사를 나갈 수 있을지조차 확답하지 못하는 등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곶자왈은 단순한 숲이 아닌,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는 제주의 환경자산으로, 제주도는 제대로 된 곶자왈 보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기관으로써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행정기관의 관계자는 "신고를 받은 후 폐기물들이 버려져 있는 현장은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 투입만으로 지역 내 방치된 폐기물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면이 있고, (신고된) 순서대로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다소 지체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단체에서) 수거한 폐기물 마대는 조만간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생활폐기물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바로바로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많은 자생단체들이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늑장 대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환경단체 등의 시각이다.
지역 내 곶자왈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행정기관에서 지역내 봉사활동이 가능한 민간단체 등과 뜻을 모아 수거작업 진행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기간제 근로제 투입여건만 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곶자왈 지역 내 폐기물은 처리 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은 방관만 한 셈이 됐고, 제보를 한 시민들이 기다리다 못해 직접 수거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행정기관에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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