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방어기지, 공산성의 비밀
조선은 읍성의 나라였다. 어지간한 고을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읍성이 있었다. 하지만 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대부분 훼철되어 사라져 버렸다. 읍성은 조상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그 안에서 행정과 군사, 문화와 예술이 펼쳐졌으며 백성은 삶을 이어갔다. 지방 고유문화가 꽃을 피웠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해지고 있다. 현존하는 읍성을 찾아 우리 도시의 시원을 되짚어 보고, 각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해 보고자 한다. <기자말>
[이영천 기자]
이 고갯마루에선 한여름 바람마저도 살을 에듯 날카롭다.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세우려던 한 사내와 수십만 민중의 꿈이 여기서 꺾여서이다. 사내와 그들이 끝내 넘지 못한 우금티다. 그 후 맞닥뜨릴 통탄의 역사를 예비했을까? 1894년 겨울은 처절하고도 모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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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금티 우금티를 관통하는 터널 위에서 공주시내 쪽으로 바라 본 모습. |
| ⓒ 이영천 |
산에 갇힌 도시가 한줄기로 뻗었다. 도로와 물길이 나란하다. 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금강을 향해 함께 흐르고 달린다. 골짝마다 집과 건물이 오밀조밀하다. 좁은 공간이 높은 건물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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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 시가지 공산성에서 바라 본 공주 시가지. 멀리 우금티 쪽으로 감영 뒷산인 봉황산이 보인다. |
| ⓒ 이영천 |
교육도시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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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1872년지방지도_부분) 성곽 없는 충청감영 도시 공주의 19세기 후반 모습. 동향의 선화당을 중심으로 각 관청이 흩어져 있다. 우금티를 넘는 길이 주요 가로였다. |
| ⓒ 서울대학교_규장각_한국학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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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정사 공주사대부고 앞 옛 자리에 복원된 포정사. 앞이 감영길이다. |
| ⓒ 이영천 |
'객사' 자리는 1906년 설립된 중동초등학교가 차지했으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감찰사 김가진의 도움을 받아 1898년 11월 심기섭이 신학문을 통한 교육 입국 이념으로 설립한 학교를 1906년 공립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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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 독립운동기념관 영명학교 교문 역할을 겸하는 공주 독립운동기념관. |
| ⓒ 공주시청 |
옛 지도에 공산성 남문 아래 홍살문이 뚜렷하다. 조선 말기까지 이 산성을 어찌 취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500년간 천혜의 방어기지였던 셈이다.
임시 도읍
한강 하류 오두(관미)산성이 무너지자, 한성백제가 쇠약해진다. 북한산성과 아차산성을 잇는 보루형 방어선도 힘을 쓰지 못한다. 475년 겨울 7일 밤낮 동안 위례성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백제는 장수왕 말굽 아래 굴복하고 만다. 개로왕은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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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성 천혜의 방어성이다. 성곽과 북문인 공북루가 보이고 그 옆의 마을로 보아 1990년 이전 모습이다. 사진에서 산성 위로 보이는 논이 지금은 시가지로 변했다. |
| ⓒ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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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성(1872년지방지도_부분) 남문 앞 홍살문이 이채롭다. 영은사와 공북루, 쌍수정이 무척 크게 그려져 있다. 이들 건축물을 중요시 했음을 보여 준다. |
| ⓒ 서울대학교_규장각_한국학연구원 |
공산성
천혜의 지형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품이 한껏 넓어진 곳에, 길쭉한 반달 모양의 공산이 찰싹 들러붙었다. 동-남-서로 빙 둘러 쉬이 오를 수 없는 급경사다. 북쪽으로 열린 분지는 능선을 따라 성곽 앉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남문으로 향한다. 위급에 처하면 이 길로 충청감영이 피신했을 터이다. 어딘 건 홍살문은 흔적도 없다. 짧은 호흡에 숨이 차오르고, 진남루가 의젓하다. 낮은 양 계곡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 바로 인접해 왕궁이니, 방어의 제1 관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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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하루와 연지 산성의 항구 역할은 물론 해자와 우물로 기능했다고 추정한다.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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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북루와 민가 터 북문인 공북루와 1990년대까지 마을이 있었던 편평한 터.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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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서루와 서벽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와 서벽. 사진에서 금서루 위쪽 높은 자리에 공산정의 모습이 보인다. |
| ⓒ 이영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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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수정연지 왕궁터로 추정하는 곳 남쪽에 있는 둥근 우물이다. 뒤로 언덕 위에 쌍수정이 보인다. |
| ⓒ 이영천 |
멀리 서쪽으로 송산리 고분군이 석양의 긴 걸음으로 늘어서 있다. 저 공간은 죽은 자들의 세계다. 산 자들의 터전인 해 돋는 산성을 마주한다. 생과 사는 한 흐름이다. 송산리에 무령왕을 모신 아들 성왕이, 곰나루에서 웅진과 작별한다. 대제국을 꿈꾸며 사비로 간다. 한적한 곰나루가 싱겁다. 그럼에도 나루에서 시인 신동엽을 만나고, 여적지 세상 뒤엎을 꿈을 꾸고 있는 그의 분신 신하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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