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이미지? 'YS 성대모사' 유세까지 한다[대선 인사이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온화한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변신 전략 중 두드러진 건 의상이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부터 줄곧 니트 패션을 즐겨 입고 있다. 12일간 진행했던 ‘경청투어’에서도 이 후보는 회색과 베이지색 니트 카디건에 면바지 차림을 고수했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한 만큼,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은 덜 부각하는 모습이었다. 12일 출정식에서도 이 후보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운동화를 신었다.
이 후보는 정장 차림에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후보 의상을 담당한 업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곡선미를 강조한 어깨라인과 채도가 높은 색으로 정장을 제작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 쓰던 네모난 안경도 동그란 안경으로 바꾸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다소 강한 캐릭터였다. 소년공에서 시작한 정치 아웃사이더, 거칠지만 ‘사이다 발언’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최근 변모의 배경에는 “대선이 유리한 상황에서 ‘국민 모두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친명 의원)이라는 평가가 있다.
유세 중 나오는 농담에서도 이미지 변신은 묻어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경남 유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 어록을 언급하면서 “정치는 말이야,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져”라는 YS 성대모사를 했다. 7일 전북 유세에서는 한 지지자가 홍삼 즙을 건네자 “이거 받으면 또 재판 가야 해요, 이거는 아마 징역 5년”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 하트도 수시로 발사 중이다.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만들어진 악마화 이미지가 강해 유쾌한 모습을 잘 드러내면 좋겠다고 주변에선 지속해서 조언한다”고 했다.
이 후보 측근들은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를 통해 일제히 이 후보의 소탈함을 설파 중이다. 12일 처음 방송한 ‘이재명 덕질 함께해요’라는 콘텐트에선 이 후보 수행비서관 출신인 모경종 의원이 나와 이 후보가 길고양이를 만지거나,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리얼 이재명스명스한 상황”이라고 부연하면서다. 모 의원은 이 후보가 우산을 든 모습을 공개하며 “후보님이 우산을 씌워드리겠다고 해도 진짜 안 쓰세요. 나 혼자 쓴다고 도망가세요”라며 “얼마나 소탈한 모습이에요”라고 말했다.
138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재명 TV’는 이 후보의 무대 뒤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정치인 최초 골드버튼 언박싱’ ‘비하인드 잼-3년 만에 프로필 촬영하던 날’ 등에선 정치인이 아닌 ‘유튜버 이재명’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쇼츠(Shorts) 대표 사진은 이 후보가 웃거나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으로 꾸몄다. 재명을 줄인 ‘잼’이라는 별명을 붙여 “홍준표 귀엽다는 잼” “OX 퀴즈 했잼” 등 짧게 소비할 수 있는 영상도 만들었다.
대통령 후보 공식 광고에서도 과거 ‘사이다 이재명’을 지웠다. 강한 모습을 제거하고 ‘월-금 재명’이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 매일매일 다가가는 친근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통화에서 “이 후보가 1964년생으로 생각보다 젊은데, 정치를 오래 해 나이가 많다고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다”며 “정책적 성과를 낸 행정가로서는 모두 알고 있으니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데 이번에는 집중했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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