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이태석 ② "포항에서 증명이 먼저" 국가대표 풀백이 해외 진출에 보인 겸손 그리고 자신감

김희준 기자 2025. 5. 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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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1년 전만 해도 이태석이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백으로 월드컵 예선을 소화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연히 이태석이 장차 국가대표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많았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에는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 더 강했다.


이태석은 환경을 바꿔 선수 경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여름 포항스틸러스로 이적했고, 풀백과 윙어를 오가며 재능을 점차 발현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코리아컵 우승을 거머쥐는 등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올해에는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백까지 차지했다. 이태석은 '이을용의 아들'을 넘어(①편) 이태석 본인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죠" 위기를 지나자 찾아온 우승


지난여름 이태석은 마음고생을 했다. FC서울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울산HD 이적을 추진했으나 트레이드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최종 결렬됐다. 이태석은 이적 실패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다행히 포항의 강현무와 트레이드 계약이 성사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당시 기억은 이태석에게 좋지 않은 일로 남았다.


"서울에서 전 시즌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지난 시즌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다 보니까 마음이 어수선했어요. 포항에 오기 전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죠. 그렇지만 그 덕에 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 다 경험이죠."


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이태석은 다행히 포항에서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포지션은 풀백과 윙어를 오갔지만 주전 멤버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정교한 왼발 킥을 보유한 이태석은 포항 공수 양면에 큰 도움을 줬다. 이태석도 코리아컵 우승으로 포항 이적 후 반년 만에 선수 경력 첫 주요 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니 '윈-윈'이라 할 만하다.


"이적설 이후 제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원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게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수비를 하면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공격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부분들이나 어떻게 하면 수비수들이 불편하고 까다로워할지 연구를 많이 했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행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선수들이 경력을 마무리할 때까지 우승컵을 못 들어올리는 경우가 진짜 많다고 들었거든요.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듣기만 해도 너무 기쁜데 결승에서 뛰었고 눈앞에서 우승을 만끽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이태석(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 예상치 못했던 국가대표 발탁과 주전 등극


이태석은 코리아컵에 입을 맞추기 보름 전 A매치 쿠웨이트전에 후반 19분 이명재를 대신해 교체로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맛봤다. 故 김찬기-김석원 부자,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부자 국가대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태석은 "처음 발탁됐을 때 많이 놀랐죠"라며 당시 기쁨을 되돌아봤다.


올해 3월 A매치 2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선 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이태석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오만전과 요르단전에 연달아 레프트백 주전으로 출전했다. 비록 대표팀은 두 경기 모두 1-1로 비기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태석의 발견은 모두가 인정하는 3월 A매치 대표팀의 가장 큰 소득이었다.


"선발로 나서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나태해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대표팀에서 제 최대치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갔지 경기 출장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가서 선발 출장까지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큰 경기를 하면서 주눅 들지 않고 제 색깔을 내려고 노력했던 게 경기에서도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하면서 좋은 모습도 보여드렸죠. 더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기 중 선수들과 소통을 들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대표팀 안에 녹아들고 융화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상대적으로 자원이 곤궁한 레프트백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만큼 향후에도 이태석이 대표팀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최근 1년 대표팀 주전 풀백이 된 이명재가 버밍엄시티에서 서서히 기회를 얻고 있고, 3월에 함께 발탁된 조현택도 K리그에서 꾸준히 준수한 경기력을 보이는 만큼 이태석도 국가대표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국가대표로 뛰었다고 목표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매번 소집되는 게 당연히 목표고요. A매치 때마다 소집되기 위해서는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고 팀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열심히 해서 제가 경기에 꾸준히 나가 목표에 다다를 수 있게 잘해야 합니다."


이태석(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 해외 진출에 앞서 '포항에서 증명'이 먼저다


이태석이 꿈꾸는 다음 단계는 해외 진출이다. 예전보다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고, 유럽 중소 리그나 유럽 주요 국가의 하위 리그부터 출발하는 것도 방법으로 여겨진다. 풀백으로서는 설영우가 세르비아 리그 최강팀인 츠르베나즈베즈다로, 이명재가 잉글랜드 리그1(3부)의 버밍엄시티로 이적해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대표팀에 다녀온 이후 이태석은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3월 A매치 명단 발표일을 기준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해외파는 무려 19명이었다. 유럽파로만 추려도 13명. 당연히 다른 선수들에게도 해외파의 무게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을 가면 해외에 대한 욕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대표팀에 소집이 되면 K리거가 많이 없거든요. 그걸 보면서 이제는 대표팀을 고를 때 해외파라는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이태석은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포항에서 꾸준히 활약한 결과 대표팀 주전으로 도약했듯 포항과 대표팀을 오가며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해외 진출의 꿈도 이루리라는 믿음이다. 현재 위치에서 섣불리 앞서가지 않으려는 겸손인 동시에 언젠가 해외 진출이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올 거라는 자신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선수로서 해외에 나가는 게 꿈이고요. 그런데 제가 포항에 있기 때문에 포항에서 증명을 하고 뭔가 보여드리는 게 순서죠. 앞에 있는 걸 먼저 생각해야 미래도 찾아온다고 생각해서 포항에서 활약이 우선입니다."


"빨리 해외에 가면 좋겠지만 급하지 않으려고요. 선수에게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 시즌 포항에서 꾸준하게 매 경기 나가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저희가 전년도에 코리아컵 우승을 했기 때문에 올해도 코리아컵을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리그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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