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는 거름으로도 못쓴다"…밀레이, 달러로 총선승리 노려?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장롱 속 달러’를 세무조사 위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이번 주 발표한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페르필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미신고 달러 자산은 장롱 속 달러라는 한국식 표현과 비슷하게 ‘침대 매트리스 밑 달러’라고 부른다. 1946년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 집권 이후 군부 독재기(1976~1983년)를 제외하고 좌파 포퓰리즘에 지배당한 아르헨티나는 현금성 복지에 취해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파탄 났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부동산처럼 고액 거래에는 법정화폐인 페소 대신 달러를 사용했다. 또 이런 달러를 은행 대신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숨겨 저축하다 보니 ‘침대 매트리스 밑 달러’란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런 미신고 달러 자산 추산액은 2712억 달러(약 379조6257억원)에 달한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는 침대 매트리스 속 달러를 신고할 경우 과세하지 않겠다며 양성화를 시도했으나, 바로 약속을 어기고 세금을 부과해버려 정책 신뢰만 잃고 만성적인 달러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없었다.

2023년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극약 처방을 선언했다. 밀레이는 대통령 후보 시절 “페소는 아르헨티나 정치인이 만든 통화이기 때문에 배설물보다도 못하다. 그런 쓰레기는 거름으로도 못 쓴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을 폐쇄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며 통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통화를 달러로 대체할 경우 중앙은행의 무제한 돈 풀기가 불가능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체 통화 기반을 달러로 전환하려면 “300억 달러(약42조114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WSJ)으로 추산된다. 외환보유액이 마이너스인 아르헨티나의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현실화가 어려운 정책이란 얘기다.
밀레이 대통령 역시 취임 후엔 급격하게 달러로 페소화를 대체하는 대신 온건한 수준의 달러 양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은닉 달러에 대해 세금 감면을 시행해 시중의 달러를 은행으로 흡수했고, 이번 주 중 발표가 예고된 정책 역시 이런 달러 양성화 정책의 하나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실질적인 경기부양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달러 양성화와 환율 인하, 물가 안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카푸토 경제장관 역시 “침대 밑 달러가 수면으로 올라와 부동산, 자동차, 전자기기 등의 구매에 사용되면 내수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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