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 35년… 몽골 1세대, “이제 함께 달립시다”
“선배 없음이 선배인 우리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죠.”
몽골 최대 신학교인 몽골연합신학교(UBTC) 총장을 지낸 뿌르브도르지 목사(Purevdorj·55)의 말이다. 지난 8일 몽골 울란바토르 화이트홀에서 열린 몽골 목회자 콘퍼런스에는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현지 교회와 신학교 지도자 60여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 선교단체 올미션(대표 장창영 목사)이 주최했다. 몽골이 1990년 민주화 혁명 이후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고 공식적으로 개신교 선교를 허용한 지 35년이 되는 해를 맞아 지난 여정을 돌아보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회자가 주요 참가자들을 소개했다. ‘1세대’ ‘원로’로 불린 이들의 얼굴엔 주름이 드물었다. 많아야 50세 전후였다. 몽골 개신교의 길지 않은 35년 역사가 실감 나는 대목이었다.
몽골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수십 년간 종교 활동이 사실상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1990년 무혈 민주화 혁명 이후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온 선교사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복음을 전했고 그때 처음 신자가 된 이들이 목회자가 돼 교회를 이끌고 있다.
게른차츠랄(Gereltsatsral·49) 몽골 밝은미래교회 사모도 그중 한 명이다. 게른차츠랄 사모는 “당시엔 선교사님들이 돌아가며 예배를 인도했고 가정교회 형태의 소그룹 모임이 여럿 생겨났다”고 회상했다. 게른차츠랄 사모는 1997년 남편 알탄소욤보(Altansoyombo·50) 목사를 따라 20여명의 성도와 함께 교회를 세웠다. 한국의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몽골 전역에서 구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국민일보 2023년 10월 17일 37면 참조)
“그 시절엔 나라 전체가 가난했어요. 마트에 가도 물건이 거의 없고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며 외국으로 떠나려 했죠. 저희는 아직 학생이었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끼던 중 예수님을 만났고 ‘희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떠올랐어요. 그래서 교회 이름을 ‘밝은미래교회’로 지었죠.”
현재 몽골에는 약 600개의 개신교 교회가 있다. 라마불교와 이슬람의 영향 아래에서 이뤄낸 성과다. 복음화율은 약 1.3%로 코로나19 이전에는 3%대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80% 이상이 미자립 교회다. 많은 목회자가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겸하고 있다.
몽골 대통령 종교 자문인 바트볼드(Batbold Lkhamsuren·50) 리빙월드크리스천처치(Living Word Christian Church) 목사는 “이중직이 복음을 삶으로 전할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설교나 돌봄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교회들의 지원이 때론 현장의 필요와 괴리되기도 한다”며 “예배당은 세웠는데 성도도 목회자도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지 목회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콘퍼런스에서는 몽골 교회의 ‘다음 35년’을 위한 과제도 제시됐다. 뿌르브도르지 목사는 현재 몽골리안바이블스쿨(Mongolian Bible School)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제는 제자훈련과 신학적 깊이가 함께 가야 할 때”라며 “수적인 성장보다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몽골 교회에는 여전히 길잡이가 부족하다”며 “초창기 선교사들에게 단기간 배운 이들이 신학교 교수로 임명된 사례도 많다. 교단 내 수요에 의해 급히 자리를 맡게 된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삶과 목회, 교육 전반에서 진정한 동역자가 돼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창영 올미션 대표는 “교회의 꽃은 선교이고 선교의 꽃은 교회”라며 “올미션은 특정 교단이나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와도 파트너십을 맺는 실용적 선교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현지 목회자 양성과 협력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연 2회가량 몽골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목회자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미션은 현재 20개국, 10개 권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내 담임목회자와 기관사역자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각국 교회와 협력하고 있다. 장 목사는 “올미션이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몽골 교회가 더 잘되도록 돕는 게 전부”라며 “이 땅의 목회자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몽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미션에 접속하세요! 어제보다 좋은 오늘이 열립니다 [더미션 바로가기]
- 한길 걷는 목사 부부 “사역 공백 없는 우린 행복한 동역자”
- “부모님 위해 눈물 기도하니 상처 치유… 관계 회복 선물받았죠”
- “몽골 목회자 60%가 여성… 가정사역 총력”
- 생명존중 기념일… 기독 유산 보호법… 대선 정책 제안 나선다
- “오늘은 어떤 감사 기쁨이”… 날마다 기적을 써내려가는 아이들
- [단독] 신천지 가짜 채용 면접의 덫… “취준생 심리 불안” 이단 학습 유도
- 조혈모세포 ‘생명 나눔’의 기적… “하나님 사랑 전하는 통로죠”
- 임대료 걱정 없는 ‘교회 모판’… 공유교회 뿌리내렸다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