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는 이제 패션 아이템! 미우미우, 프라다, 디올에서 찾은 앞치마 패션
“앞치마는 여성의 절망, 열정 그리고 사랑의 상징이에요.”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처럼 에이프런은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다. 가정과 노동, 보호와 섬세함, 엄마 즉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응축한 상징이다. 어릴 적 기억을 꺼내보자. 저녁이 가까워지면 엄마는 앞치마를 입었다. 무언가 대단한 일이 시작된다는 예고처럼 느껴졌고 그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근사했다. 과장을 보태면 만화에서 주인공이 변신하기 전에 옷이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앞치마는 단지 옷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어떤 태도나 마음가짐을 느끼게 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이자 애정이고, 사랑의 다른 형태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식탁 앞에서 혹은 기억 속 엄마의 뒷모습에서 그 상징을 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프라다 2024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에이프런 스커트를 보며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얇은 슬립 스커트 위에 울 소재의 스커트를 레이어드해 반전 매력을 준 그 룩 말이다. 단순히 겹쳐 입은 것이 아니다. ‘엄마’를 상징하는 에이프런과 소녀 감성의 리본&플로럴 디테일의 만남. 상반된 두 이미지를 동시에 소환해 관능과 보호,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여성성을 은유했다. 실제로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 컬렉션을 두고 “이것은 여성들의 역사예요”라며, 여성에 한정된 과거의 복식을 재해석하는 것은 기존 관습에서 해방시키는 행위이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앞치마는 모성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화가, 요리사, 의료인, 정원사 등 여성이 이룰 수 있는 모든 직업을 내포하는 작업복이기도 하다.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전쟁터를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살렸고, 최근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의 셰프들은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했다. 그 순간마다 앞치마가 함께 했다. 뜨거운 찌개 국물로부터 몸을 지켜주고, 얼룩을 막기 위해 존재했던 가장 겸손한 의복. 그 형태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앞치마는 늘 노동과 함께하며 보호막이 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복이 됐다. ‘여성’이 응당 해야 할 일을 기대하는 복장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갑옷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프라다뿐만이 아니다. 에르메스는 말안장에서 영감받은 에이프런으로 여성의 일과 품위를 동시에 드러냈고, 시몬 로샤는 셔링과 튤을 활용해 앞치마를 ‘소녀적 욕망’으로 승화시키며 돌봄과 보호의 상징을 섬세한 장식으로 변형했다. 꾸레쥬는 또 어떤가. 앞치마를 두른 모던한 ‘쿨 걸’의 등장이라니! 그런가 하면 앤드뮐미스터는 레더와 라텍스 소재로 관능적인 면을 드러내는 등 예시는 수없이 많다. 이처럼 앞치마는 전원적이거나 소박한 매력을 더하기도, 동시에 어두운 욕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다양한 매력 때문일까? 런웨이는 물론 레드 카펫과 리얼웨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꼼 데 가르송처럼 화이트 셔츠나 데님 팬츠에 매치하면 클래식한 무드를, 가죽이나 스웨이드 소재를 택하면 보다 고급스럽고 포멀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피터 도처럼 이너 톱을 생략하고 백리스 드레스처럼 활용해도 좋다. ‘앞치마=작업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스타일링 상상력은 무한히 확장될 테니. 그럼에도 앞치마는 언제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리넨 앞치마에 물기를 닦는 손, 고요한 칼질, 나를 보살피던 뒷모습까지. 그 모습은 낭만도 희생도 아닌 그 시절 ‘진짜 여성’의 삶이었다. 앞치마는 이제 슈퍼히어로의 망토가 돼 엄마를 자유롭게 한다. 여자를 부엌에 가두는 존재가 아니라 직업으로서, 스타일로서 여성이 세상을 마음껏 누리게 해준다. 그러니 부엌 밖에서도 자유롭게 둘러매자. 마침 팬츠와 스커트를 레이어드하는 스타일이 트렌드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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