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벗어났지만…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5.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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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를 마친 뒤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연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기존 5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변경했다. 서울중앙지법도 대장동 사건 공판 기일을 6월 24일로 연기했다.

이재명 후보 재판이 줄줄이 연기된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대선 기간 중에는 수사마저도 자제한 적이 적지 않다. 김영삼 정권 당시, 김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 자제를 지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법권이 대선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함이다.

정작 문제는 법원에 있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연기하면서 고등법원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일을 대선 이후인 2025년 6월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고등법원이 5월 15일로 재판 기일을 정할 당시에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일까. 몰랐다면 그 자체가 문제고, 알고도 기일을 정해놓고 이제 와서 연기하려 한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어쨌든 이재명 후보는 대선까지 대부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이제 남은 쟁점은,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헌법 제84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불소추가 내란 및 외환죄 이외의 혐의에 대해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까지도 중지된다는 의미인지에 대한 해석이 남아 있다. 해석에 따라, 재판이 계속될지 여부가 재판장 판단에 달린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을 중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 1소위를 통과시켰다. 이후 이 법안에 대해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위 법률을 통해 헌법을 해석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주장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 사법부 권한을 제한하려 한다는 시각에서 나왔다. 지금 민주당이 굳이 이러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현재 민주당은 ‘부자 몸조심’만 해도 되는 상황인데 오히려 입법과 탄핵, 그리고 청문회 같은 정치적 논란을 계속 일으켜 중도층에 불안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직후, 민주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표결에 부치려 했다. 그러나 표결 직전 최 전 부총리가 사임하면서 탄핵 표결은 무산됐다. 그의 사퇴가 탄핵 추진의 결과였음은 명백하다.

이 과정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불안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최 전 부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 측 핵심 교섭 파트너였다. 그를 물러나게 한 조치는 정권을 초월해 지속되어야 할 외교·경제 현안을 민주당이 경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승래 민주당 공보단장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조 단장은 “한덕수 전 총리 사퇴와 최 전 부총리 탄핵은 연동된 사안이지, 대법원 판결과 직접 관련은 없다는 논의가 있었고 처음에 탄핵에 반대하거나 우려한 의원들도 충분히 공감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민주당은 최 전 부총리 탄핵이 대법원 파기환송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기적 연관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민주당의 ‘수권정당’ 이미지에도 손상이 불가피하다.

이미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는 ‘탄핵 남발’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이 또다시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대선 과정에서 우위를 점해온 민주당의 입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부 부동층은 혼란과 피로감을 이유로 아예 투표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낮은 투표율은 어느 쪽에 유리할까? 통념에 따르면 낮은 투표율은 진보 진영에 불리하다고 여겼다. 이는 60대 이상 보수층 투표율은 항상 높고, 2030세대 투표율은 낮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옛말이 되었다. 60대 내에도 진보 지지층이 적지 않고, 2030세대, 특히 젊은 남성은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낮은 투표율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점을 민주당이 의식하고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투표를 포기하게끔 만들려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보만 결집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도 결집할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중도층 지지를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는데, 이를 위해 민주당은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중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며 행동할 필요가 있다. 중도층은 ‘유능한 지도자’가 경제를 살리기를 바라는 것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계엄령’이나 ‘탄핵’ 논란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안정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이런 중도층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쪽이 대선에서 유리하다.

한편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는 청렴성과 강직함 등 여러 장점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극히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는 계엄령에도, 탄핵에도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유권자 사이에서는 ‘강성 우파’ 이미지가 뚜렷하다. 한덕수 후보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후보 주변에 친윤 인사가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지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포진해 있고 당 내부에서 내분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연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까. 이런 상황이 이어질수록 보수 진영에서 가장 주목받을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그의 ‘젊음’이 안정감 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모습을 본 유권자들은 오히려 이준석 후보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보수 진영 단일화에 큰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연일 ‘빅텐트’를 외친다. 빅텐트가 마치 승리를 보장하는 마법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것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계엄령과 탄핵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용서를 받고 새 출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과 없이 빅텐트에만 의존한다면, 국민은 국민의힘을 더욱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신율 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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