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의 읽는 클래식 듣는 문학] 5월, 시인의 사랑

2025. 5.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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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슈만의 ‘시인의 사랑’(op.48)은 매년 5월이 되면 여러 리사이틀 홀에서 즐겨 연주되는 가곡집이다. 1837년 클라라와 몰래 약혼한 슈만은 결혼을 반대하는 스승 비크와 소송을 벌이며 불안과 고통의 3년여를 보내야 했다. 마침내 1840년 8월 1일, 법원의 결혼 허가가 떨어졌고 같은 해 9월 12일 정식 결혼(이 날은 클라라의 생일이기도 했다)함으로써 긴 사랑의 투쟁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의 고통을 포함하여 사랑에 빠진 사람이 겪는 갖가지 인상이 시적으로 담겨 있다. 작품은 ‘기적처럼 아름다운 5월에’라는 하이네의 유명한 시로 시작한다.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꽃봉오리 움터 오를 때/ 그 때 내 마음 속에/ 사랑이 피어난 것이라네//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 내 갈망을”

5월은 독일에서 봄을 상징한다. 1년 중 이달만은 날씨가 좋고 변덕스럽지 않다. 그래서 파니 멘델스존이나 라흐너 등 당대의 다른 작곡가들은 같은 시를 관습적으로 생기 있는 봄 노래로 작곡했다. ‘오월=봄=기쁨’의 도식이 독일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시를 자세히 읽어보면 이 좋은 봄날, 시적 자아의 마음은 오히려 싱숭생숭하다. 고백은 내가 했지만, 대답은 그녀에게서 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절당할 것 같은 불안이 고개를 든다. 슈만은 이 ‘유보적인’ 시적 상황을 음악으로 옮긴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섧게 들리는 이 곡은 자꾸 장단조를 넘나들며 밝았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사랑의 설렘과 따뜻한 봄날의 정경(장조)이 불안(단조)과 짝을 이뤄 미묘하다.

관습을 넘어 실제를 생각한다. 그가 하이네의 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역시 진실한 사랑의 고통을 겪어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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