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아닙니다"
[임용현]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부터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적인 자금 흐름이 경색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있어서다. 법정관리체제에 돌입한 홈플러스 측은 6월 12일까지 기업회생을 위한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 타개를 내세운 사측의 인력감축, 점포매각 등 구조조정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14일, MBK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의 D타워 앞에서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MBK가 책임져라' 마트산업노조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서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안수용 지부장의 삭발식이 거행됐다. 안 지부장은 "MBK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알짜 매장을 처분하는 등 자본회수에만 몰두했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자본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회생계획 제출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노동조합도 MBK의 '먹튀행각'을 막아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MBK 본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마트노동자들은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등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안수용 지부장으로부터 들었다.
10년간 지속돼 온 사모펀드의 투기행각
전국 126개 매장을 거느린 굴지의 대형마트 체인이 갑작스레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속내는 무얼까. 사측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의 위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MBK가 2015년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보유한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취득할 때부터 문제는 시작됐다는 것이다.
"처음 인수할 때부터 MBK가 홈플러스 이름으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어요. 이렇게 인수 과정에서 떠안은 빚만 5조 원이 넘었거든요. 그러니까 이자비용만 해도 엄청날 거 아니에요? 이걸 갚기 위해서 그동안 자산 매각을 계속해서 진행해 왔고, 특히나 가장 큰 문제가 세일앤드리스백(Sale&Leaseback; 점포를 매각 후 다시 빌려 영업하는 방식)이라고 해서 자산으로 잡혀 있던 매장(점포)을 하나하나 팔아치워서 빚을 갚는 데 써버린 거예요."
자기가 보유한 돈은 적게 쓰면서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MBK는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부터 남달랐다. 인수와 동시에 홈플러스가 떠안은 막대한 빚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이 빚을 갚느라고 MBK는 주요 점포를 팔아치우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홈플러스 인수 당시 142개였던 점포 수는 현재 126개(직영 60곳+임대 66곳)로 16군데나 줄어들었다. 신규 개장한 점포는 2016년 이후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구조조정 이후 더 많이 아프고 다쳤다
지난 10년간 MBK는 투자는커녕 자산 정리를 통한 투자금 회수에 골몰해 왔다. 이렇듯 먹튀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MBK이지만,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 소비자 이동 촉진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1]을 경영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오히려 정부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얼마 전에는 최근 3년간 대형마트업계 취업자 수는 감소했는데 산업재해자 수는 증가했다는 통계 분석결과도 공개됐다.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인원만큼 신규채용에 나서지 않은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경우 2023년 한 해 동안 276건의 산재발생을 기록해 대형마트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안수용 지부장은 홈플러스가 2020년부터 도입한 '통합부서제'를 산재 빈발의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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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4. ‘홈플러스 기업회생 MBK가 책임져라’ 결의대회에서 삭발 후 발언에 나선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의 모습 |
| ⓒ 서비스연맹 |
중년여성의 평균적인 근력이나 신장, 그밖에 특성들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작업환경 역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수시로 위협하는 요소다. 일례로 진열대와 통행로를 설계할 때도 마트 자본은 노동자와 고객의 안전보다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데 더욱 골몰한다. 노동자를 위한 공간은 소홀히 취급되지만, 상품을 위한 공간은 정밀한 분석과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다.
앞서 언급했던 대형마트 산업재해를 유형별로 살펴보았더니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많았다. 2023년 기준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넘어짐(178건), 부딪힘(80건), 불균형(53건) 순으로 조사됐다.
"적재해 놓은 물건을 내려야 하는데 이 작업을 2인 1조로 안전하게 하는 게 아니고, 혼자서 시간에 쫓겨서 하다 보면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서 갈비뼈나 손가락이 삐끗하는 사고도 아주 흔하죠."
홈플러스를 다시 노동자와 시민의 품으로
인력감축과 매장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에만 혈안이 된 사모펀드의 행위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고 이제 현금으로 물건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매장에 물건들도 점차적으로 납품이 되지 않는 그런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농심 제품이 예전에는 100여 개 정도 납품됐다면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들어온다거나, 그런 어려움들이 이제 진열대가 비어 가는 상황으로, 눈으로 직접 확인되니까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가중될 수밖에 없죠."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는 지난 10년간 MBK의 손에서 철저히 착취당하며 망가져 왔다"며 기업회생이라는 미명하에 전체 10만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투기자본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시금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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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4. 홈플러스지부 확대간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MBK를 향해 규탄의 함성을 보내고 있다. |
| ⓒ 마트산업노조 |
[1] '먹튀 논란' 김병주 MBK 회장, 홈플러스 인수 10년만 드러난 민낯... "국회 현안질의에는 불출석", <오피니언뉴스>, 2025.03.2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의 필자인 임용현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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