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골프 대회인가, 파티 문화인가… LIV골프 코리아의 명암

정대균 2025. 5. 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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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전락 경고음
지난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끝난 LIV골프 코리아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LIV골프


광란의 파티는 끝났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에서 열렸던 LIV골프 코리아다. 국내에서 처음 치러진 LIV골프에 굳이 ‘광란의 파티’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LIV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으로 2022년에 출범한 골프 리그다. 여타 투어와 달리 자체 퀄리파잉이 없다. 대신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를 비롯한 전 세계 골프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를 영입해 운영하고 있다. 영입 선수의 지명도에 따라 천문학적 이적료가 지급된다.

구체적 계약 조건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브라이슨 디섐보 1억2500만 달러(약 1740억원), 필 미켈슨(이상 미국) 2억 달러, 욘 람(스페인) 6억 달러 등 웬만큼 비중이 있는 선수는 1억 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LIV골프는 매년 14개 일정으로 치러진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열린 LIV골프 코리아는 그 중간인 시즌 7번째 대회였다. 대회당 총상금액은 2500만 달러로 PGA투어 평균 상금보다 많다.

LIV골프의 캐치 프레이즈는 ‘문화 콘텐츠형 골프 페스티벌’이다. 팬 중심의 운영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선수 구성에서 상금, 대회장 분위기 등 두루두루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 그 자체다. 그것을 위해 상상을 초월한 비용이 지출된다.

LIV골프 코리아만 봐도 그렇다. 입장료가 1일권 30만원, 전일권은 80만~90만원, 프리미엄·VIP권 100만~800만원대였다. 국내에서 열린 골프 이벤트 입장료 중 역대 최고액이다. 국내 골퍼들로서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금액이다. 그런 이유로 관람객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회장 분위기는 주최측 의도대로 ‘골프 해방구’ 그 자체였다. 선수들의 경기 관전은 뒷전이고 음주와 가무를 곁들인 파티와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문화충격’으로 대회장을 서둘러 빠져 나온 골프팬들도 적잖았다.

LIV골프가 국내 골프팬들 사이에서 관심이 커진 건 이른바 장유빈(22) 효과 때문이다. 작년에 KPGA투어를 평정했던 장유빈은 당초 예정했던 PGA 콘페리투어 파이널 개막을 1주일 앞두고 LIV행을 전격 선언했다.

장유빈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관심도도 반감되는 분위기다. 이번 LIV골프 코리아에서도 장유빈은 공동 48위에 그쳤다. 시즌 일정을 절반 소화한 시점서 포인트 순위는 현재 52위로 강등권이다. 장유빈은 3년 계약의 영입 케이스여서 포인트 48위 이내에 들면 잔류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승격 대회(LIV Golf Promotions)를 통해 리그 출전권을 획득해야 한다.

만약 이도저도 안되면 KPGA투어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런 뒤 미뤘던 PGA투어를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LIV골프가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1년간은 PGA투어 공인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다.

많은 골프 관계자들이 장유빈의 LIV골프행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은 이런 결과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아직 젊은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문제마저 해결돼 또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에게서 ‘도전’이 보이지 않는 건 아쉽다.

임성재(26·CJ)는 LIV골프는 돈은 있지만 ‘명예’가 없어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챔피언스투어서 활동중인 최경주(54·SK텔레콤)는 PGA투어서 활동 중인 대다수 선수들이 임성재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LIV골프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천문학적 오일머니를 앞세운 광란의 파티 문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IV골프가 세계 유일의 골프 독립 리그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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