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 현장, 산림청 헬기가 물 뿌린 후 벌어진 끔찍한 일 [최병성 리포트]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은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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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은 불타는 붉은 연기로 가득했고, 해가 져 어둠이 내릴 때까지 산불은 지속되었다. 수십 대의 헬기가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왜 산불은 더 커진 것일까?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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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가 불길에 물을 붓자, 오히려 산불의 기세가 더 커졌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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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역시 헬기가 물을 붓자, 작은 불길이 다시 거세졌다. |
| ⓒ 최병성 |
| ▲ 지난 3월 22일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 ⓒ 최병성 |
영상을 자세히 보자. 헬기가 불길에 정확히 물을 투하했다. 물벼락을 맞은 불길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더 큰 불길이 되었다. 더 놀라운 장면이 영상에 담겨 있다. 물벼락을 맞은 불길만 더 커진 것이 아니다. 새로운 불길이 좌측과 아래쪽에 만들어졌다.
헬기 산불 진화에 숨겨진 비밀이 바로 이거였다. 헬기가 산불을 끄기 위해 저공비행으로 불길에 가까이 접근하면, 헬기에서 발생하는 강한 바람인 하강풍이 불씨를 주변으로 날려 보내 불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켰다.
한 산불 진화 헬기 기장과 통화했다. 그는 헬기의 하강풍에 의한 산불 확산에 동의했다.
"헬기만으로 산불을 끄기 어렵다. 지상대원과 공조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헬기만으로 산불을 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헬기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사진 곳과 산 정상부 등에 집중해야 한다. 헬기가 물을 뿌린 후 지상 진화대원이 나머지 잔불을 정리해 주는 공조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헬기 진화에만 너무 의존하는 현재 산불 진화 체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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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동일한 장소에 헬기가 어두워질 때까지 똑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헬기가 아무리 많으면 뭘 할까?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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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시간 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지나간 자리. 해가 지고 밤새 산불을 거세게 타올랐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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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측 동그라미 부분에 산불이 몇 시간째 이어지는데, 산불을 끄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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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이 이미 꺼진 산불 발화지점에서 머물고 있는 산불진화대원들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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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불길을 잡기 위해 헬기들이 물을 붓고 있다. 그런데 함께 진화해야 할 산불진화대원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헬기만 헛수고시키고 작은 산불을 대형 산불로 확산시킨 것이다. |
| ⓒ 최병성 |
산청으로 달려가던 3월 22일 새벽, 지난밤 현장에 먼저 도착했던 산불연구소 황정석 박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약간 격앙되어 있었다. 밤새 산불 현장을 다 돌았는데, 산불을 진화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명 방송에는 헬기 철수 후 산불 진화대원이 진화 작업 중이라 했고, 산불 3단계를 발령했는데 무슨 소리일까. 황 소장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현장에 도착하고 몇 시간 동안 불타는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그의 탄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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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우측 소나무가 헬기가 반복해서 물을 붓던 자리다. 점점 산불이 확산하며 좌측 소나무 숲의 수관화가 되었다. 사진에서 보듯, 두 갈래의 콘크리트 포장 길이 잘 만들어져 있음에도 몇 시간째 단 한 명의 진화대원도 보지 못했다. 이곳에서 산림청의 산불진화본부는 3분여 거리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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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청 산불진화본부가 차려진 산청 양수발전소 마당은 산림청과 기타 공무원들로 가득했지만...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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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들이 두릅밭 조성을 위해 벌목한 후 쌓아둔 잔가지들이 오후 들어 불기 시작한 바람에 훨훨 타오르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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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에만 의존하며 지상 진화 대원이 없어 방치한 작은 불이 거센 불이 되었고, 헬기가 물을 투하 하자 하강풍에 의해 불씨가 옆으로 튀며 불길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
| ⓒ 최병성 |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붉은 재앙, 타버린 산 사라진 책임>에서 한 산불 특수 진화대원은 산림청이 지시한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그곳에 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산불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진화대원을 통제하지 못하는 산림청의 안일한 산불 지휘체계가 결국 다른 지역에서 지원 나왔던 산불 진화대원 4명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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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접근 도로가 좋은데, 내가 이 불을 지켜본 지 5시간 반 만에 산불진화대원 차량 5대가 출동했다. 산불이 사방으로 다 확산 된 뒤였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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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도착해서도 오직 영상 촬영에만 집중하는 이 팀의 유일한 산불특수진화대원 모습이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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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 앞에 산불이 훨훨 타고 있는데, 5시간 반 만에 쇠스랑을 들고 올라온 진화대원들이 나무 그늘에 서 있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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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변에 위치한 소나무 아래 작은 불길이다. 그런데 산불을 끄는 지상 진화대원은 보이지 않고, 헬기 3대가 물을 연속으로 붓고 지나갔다. 산불 진화의 효율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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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변 소나무 아래 작은 불길에 산림청 헬기 3대가 연속 물을 붓고 지나갔다. 이런 불을 헬기가 꺼야 할까?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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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변 소나무 아래 불길에 헬기가 물을 부었으나, 불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상 진화대원과 헬기의 역할에 구분이 없으니 산불 진화는 되지 않고, 산불이 더 확산한 것이다. 헬기 부족 문제가 아니었다. |
| ⓒ 최병성 |
정부는 최근 산불 대책으로 산림 헬기 6대, 다목적 산불진화차량 48대, 드론 45대, 인공지능(AI) 감시 카메라 30대 구입 등을 포함한 3.2조 원의 추경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헬기와 드론과 감시 카메라가 부족해 대형 산불이 된 것일까? 헬기에 의존한 산불 진화 체계로는 헬기 6대가 아니라 600대의 최신 헬기를 구입한다고 할지라도 대형 산불을 막을 수 없다. 헬기와 장비 부족이 대형 산불의 근본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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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게 물을 뿌려보지만 허공의 안개로 사라졌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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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들이 열심히 물을 퍼붓지만, 산불과 상관없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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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게 퍼오는 물을 다 흘리고 가고 있다. 정작 산불 현장에 쏟아낼 물이 별로 없다. |
| ⓒ 최병성 |
산림청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헬기와 장비와 임도 부족을 탓했다. 정부는 산불을 진화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대신 산림청에 더 많은 예산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대형 산불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5월 1일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은 '정부는 편향된 피해산림 복구가 아닌 산불피해 주민 보상과 피해 원인 조사에 나서라!' 성명서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적고, 산불을 끄지 못한 산림청에 돈다발을 퍼줬다고 지적했다.
