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주일 미루나" - "늦게 나타나서는"... 생중계 된 '단일화쇼'

김화빈 2025. 5. 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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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시간 내내 평행선 달린 한덕수·김문수... 단일화 논의 전혀 진전없어

[김화빈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 안 하느니만 못한 대화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극우 지지자들이 외치는 "윤 어게인" 구호가 후보등록일(11일) 마감 전 단일화 협상을 위해 만난 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화를 뒤덮었다.

"이건 단일화가 아니라 자리 내놓으라는 것 아닙니까."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문수) 후보님께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기간) 22번이나 약속하셨던 단일화를 왜 일주일 뒤로 미룹니까?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단일화를) 합시다." -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서로를 겨냥한 뼈 있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1시간 내내 도돌이표였다. 한덕수 후보는 "국민과 당원의 명령과 민생의 어려움"을 명분으로 지금 당장 단일화에 돌입하자고 김 문수 후보를 어르고 압박했다. 반면 김 후보는 "자기는 입당도 안 한 정당에서 (본선) 출마도 하지 않을 사람과 무슨 단일화를 하냐"며 "저와 함께 뛴 10여 명의 경선 후보들, 우리를 들러리 취급한 거냐"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22번 약속하더니 왜 일주일 뒤로?" vs. "뒤늦게 나타나서 책임 물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선후보 등록 전 단일화 문제로 격돌한 한 후보와 김 후보는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 단일화 합의를 이뤄내라"는 당 지도부와 일부 현역의원 등쌀에 밀린 김 후보가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두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단일화 논의 테이블에 착석했지만, 회동이 시작되자 얼굴에선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이들은 기자들 앞에서 1시간 내내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하며 어떤 합의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대화를 주도했던 건 한 후보였다. 한 후보는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18일간 (경선)과정에서 (김 후보가) 22번이나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말씀하신 걸 기억하고 있다"며 "그래서 오늘 우리 김 후보와 만남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단일화 협의를) 제대로 못해내면 솔직히 말해 김 후보님과 저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리게 될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 후보는 "우리 후보님께서는 '방향은 단일화지만 일주일 뒤로 (단일화 시기를) 미루자'고 하셨는데 결국 (단일화)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며 "당장 오늘 내일 결판을 내야 한다. 김 후보님께서 경선에서 승리한 방식이든 뭐든 당에서 하라는 것 다 받겠다. 그러니 일주일 뒤 이런 말 하지 말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내일 아침까지 (단일화를) 하자"고 김 후보를 채근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한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들어오지 않고 밖에 있었냐"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등록해야 한다. 뒤늦게 어디서 나타나서 단일화에 대한 책임을 물으시냐"고 쏘아붙였다.

한 후보가 '정치신인'인 점도 부각시켰다. 김 후보는 "한 후보님은 각료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 보신 부분은 훌륭하지만, 정당은 한 번도 (경험) 안 해보셨다"며 "당원도 아니신데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본선에 등록하지 않겠다는 후보님과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급히 한 후보는 "절차를 밟아 승리하신 데 대해선 정말 축하드린다"면서도 "제가 정치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50년 가까이 (공직에 복무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과 국가를 제대로 번성케 할지 (아니면) 속된 말로 꼬라박게 하는지 계속 봐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언론에 발표된 것을 보니 우리 (전체)당원들의 83%가 단일화 필요하다고 명령하고 있다. 지금의 불안을 안정화할 수 있는 일(단일화)을 1분이라도 빨리 조치를 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며 "김 후보가 원하는 대로 결정을 해달라"고 재차 압박했다.

질의응답 순서 두고 기싸움도... 단일화 논의는 진전 없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들의 대화는 위와 같은 내용과 전개로 1시간 내내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결국 김 후보를 설득하려던 한 후보가 "얘기가 겉도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대화가 끝났다. 그러나 이들의 주도권 싸움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누가 먼저 할지를 놓고 계속됐다.

약 20분 뒤 기자들 앞에 선 김 후보는 "기자들이 오늘 회동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이뤄졌다. 내일이라도 만나자고 할 것"이라면서도 "한 후보와 단일화하라고 정당이 나서서 (벌이는) 온갖 편법행위는 역사상 찾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후보는 '한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아서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정당판이나 선거판은 (후보의) 이름 좋아 쳐다보는 것과 직접 뛰는 건 다르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사례를) 알지 않나"라며 "후보의 역량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미지가 좋은 분이니 반 전 총장을 모시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대선 도전을) 그만하셨지 않나. 내가 합법적인 당의 (대선)후보인데 왜 양보하나. 여론조사만 가지고 전세계 어디(국가)에서 후보를 정하나. 우리나라 여론조사가 꼭 정확한가"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 후보는 "단일화가 전제되지 않는 이번 선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이제껏 쌓아온 한강의 기적이 전부 위협에 처하게 된다"며 "단일화로 어느 쪽이 후보가 되든 저는 김 후보를 열심히 할 수 있는 한 돕겠다. 50년간 쌓아온 걸 총동원해서 힘을 모아 개헌연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거듭 단일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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