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왜? [ESG 세상]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기자말>
[안치용 영화평론가, 전소은, 장효은, 이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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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니안. |
| ⓒ UNPLASH |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상과학(SF)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드 브라운은 영화에서 미래의 자동차 기술과 청정에너지를 언급한다. 시즌 1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했고, 시즌 2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은 미래 에너지 기술을 암시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플랫폼 구버(Goover)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이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혁신이 이끌었다고 지적했다.[2]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23년 5004억 8000만 달러에서 2032년 1조 8910억 8000만 달러로 성장한다.[3]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시장조사업체 로모션 등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해 2024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710만대. 전세계 자동차 판매대수(약 8900만 대)의 19.2%로, 2022년(14%), 2023년(18%)에 이어 비중이 커지고 있다. 판매대수는 2021년 110%, 2022년 60%, 2023년 31%, 2024년 25%로 매해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4][5]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68만 4244대다.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018년 3만 1183대에서 2019년 3만 5074대(증가율 12.5%), 2020년 4만 6718대(33.3%), 2021년 10만 439대(1150%), 2022년 16만 4519대(63.8%), 2023년 16만 2625대(-1.2%), 2024년 14만 47대(-13.9%) 등으로 2023년 들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6] 동시에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판매가 늘면서 친환경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도 하락하는 추세이다.[7]
스웨덴, 영국에 이어 독일이 2023년 말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종료했다.[8]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유럽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쳐, 유럽에서 전체 판매량이 3% 감소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 2024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40%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북미 9%, 기타 지역 27% 시장이 성장했다.[9]
일각에서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가 최근 정체 혹은 둔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100%를 넘었던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22년부터 꺾여 전기차 시장 성장이 조정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다. 각국의 구매 보조금 축소에다, 충전 인프라 구축 지연,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 여건 악화, 내연기관차 대비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 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10][11] 전기차 산업이 초기의 급격한 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구조적·정책적 한계와 시장 포화, 소비자 부담 증가 등으로 이제 성장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는 전환기에 진입한 것일까.[12]
캐즘
전기차 산업이 '캐즘'(Chasm)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13] 캐즘이란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가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14]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의미하는 캐즘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과정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15] 자동차, 특히 전기차 산업은 시장 포화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체가 발생했기 때문에 더 큰 대중 시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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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 자동차 충전. |
| ⓒ 픽사베이 |
2024년 한국환경공단의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전기차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공용 충전소가 부족해서 불편을 겪은 적이 있었다. 전기차를 구매한 동기로는 가장 많은 27.5%가 보조금 지원을 꼽았고 이어 환경보호 20.8%, 저렴한 연료비 20.7%, 소비 트렌드 부응 12.9%, 차량 성능 7.7% 순이었다. 전기차 사용 시 불편 사항으로는 여전히 충전(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충전 관련 어려움은 충전시설 부족 38.6%, 충전질서 부족 21.2%, 기기 고장 14.3%, 충전 속도 9.2%, 충전 비용 8.7% 순이었다. 특히 공용 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44.9%에 달했다. 실제로 충전소 부족으로 불편을 경험했다는 답변은 53.8%였고, 지역별로는 대전(66.0%), 경북(64.9%), 광주(63.4%), 경남(62.1%), 세종(60.0%) 순으로 불편 비율이 높았다.[19]
높은 초기 비용 또한 전기차 캐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4년 미국에서 3만 7000 달러 이하 전기차는 전체 모델의 3%에 불과했고, 금리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은 내연기관 대비 여전히 높았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 자동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긴 하다. 전기 자동차 원가의 30~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핵심이다. 이어 차체 생산 및 차량 조립 비용 저감, 인건비 절감을 위한 로봇 도입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20]
보조금 없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프라이스 패리티에 도달하면, 전기차 대중화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24년 순수전기차용(BEV) 배터리 팩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kWh 이하인 평균 97달러/kWh로 하락했다. 여기엔 배터리셀뿐 아니라 케이블, 전자 부품, 하우징을 포함한 전체 팩의 가격이 반영됐다. 업계에선 100달러 선을 전기차와 내연차 가격이 동등해지는 지표로 간주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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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튬 이온 배터리를 차체에 결합한 모습 |
| ⓒ FREEPIK |
화재 문제
전기차 화재는 소비자 사이에서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72건이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3736건의 화재가 발생해 31명이 사망하고 137명이 부상했다.[23] 1만대당 화재 건수는 2023년 기준 일반차 1.86건, 전기차 1.32건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오히려 비(非)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지만,[24] 최근 여러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25]
