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해상풍력단지 사업자 공모 앞두고 '고시 개정'...왜?
완화하더라도, 실측자료 보유 노르웨이 국영기업 단독참여 가능성
시민사회단체 "추자도 풍력사업, 특정기업 특혜이자 ‘매풍(賣風)’" 비판

제주도 섬 속의 섬인 추자도 해상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공주도2.0 풍력개발' 절차에 따른 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관련 고시 내용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기업을 위한 맞춤형 공모로 전락될 수 있다는 불공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 고시'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고시 개정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풍력자원 계측자료의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한 '입지 적정성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현행 고시에서 제주도는 '공정·상생 풍력자원 개발 평가지표'를 통해 사업자를 평가하도록 돼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평가 항목에는 계측자료의 유효 범위, 수집 기간(1년 이상), 설치 및 운영계획의 적정성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사업자가 1년 이상 실측된 풍황 자료를 보유하거나, 제주에너지공사가 이를 확보해야 응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고시를 기준으로 공모가 진행될 경우 추자도 해상풍력사업에 응모 가능한 기업은 사업 의향서를 제출한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Equinor) 뿐이다. 자칫 특정 기업을 위한 공모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제주도는 고시 개정을 통해 실측 풍황 자료뿐만 아니라 위성 자료로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시가 개정되더라도 추가적인 참여 기업이 있을지는 극히 미지수다.
오히려 고시개정을 통해 공공풍력 개발사업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추자도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녹색당, 제주여민회 등 2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풍력고시 개정 시도는 특정기업 특혜이자 '매풍(賣風)'이다"라며 "제주도는 고시 개정 시도 중단하고 공공주도 원칙을 지켜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는 불공정 논란을 의식해 고시 개정을 통해 풍황 실측자료 대신 위성자료를 허용하려 하고 있다"며 "위성자료 허용을 통해 사업자 참여 범위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에퀴노르가 독점적으로 실측자료를 보유한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이다"고 강조했다.
또 "위성자료는 입지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이지만 사업의 경제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위성자료는 고도별 풍속, 터빈 높이 반영, 연간 바람 변동 등 주요 변수의 정확성이 떨어지며, 풍력터빈의 사양 결정, 전력 생산량 산출, 이익 추정 등 핵심 의사결정 요소를 뒷받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실측자료가 있어야 터빈의 높이와 용량을 설정하고, 바람의 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전력 생산량과 이익 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면서 "현행 고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기준을 정한 것인데 제주도는 이런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결국 공모를 어떻게든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이런 내용으로 고시를 변경해가면서 무리하게 공모를 추진한다면 도민사회에 환원될 이익 공유도 줄어든다"며 "풍황 실측자료는 단순한 입지 자료가 아니라, 사업성과 경제성은 물론 공공성과 공익성까지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도는 고시를 바꾸며 이 기본적인 구조 자체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위성자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참여 자격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실측자료가 없는 사업자는 공모 참여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특정 기업을 위한 단독공모나 다름없으며 우리는 이를 특혜라고 부른다"며 "3GW라는 초대형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렇게 불공정하게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는 왜 3GW 규모의 해상풍력이 필요한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3GW는 에퀴노르가 초기에 제안했던 사업 규모와 정확히 일치하는데, 제주도가 에퀴노르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난 시점은 우선사업 지역으로 추자도 해역이 지정되기 불과 두 달 전으로, 이 모든 사실에 대해 제주도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의문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그렇게 강조해온 '공공성'과 '도민 이익'은 어디로 갔는가"라며 "'공정한 경쟁'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바람 자원을 왜 도지사 멋대로 특정 기업에 넘기려 하는가"라고 힐난했다.
이어 "외국계 자본이라 할지라도, 사업의 공공성 확보와 도민 복리증진을 위한 이익 공유 구조는 강력히 설계되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공공주도 2.0 풍력개발 계획'의 핵심인데, 지금 제주도정은 그 모든 최소한의 장치마저 고시 변경으로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국영기업에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바람 자원을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팔아넘기는 '매풍(賣風)' 행정이 아니다"는 일침까지 가했다.
한편, 추자도 해상풍력은 제주에서 역대 최대인 3GW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환경성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노르웨이 에퀴노르코리아는 총 19조원을 투자해 추자도를 중심으로 동.서 해상 2곳에서 각각 1.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15MW급 풍력발전기 200개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이 발전기의 높이는 약 286m 수준으로, 과거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으로 유명한 63빌딩(249m) 보다 높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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