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때도 안한 '대법원장 청문회' 하겠다는 입법권력 [현장에서]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 이후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요구대로 서울고법이 7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6·3 대선 이후로 미뤘지만 공격을 멈추긴커녕 도리어 수위를 높였다. 선고 다음날부터 탄핵을 거론하더니 청문회를 소집한 데 이어 조희대 특검법까지 거론했다. “불리한 판결을 했으니 대법원장을 잡아넣겠다고 위협하는 건 사법부 독립 침해이자 삼권분립 훼손”이란 법조계의 우려에도 미래 권력이란 확신에선지 들은 체 만체다.
대법원 공격하는 입법부…탄핵안·특검법·청문회 총동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뷰브채널에 출연해 “오늘 조희대 특검법을 발의해 내일 법사위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놨다. “탄핵소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면서다. 이후 의원들에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공지까지 했다. 이날 오후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사법부 내에서 법관회의 소집 등 자정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발의를 철회하겠다고 알렸다.
아울러 오는 14일에는 대법원장 상대 청문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전날 오후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전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채택됐다. 증인 명단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건 심리에 참여한 12명 대법관의 이름이 올랐다.
법조계 “판사 불러 ‘왜 그랬냐’ 묻겠다는 것…삼권분립 우려”

지금까지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국회 청문회가 열린 적은 없다. 1980년 신군부 시절 김재규 내란목적 살인 사건 상고심에서 단순 살인이란 소수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양병호 당시 대법원 판사(대법관)를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해 사표를 강요한 사례가 있지만, 입법부가 재판을 한 판사를 부른 적은 없다. 대법원장은 대법원 국정감사 때에도 인삿말을 한 뒤 자리를 옮기면 법원행정처장이 질의에 응하는 게 관례다. 대법원은 8일 대법관들의 청문회 출석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이 청문회장에 설 필요도 없지만 세워서도 안 된다”는 반발이 쏟아졌다. 한 부장판사는 “현재 상황은 대법원장 신분을 떠나 재판한 판사를 국회에 불러서 ‘왜 그랬느냐’라고 묻겠다는 것”이라며“1·2심 판사도 ‘판사 나와 보라, 왜 이렇게 판결했나’ 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 판사는 “특정 사건을 이유로 재판부를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분립이 무너진다. 그 후유증은 대단히 심각할 것”이라며 “사법부 불신을 부채질하면 우리 사회에서 분쟁 해결 기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대의 목소리는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직 대한변협회장 9명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 발의와 청문회, 탄핵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별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의 책임을 묻는다면 사법부의 독립이 위협받으며 법관들이 안심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지 못하게 된다”며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하는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받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심제 아닌가,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고 했다. 형사법정은 삼심제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법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두 번의 법정은 이미 지났고 민심의 법정은 6·3 대선에서 펼쳐질 참이다. 현실의 법정에 대한 미련을 거두고, 영원히 남을 민심과 역사의 법정을 마주할 때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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