대응으로 르노 그룹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파이어맨 액세스(Fireman Access)'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기존 몇 시간에서 몇 분 내에 진압할 수 있게 돕는다.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 케이스에 부착된 접착식 디스크로, 정상 사용 시에는 효과적으로 밀봉되어 있다가 화재 발생 시 소방 호스의 수압에 의해 디스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물이 배터리 셀에 직접 닿게 된다.[26]
그렇게 되면 '열폭주'(thermal runaway)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기존 방법보다 약 10분의 1의 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환경적인 장점이 있다. 르노 그룹은 이 기술을 개방형 라이선스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모든 르노, 다치아, 알핀, 모빌라이즈 브랜드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27]
위기를 기회로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손두일 교수는 "전기차 시장에서 발생한 캐즘은 배터리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결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재 대응 등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성능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기에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라며 "전기차의 캐즘은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의 전망은 밝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 박 연구원 역시 2027년부터 2030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다시 가파른 성장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산철(LFP) 배터리의 채택 확대를 통해 전기차 원가가 낮아지고, 충전 규격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충전에 대한 소비자 불편과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배출 규제 강화, 도시 내 저공해 구역(LEZ) 확대, 전기택시 및 전기밴 도입 의무화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 법인차 수요가 증가하여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신차 출시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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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의 최초 전기자동차 로드스타 |
| ⓒ UNPLASH |
또한 중국 CATL이 지난 4월에 공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상용화하면 리튬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다. 나트륨은 가격이 리튬의 10분의 1 수준이고 리튬에 비해 접근성이 421배 더 높아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화재 위험이 낮은 데다 기존 리튬 이온전지와 달리, 저온에서도 출력이 좋은 게 장점이다.[31] 초급속 충전과 관련한 실험들이 성공한 사례들도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전기차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고 결국 2030년대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현 상황에서 전기차로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5월 12일 자동차의 날을 맞아 캐즘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전기차 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국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시점이다.[32] 전기차는 다가온 미래이기 때문이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소은·장효은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 [1] "Robert Zemeckis, 1989, Back to the Future Part II." [2] "Goover Research, '2024 Global Automotive Industry Outlook,' December 2024, [3] "Electric Vehicle Market - Growth, Trends, and Forecasts (2023-2028)," Fortune Business Insights, 2024 [4] (jan.25.2025) Over 17 million EVs sold in 2024 -Record Year , Rho Motion. [5] IEA , Global EV Outlook 2024 [6]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25.1.22). 자동차 누적등록대수 26,298천대. [7] (2025.1.) 전기차 도입: 가속화되는가, 아니면 둔화되는가?, PWC. [8]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2024). 독일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과 국내 영향. 곽병근. [9] (jan.25.2025) Over 17 million EVs sold in 2024 - Record Year , Rho Motion. [10] (2025.1.) 전기차 도입: 가속화되는가, 아니면 둔화되는가?, PWC. [11] 권은경, (2025.1.16) 2024년 자동차 산업 평가 및 2025년 전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12] (2024.11.04).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한국자동차 연구원 [13] Almarshad, F., & Asad, M. (2023). Electric vehicle diffusion in emerging economies: Insights from the case of Kuwait. World Electric Vehicle Journal, 14(2), 45. [14] "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첨단 기술 제품의 수용과 시장 단절의 의미,' 2024, [15]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요·공급 전망 보고서," SNE Research, 2024 [16] "KATECH, '모빌리티 인사이트 12월호 (Vol.34),' 2024 [17] "디지털 제품, 캐즘을 넘어라," LG Business Research, 2004, [18] "전기차 시장의 현재와 문제점 분석 및 대응 현황," Goover, 2024.8, [19] 고은지,(2024.5.26.) 전기차 이용자 54% "충전소 부족으로 불편 겪었다", 연합뉴스 [20] "KATECH, '모빌리티 인사이트 12월호 (Vol.34),' 2024 [21] 김윤희.(2024.12.30) 내연차보다 싼 전기차, 美·유럽서도 나올까, ZD NET Korea [22] PwC 삼일회계법인. Next in Auto 2025. PwC 삼일회계법인, 2025. [23] 박용필, (2024.4.11.) 전기차는 과연 불이 자주 날까?···그렇지는 않지만···, 경향신문 [24] 박성수, (2024.8.31.), "전기차 화재 오해는 풀어야"···포비아 진압 나선 車업계, 시사저널e [25] 한국거래소(KRX), "2024년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 화재사고 현황," 2024년 12월 2일 [26] Renault Opens Innovative 'Fireman Access' Design Open to All EV Makers," Electrifying.com, [27] Renault Opens Innovative 'Fireman Access' Design Open to All EV Makers," Electrifying.com, [28] 김선웅, (2025.2.25.) 1회 충전으로 1000km! 벤츠,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최초 공개, 모터그래프 [29] 정현정, (2025.3.18.) 삼성SDI, 울산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추진, 전자신문 [30] (2025.4.7.) 리튬메탈 배터리 시장규모, 2035년까지 최대 470억 달러까지 확대 전망, SNE Research. [31] 정진용, (2025.5.4.), 중국 CATL, 나트륨 배터리 양산 선언… 리튬 위협하는 '기술 공습', 이투데이 [32] Michelle Lewis, (Apr.14.2025), Global EV sales jump 40% in March despite tariff turmoil, Elect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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