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에 부딪쳐 참패한 '마동석 유니버스', 변주가 맞을까 [D:영화 뷰]

이예주 2025. 5. 10. 1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황금 연휴의 가장 큰 기대작이었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가 부진한 성적으로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초 '오컬트'라는 장르적 특수성과 마동석 표 액션의 조합으로 신선함과 재미를 동시에 잡고자 했지만 흥행 성과는 참패에 가까웠다. 그간 마동석이 제작자로 나선 작품들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외하고 연속적으로 혹평을 마주한 것을 감안했을 때, '거룩한 밤'의 실패는 단순한 흥행 부진을 넘어 '마동석 유니버스' 전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거룩한 밤'이 비판 여론에 휩싸이기 전 '압꾸정'과 '황야'가 대중 및 평단의 혹평을 받으며 고전한 바 있다. 세 작품 모두 공통적적으로 지적받은 문제는 화려한 액션과 달리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토리 구조다. '압꾸정'은 뻔한 전개와 부족한 캐릭터 설득력으로 외면받았고, '황야'는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설정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룩한 밤' 또한 허술한 스토리 전개로 싸늘한 반응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액션과 스토리가 조화롭게 결합되지 못한 것이다.

작품의 코미디 요소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액션 스릴러 장르인 ‘황야’를 배제하더라도, ‘압꾸정’과 ‘거룩한 밤’ 모두 관객을 웃기기 위한 장면이 오히려 이야기의 유기성을 희생시키며 억지스럽고 어색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마동석은 '거룩한 밤'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액션에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는 색다른 소재를 도입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는 등 식상함을 타파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변주'가 얼마나 유효한가에 있다. 스토리 설계가 부실한 상태에서는 제작진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해도 그저 비슷한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마동석의 대표작이자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시리즈조차 이러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악인이 강력한 힘을 지닌 형사 마석도와 대결하는 구도를 그리지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리즈 특유의 강력한 액션과 쾌감은 여전하지만, 반복성이 누적될 경우 캐릭터 또한 소모되기 마련이다. 결국 '거룩한 밤'의 실패는 새로운 시도의 실패가 아닌, '마동석 유니버스' 자체의 문제점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은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관객의 눈은 더 높아졌다. 그럼에도 천만 영화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이것은 '재미'가 여전히 관객에게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탄탄한 전개와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변주'를 준 작품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