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별신굿, 부산 남는다… 포항과 ‘국가유산전쟁’ 일단락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동해안별신굿을 두고 벌인 ‘문화유산 전쟁’에서 부산시가 포항시에 판정승을 거뒀다. 열악한 전수 공간 등 문제로 동해안별신굿 보존회가 포항 이전을 검토하자, 부산시가 급히 지원책을 마련해 붙들면서다. 부산시는 전수 공간을 포함해 교육 활성화 등을 돕기로 보존회에 약속했다.
‘셋방살이’ 국가유산, 왜 이전 검토했나
12일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부산시, 포항시의 말을 종합하면 보존회는 지난해 말부터 부산에 있는 사무실을 포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동해안별신굿은 부산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어촌 마을의 풍어ㆍ안녕을 기원하는 민간 신앙 의례다. 신내림과는 무관하게 세습 무녀에 의해 거행되는 것으로 1970년대 정부 ‘미신 타파 운동’ 때도 전통 의례로 인정받아 명맥을 이었다. 보존 및 계승 필요성이 인정돼 1985년 2월엔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보존회 사무실은 부산 기장군에 있다. 무형 유산인 동해안별신굿 의례를 체화한 무녀ㆍ악사 예능 보유자(김영희)와 보유자를 돕는 전승 교육사(김동연ㆍ정연락) 등이 풍어제 의뢰를 받고 전수ㆍ교육 활동을 벌이는 본거지가 부산이란 의미다.
하지만 국가 무형유산 지정 후 수십년째 보존회는 25평(82.6㎥) 남짓한 월세 공간 등을 전수교육관으로 활용하며 전전했다. 보존회의 주 수익원은 굿판인데, 어촌계마다 큰 굿을 청하는 건 2, 3년 주기인 데다 어촌계 자체가 쇠락하며 그마저 규모가 작아진 점 등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포항시가 ‘무형유산 전수교육관 건립 타당성 용역’을 벌여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궁시장ㆍ침선장ㆍ흥해농요) 전승 교육관을 짓고, 이 공간에 동해안별신굿 보존회를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99억원을 들여 3, 4년에 걸쳐 교육관을 짓는 방안”이라며 “포항은 동해안별신굿의 발생지이자 초대 보유자의 고향이다. 보존회가 더 좋은 여건의 전수 공간을 찾는 것으로 알아 이전을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전수공간ㆍ교육 전폭 지원”
하지만 동해안별신굿 보존회는 지난달 말 임시총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포항으로 이전하지 않고 부산에 남기로 의결했다. 이전 검토 사실을 안 부산시와 기장군 등 지자체가 곧장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접촉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가 보유한 공간을 임시 전수교육관으로 우선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비를 따내 기장군에 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의 교육ㆍ운영에 연간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시 관계자는 “국가 무형유산이 지역을 떠나는 건 부산시로서도 큰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해안별신굿을 시민과 더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락(동해안별신굿 악사 전승 교육사) 보존회 사무처장은 부산 잔류 결정에 대해 “특히 부산시가 마련을 약속한 교육ㆍ공연 활성화 방안이 주효했다”며 “동해안별신굿의 여러 제의를 무대에서 재연하는 형태의 공연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들께도 동해안별신굿 전수와 공연에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덕수 일정에 '국힘후보 촬영'…김문수, 이때부터 '이 인물' 의심 [대선 비하인드] | 중앙일보
- 허벅지 피멍 가득한 여고생…분노한 이준석, 그때 朴이 왔다 [대선주자 탐구] | 중앙일보
- "오십견? 파킨슨이었다" 척추 명의가 무시한 이상 징후 | 중앙일보
- '동탄 미시룩' 선정적 피규어에 발칵…"법적 제지 어렵다" 왜 | 중앙일보
- "구준엽 갈수록 야위어"…고 서희원 떠나보낸 뒤 근황 깜짝 | 중앙일보
- 목욕하는 여성 보며 술마신다…일본 발칵 뒤집은 'VIP 코스' | 중앙일보
- 병원 간 25개월 아기 금목걸이 분실…CCTV 보니, 10초 만에 '쓱' | 중앙일보
- 한국인 여성에 "더러운 창녀 꺼져"…프랑스 인종차별 논란 커지자 | 중앙일보
- 김문수만 믿고 김문수만 때리다 8일만에 끝난 ‘정치인 한덕수’ | 중앙일보
- [단독]러 수리 맡긴 40억 산불헬기 엔진, 통째 날릴 뻔한 사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