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동영상 속 '성명불상자'는 어떻게 탄생했나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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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수수,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이희훈 |
기(起) : 2013년, 그리고 2018년 5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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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인 검찰과거사위원회(아래 과거사위)를 향해 "부실 조사, 2차 피해"를 폭로하며 "조사팀 교체"를 요구했다. 피해자 A씨는 2018년 11월 9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외치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과거사위는 형식적인 조사를 진행해 저를 이 자리까지 나오게 만들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
| ⓒ 한국여성의전화 |
김학의 사건은 건설업자와 김학의 등 고위 검사간의 성상납 등 부패(제1문제)와 함께 이 과정에서 성상납의 도구가 된 피해 여성에 대한 성폭력(제2문제)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이 제1문제와 제2문제 모두 중요한 쟁점이었다. 실제 2013년 초기 김학의 사건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학의의 법무차관 낙마 후 당시 청와대의 수사팀 해체 등 고강도의 수사외압으로 수사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고, 강일구 경정 등 남은 수사팀이 제1문제 수사를 위하여 신청한 통신사실 조회 4회, 압수수색 영장 2회, 출국금지신청 2회 등이 검찰에 의하여 모조리 기각되면서 제1문제에 대한 수사는 한치도 진척되지 못하였다.
청와대에 이은 검찰의 수사뭉개기였다. 심지어 김학의가 경찰 소환에 불응한 후 신청한 체포영장마저 검찰은 기각했고, 결국 경찰은 김학의가 입원하고 있던 병원에 찾아가 신문을 했으나, 환자 침대에 누워 있던 김학의로부터 앵무새같은 진술거부의사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결국 당시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술만 청취할 수 있었고, 제1문제에 대해선 의미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김학의에 대해 제2문제(특수강간 혐의 등)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를 송치받은 검찰은 제1문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어야 했다. 당시엔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유지되고 있었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때였으므로, 경찰 수사에 대하여 검사가 전면적으로 재수사를 하여 경찰의 수사 결론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은 제1문제인 뇌물죄를 수사하기는커녕,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제2문제인 특수강간에 대해서도 피해 여성들에 대한 김학의의 성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김학의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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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의 사건 당시 논란이 됐던 동영상의 일부 |
| ⓒ 화면캡처 |
그런데 문제는 5팀이 이와 같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옹호하면서 당시 검찰수사가 별 문제없다는 식으로 결론지으려 했다는 점이다. 5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사건 재배당이 이뤄진 것이다.
승(承) : 김학의 사건의 재배당, 이로 인한 김학의의 자승자박
조사8팀이 새로 구성되어 재조사를 담당했다. 새로운 조사팀은 당연하게도 제1, 2문제 모두를 중심에 놓았다. 나아가 2013년 당시 경찰조사에서 제1문제가 은폐되고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자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김학의 사건을 바라보는 내외의 눈길이 더욱더 민감해졌다. 검찰 안팎의 여러 군데서 제1문제 및 2013년 제1문제 은폐를 조사하는데 대하여 매우 노골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학의 사건에 대하여 제1문제를 중심에 놓으면, 김학의는 단수가 아니다. 윤중천이 김학의에게만 별장 성접대를 했겠는가? 실제 당시 법조 고위층과 유력 인사 중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또 다른 '김학의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 신빙성은 별론으로 하고 '윤석열이 별장에 온 것도 같다'라는 윤중천의 진술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2013년과 같이 검찰이 제2문제로만 수사를 하면, 사건의 등장인물은 간단했다. 피해 여성들에 대한 강압이 있었는지만 밝히면 되는 일이므로 또 다른 김학의들이 이 사건에 등장할 일은 없었다.
검찰이 문제의 동영상 속 남자의 신원을 '성명불상자'로 처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제1문제, 즉 성상납에 의한 뇌물이라는 부패 문제로 접근하면 또 다른 김학의들은 당연한 주인공급 등장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또 다른 김학의들은 진상조사단 재조사의 후폭풍이 자신들에게 미칠까봐 전전긍긍해 했다. 우리 사회의 형사사법절차가 제대로 작동되었더라면, 윤중천 별장에 드나들어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법조인 등 권력층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했어야 했다.
한편 2013년 뇌물죄 수사를 뭉갠 경위를 수사한다고 하니 제 발 저린 사람들이 선제공격을 하고 나섰다.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가 그랬다. 그는 나와 이규원 검사의 연수원 동기 인연 등을 어찌 알았는지 이를 문제삼아 이규원 검사가 이광철의 배후 지시를 받아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과거사를 진행한다는 마타도어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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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수수,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이희훈 |
그러나 김학의 사건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뒤 검찰의 반격과 보복의 반전이 있었다. 김학의 사건은 이 반전의 국면으로 더욱더 드라마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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