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3쌍 중 2쌍 택했다…55년 청첩장 파는 이 업체 비결 [비크닉]
■ b.멘터리
「 브랜드에도 걸음걸이가 있다고 하죠.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된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까지, 브랜드는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합니다. 덕분에 브랜드는 선택하는 것만으로 취향이나 개성을 표현하고, 욕망을 반영하며,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기호가 됐죠. 비크닉이 오늘날 중요한 소비 기호가 된 브랜드를 탐구합니다.
」
결혼의 계절, 봄입니다. 주말이면 이곳저곳에서 예식이 열리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러 나서죠.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바뀌고 디지털이 대세라 해도 결혼식만큼은 여전히 아날로그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어요. 포옹과 악수, 그리고 손으로 직접 건네는 한장의 카드, 종이 청첩장도 있죠.

요즘엔 모바일 청첩장이 흔하다지만, 종이 청첩장은 여전히 결혼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한 초대장을 넘어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 함께 그려갈 삶을 담아내는 선언서 같은 존재죠.
이 청첩장을 50년 넘게 만들어온 회사가 있습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 결혼 커플 3쌍 중 2쌍이 선택한다는 ‘바른컴퍼니’입니다. 수십 년간 예비부부의 선택을 받은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바른컴퍼니의 55년 여정과 청첩장 트렌드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동빙고동 사무실을 찾아 박정식 바른컴퍼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출시 첫해 130만장 판매…농부 출신 디자이너의 반란
바른컴퍼니의 시작은 1970년, 서울 을지로 풍전상가 1층에 있던 금속판 조각 사무실이었습니다. ‘바른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곳의 창립자 박영춘(86) 회장은 농업대학을 나와 농사짓던 청년이었지만, 상경한 뒤 인쇄에 들어가는 글자나 문양을 금속으로 조각하는 일을 했죠. 타고난 손재주로 업계에 이름을 날렸던 그는 ‘한국화장품’과 ‘태평양화학’ 같은 당대 최고 화장품 기업에서 제작 의뢰를 받기도 했어요.


━
“21세기 아이들은 디자인을 먹고 삽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1년부터 카드 사업부터 마케팅·디자인팀까지 두루 이끌어온 박 대표가 꼽는 바른손의 경쟁력은 ‘디자인’입니다. 카드 사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문구 사업에 나선 바른손은 제조 시설 같은 하드웨어 기반 없이 캐릭터 같은 디자인 경쟁력만으로도 최고의 제조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이때 일본 산리오 캐릭터에 영감을 받아 토종 캐릭터 ‘금다래 신머루’를 탄생시켰죠. 전통 의상을 입은 한국형 캐릭터는 당시 디즈니나 헬로키티 등 외국 캐릭터에 의존하던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바른손 캐릭터로 디자인한 필통·노트·다이어리는 출시하자마자 20만 개 넘게 팔렸고요.

국내 유일 청첩장 디자인연구소…국내외 트렌드를 이끌다
국가 경제가 요동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바른손은 문구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카드 사업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결국 카드가 바른손의 본질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여러 카드 중에서 청첩장에 집중한 이유는 연하장·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는 문화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직접 디자인실을 만들어 총괄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현재 국내 유일 ‘청첩장 디자인연구소’ 개설로 이어집니다.


━
국내 최초 디지털 청첩장 등장으로 맞춤형 카드 제작
2000년대 초, 바른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청첩장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선보이며 또 한 번 시장을 선도합니다. 수십 권의 샘플 책을 넘기고, 수차례 인쇄소를 오가던 번거로움을 온라인 시스템 하나로 해결한 거죠. 이때부터 예비부부는 디자인을 취향에 맞게 직접 고르고, 인쇄 방식·종이 질감·봉투 스타일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됩니다. 청첩장에 정체성을 담을 수 있게 된 거죠.

“청첩장은 부부가 꿈꾸는 삶을 담은 서사”
지금 바른컴퍼니는 종이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청첩장은 물론,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 혼수·답례품을 아우르는 결혼 통합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한 덕분에 반세기 넘는 시간 예비부부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 같아요.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바른컴퍼니가 믿는 본질은 하나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청첩장은 소모품이 아니라 두 사람의 지난 인생과 앞으로 꿈꾸는 삶을 담은 서사이기 때문에 청첩장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고 했죠.


서혜빈 기자 seo.hyeb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인·미성년자' 합의 연애 괜찮다? 가해자는 꼭 이 말 한다 | 중앙일보
- “건희 누나와 건진 각별했죠”…영화 ‘더킹’ 그 무당과의 인연 [윤의 1060일] | 중앙일보
- 국영수 1등 '이 학원' 다닌다…엄마들 쉬쉬한 대치동 비밀 | 중앙일보
- 윤석열 "자승스님, 좌파나 간첩에 타살"…그날밤 군 소집했다 | 중앙일보
- '동탄 미시룩' 선정적 피규어에 발칵…"법적 제지 어렵다" 왜 | 중앙일보
- '허준' '이산' 감초배우 정명환 65세로 별세…사인은 심근경색 | 중앙일보
- 하늘에 정체불명 '검은 고리' 떴다…"50년 살며 처음 봐" 미 발칵 | 중앙일보
- 노무현 "사람이 참 양종이야"…그 한덕수, 노 장례식 불참 사연 | 중앙일보
-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 81세로 별세…"병원 다녀오던 중 쓰러져" | 중앙일보
- 목욕하는 여성 보며 술마신다…일본 발칵 뒤집은 'VIP 코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