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치, 실패를 허락하는 배움터가 중요하다"
[김지오 기자]
김동재(23)는 청소년 자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누구보다 깊은 이해와 실천적 경험을 가진 전문가이다. 그는 인천고등학교 학생자치네트워크 1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서부 대표를 역임했고, 이후 인천의 청소년자치배움터인 은하수학교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길잡이 교사로 활약하며 청소년 자치 교육의 실질적 모델을 구축해왔다.
또한, 2023년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자와 전국 청소년 자치 배움터 연합 콘퍼런스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24년에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자성 토론회'에서 시민 패널로 활약했다. 김동재는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자율적 책임을 배우고, 민주적 참여를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현장에서 목격해온 이 시대의 청소년 자치 선도자다.
지난 10일, 인천광역시 중구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김동재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김동재와 함께 청소년 자치의 현재 동향과 문제점, 그리고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마련되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움터와 기존 학교 내 학생 자치 활동의 차이점, 자치 배움터의 운영적 한계, 그리고 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그가 가진 청소년 자치에 대한 진정성과 비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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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수' 자치행사에 참여한 김동재 |
| ⓒ 김지오 |
"언제나 뜻을 정의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자치의 본질은 주권과 책임이다. 국가 단위의 자치를 보통 정치라고 부른다. 그리고 정치는 주권, 즉 주인이 되는 권한 하에서 일어난다. 지역 사회이든 학생 사회이든 자치는 자신의 권리의 행사다. 청소년 자치와 정치의 차이는 책임능력에 있다. 성인은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그리고 명예에 있어 책임을 진다. 그러나 청소년은 관련한 경험이나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고,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온전히 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발전을 위한 실패가 허락되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한편 학생 자치에도 여러 단위가 있다. 독립 자치회, 학교 학생회, 청소년 배움터 등이 있다. 독립 자치회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청소년 스스로 결사한 조직이다. 이들은 독립된 존재로 학생 사회 문제나 사회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의 성격을 가진다. 학교 학생회는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교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치활동이다. 학생회, 학년회, 학급회, 동아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어진 환경에 대한 결정을 한다. 자판기 설치, 우산 대여, 복합기 운영, 학생에 관한 학칙 개정 의결 및 요구 등을 한다. 그러나 학생 집단의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한다. 자치 배움터는 앞서 설명한 두 단위의 중간점에 있다. 모든 결정이 청소년의 손을 거친다. 활동 계획, 규칙, 심지어는 운영과 예산까지 기관 행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청소년의 숙의가 들어간다."
- 학생들의 정치 및 시민 사회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청소년도 한 명의 시민이다. 각자가 옳고 그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당면한 문제에 목소리 낼 수 있다. 경쟁적 입시제도에 대한 문제를, 부주의한 자동차 문제를, 미래세대 환경이나 경제 부담 등을 말할 수 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길로 갈 수 없다. 청소년도 대한의 주권자다. 다만 그 표현 방식이 아직 미숙할 수 있다. 성찰하는 법, 표현하는 법, 숙의하는 법, 토론하는 법, 참여하는 법 같은 역량이 자라나도록 지원하는 게 길잡이 교사의 주된 일이다."
- 학교 외부의 자치 배움터가 가지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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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자치회에서 '은하수 한해살이 성장나눔회' 회의 중 칠판 |
| ⓒ 김지오 |
"'은하수학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많은 자치 배움터가 겪고 있는 문제다. 은하수학교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직속기관인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속 자치학교 팀의 사업으로 존재한다. 자치가 각광받는 지금은 영원할 것 같지만, 관심이 사그라들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교육감이 바뀌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청소년이 쌓는 커다란 탑에 한 걸음 발 올리고 있지만 세상이 변하면 언제든 쓸려나갈 수 있다. 안정과 존속은 모든 자치 배움터가 해결해야 할 숙명이다."
- 학생 자치 배움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치 배움터 조례가 필요하다. 법률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치 배움터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어떤 사람이 만들 수 있는가, 누가 활동할 수 있는가 등 조건 갖추는 것부터 시작이다. 예산 지원이나 인프라 구축은 존속을 보장받은 다음에야 논할 만한 것이다."
- 학생들이 자치 배움터에서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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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청소년자치배움터 '은하수'의 자치행사 '은하수 중간성장나눔회' |
| ⓒ 김지오 |
"프로젝트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청소년이 로켓을 만들든, 프로그램을 만들든, 춤을 추든, 빵을 만들든, 여행을 가든, 그 어떤 무엇을 하든지 자치 배움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청소년을 민주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함이다. 자치는 숙의와 결정, 책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소년 대다수는 이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민주적 의사결정과 숙의 과정을 몸에 익게 해야 한다. 효과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사전교육에 이론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프로젝트 활동에서는 약간의 갈등을 허락할 용기가 필요하다. 안전한 공간 속에 불편을 초대하는 것이다. 청소년은 갈등을 통해 실천적으로 배우고 그 결과 책임에 직면할 줄 아는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 청소년 자치 배움터 네트워크를 구성해 여러 학교나 지역 배움터를 연결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2년 전 여름 '제1회 전국 청소년 자치 배움터 연합(아래 '전청자연')'이 있었다. 전국에 있는 자치 배움터가 모두 모여 서로 어떤 기관인지 파악하고 겪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 이전까지는 우리만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함께 연대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연결의 최대 장점은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다. 비슷한 자치배움터라도 각자가 추진하는 사업이나 어려움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에 자치 배움터가 겪는 어려움에 자치배움터를 지원하는 법률의 부존재를 말했던 것도 실은 존립 위기에 놓인 자치 배움터의 사례를 듣고 이야기한 것이다. 서울시 구로에 있는 오류중학교에는 '다가치학교'가 있다. 다가치학교는 방학 중에도 작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영감을 받아 은하수학교에 적용하기도 했다. 교류는 연대와 발전으로 이어진다. 자치배움터들이 적어도 지역단위의 연합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 자치 배움터간의 연대와 상호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내 경우는 운영방식이나 사례를 공유하며 서로의 차이점과 공유할 만한 문제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위로받은 일도 많고, 개선할 점을 찾은 일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옳은 방법으로 정하고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고 공유할 내용은 더욱이 다를 것 같다. 그러니 연대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 방법은 참고만 하고 함께 숙고했으면 좋겠다."
-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치 배움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자치 배움터가 청소년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형성된 권위를 지워야 한다. 청소년의 관점에서 어른은 권위를 가진 존재다. 또 길잡이 교사는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청소년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작인 것 같다. 또 우리는 행위의 옳음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기에, 청소년이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몸소 느끼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줄로 안다."
- 청소년들이 마음껏 실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에는
전제가 하나 붙는데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다. 넘어지고 무릎이 좀 까지고 아파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안전한 환경이다. 은하수 학교 내부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위로 중 하나이고 말의 본질은 실패해도 괜찮으니 겁먹지 말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마음껏 도전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대한 신뢰와 결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신뢰란 청소년이 시도하는 일이라면 하게 두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할 행동은 막아야 한다. 요지는 내 개인 생각으로는 안 될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시도하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성찰은 청소년이 지는 책임이다. 앞선 도전이 성공했다면 왜 성공하였는지, 왜 실패하였는지 청소년이 직접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천을 되새기는 과정이 있을 때 성공과 실패 모두 성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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