이제 산불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헬기와 최신 장비가 많아도 산림청은 산불을 끄지 못한다. 가장 좋은 산불 대책은 작은 불이 대형 산불이 되지 않도록 숲의 구조를 활엽수림으로 바꿔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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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산불이 훨훨 타오르고 있는데. 산림청의 최신 산불 진화 장비들은 주차장에 있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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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이 도로를 위협하며 넘실거리고 있는데, 산불 진화 차량이 안 보인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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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차 헬기들은 어둠이 깔려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산불 끄는 데 최선을 다했다. 산림청의 최신 산불 진화 차량은 어디에 있을까.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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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이 열심히 불을 꺼보지만, 산불이 확산한 뒤에는 이미 늦었다. 주택들을 보호해야 할 소방차도 턱없이 부족하다. 산불 진화의 제1 목표는 국민 생명 보호여야 한다. |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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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산불 진화를 산림청에 맡기면 안 된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
| ⓒ 최병성 |
산불이 민가로 확산한 후에는 누구도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소방청에 산불 진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산불 진화 책임과 예산과 장비를 소방청으로 이관해 통일된 산불 진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1년 중 산불 피해의 86%가 3월과 4월에 집중 발생한다. 산림청은 그 많은 예산과 장비와 인력을 봄철 산불 위주로 사용하지만, 산불 진화 체계를 소방청으로 일원화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재난에 인력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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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이 확산한 후엔 몇 대 되지 않는 소방차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산불 진화의 모든 것을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
| ⓒ 최병성 |
한 헬기 기장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헬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운영 체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군 치누크(CH-47)를 포함한 40여 대의 육해공군 기동헬기(수리온, UH-60, CH-47)들이 뒤늦게 산청 산불에 투입된 덕에 강풍에도 불구하고 주불 진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대한민국 군의 기동 헬기 보유 대수는 세계 3~4위 수준으로 대한민국 산불 진화에 사용 가능한 헬기가 아주 많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 유관 기관별로 따로 운영 중인 헬기를 통합 관리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국가적 대형 재난 및 산불 발생 시 군 항공기 지원 대응 체계와 매뉴얼을 통합 관리할 체제 정비가 시급하다.
지난 3월 22일, 산불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헬기 하나를 목격했다. 다른 헬기들과 달리 버킷을 달고 있는 줄이 매우 길었다. 그 덕에 산불 위에서 잠시 정지 비행하며 정확히 물을 투하해 산불을 제압했다. 헬기 하강풍이나 뿌린 물이 안개가 되는 일이 없었다.
해외 자료들을 찾아보니 미국 등 선진국의 산불 헬기들은 대부분 줄이 길었다. 국내 헬기들의 버킷 줄이 짧으니 산불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허공에 물을 뿌려야 했던 것이다. 버킷에 달린 줄이 길면 산불 현장 가까운 곳에서 물을 퍼서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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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에 달린 버킷 줄이 길어 산불 현장에서 가까운 곳 어디서든 물을 담을 수 있고, 하강풍의 부작용도 없이 산불을 진화했다. |
| ⓒ 최병성 |
차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산불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 많은 예산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산림청의 잘못된 예산 집행을 삭감하면 산불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된다.
첫째, 우리 숲을 불 폭탄으로 제조하는 산림청의 숲가꾸기와 침엽수 조림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둘째, 산불 진화 장비와 예산과 인력을 소방청으로 일원화, 전문화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군과 민간 헬기의 통합 운영 관리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넷째, 헬기의 산불 진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상 진화대원과의 공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산불로 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산불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헬기 기장님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연락 주실 곳은 cbs5012@hanmail.net입니다. 메일 주시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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