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짜리 월세방, 2000원짜리 밥, 500원짜리 음료
직장에서 성과 내기에 몰두하는 동안 원형탈모를 얻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잃었지만 평소 꿈꿔왔던 세계여행에서는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으려나요. 2025년 4월 23일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여행기 '탈모 뒤 세계여행'을 씁니다. <기자말>
[이민우 기자]
인도네시아 도착 후 자취방을 찾아 나섰다.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달 살기로는 발리가 유명하다. 이른바 '신들의 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유명한 관광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이곳의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의 모습으로 지내고 싶어 자카르타를 선택했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이 나라의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경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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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서자카르타에 위치한 한 원룸 주인 모습. 인도네시아 서자카르타에 위치한 한 원룸 주인 아줌마 '이부 꼬스'와 만났다. |
ⓒ 이민우 |
원룸 찾기를 도와주겠다고 같이 나선 Zahra(자라)가 말했다. 자라는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서쪽에 위치한 한 대학가 인근 Kos(꼬스)에 산다. 꼬스는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달 이상 단위로만 계약이 가능한 월세 자취방이다.
자카르타의 꼬스는 지방 출신의 청년들에게 첫 독립 공간이 되어 준다. 자라는 "브카시나 보고르 심지어 반둥이나 수라바야 같은 더 먼 지역에서도 더 나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자카르타로 오는 청년들이 많다"며 "한국의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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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서자카르타 원룸 모습 이부 꼬스가 원룸을 소개하고 있다. |
ⓒ 이민우 |
꼬스는 가격에 따라 개인 화장실, 에어컨 등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찾은 곳은 고시원에 가까웠다. 부엌과 화장실 등은 공용이다. 이들은 손빨래를 하고 공용 건조대에 널어서 옷을 말린다. 복도형 구조로 된 곳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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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와르콥 인도네시아 대학가 카페 '와르콥'에서 자라(30)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민우 |
원룸 구경 중 들른 인근 대학가 식당에서 먹은 인도네시아식 닭곰탕인 Soto Ayam(소또아얌)과 소고기국과 비슷한 Rawon(라원)은 각각 1500원, 1800원 수준이었다.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이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전기는 공짜다. 대학이 상가를 임대하고, 상가 임차인들이 청년들을 위한 전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이곳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노점 커피숍인 Warcop(와르콥. Warong coffee의 약자)의 메뉴도 500~700원 정도다. 가장 비싼 메뉴도 1200원을 넘기지 않았다. 낮 최고 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에도 야외 테이블에는 선풍기 밖에 없다. 그럼에도 늦은 밤까지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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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한 아파트 기자가 한 달 동안 지낼 인도네시아 서자카르타 한 아파트 창고 모습. |
ⓒ 이민우 |
우리는 어느새 이웃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사 온 뒤 떡을 돌리며 인사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 층간소음 문제가 아니면 얼굴을 마주치기 어려워졌다. 한때는 더운 날이면 아파트 문을 활짝 열고 앞집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냈지만,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안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가 됐다. 자카르타 청년들의 삶은 분명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훨씬 더 풍요로워 보였다.
나는 꼬스 인근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살기로 했다. 이부 꼬스에게 나는 말이 안 통하는 '불편한 손님'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곳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원룸 탐방을 함께한 자라는 말차 브랜드를 만들어 파는 사업자였다. 지금은 그만둔 상태지만, 당시 창고로 썼던 방 한 칸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줬다. 전기요금 등 공과금만 내기로 했다. 청소하면서 바퀴벌레 탈피 껍질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지낼 곳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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