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어버이날, 96세 아버지께 70세 아들이 보내는 편지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1955년생, 만 70세 아들인 제가 96세이신 아버지(1930년생, 고향은 이북 개풍군)께 드리고 싶은 말을 쓴 기사입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모시고 사는 아버지의 일상은 늘 우리 집 최고 관심사입니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여전히 가정의 버팀목인 아버지께 감사하며 쓴 글입니다. <기자말>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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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세 아버지 표정 |
| ⓒ 이혁진 |
매일 아침 새벽, 잠에서 깨신 아버지가 제게 건네는 안부인사입니다. 단순한 아침 인사가 아니라 "나 살아있어"하는 푸른 신호등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끼시는 아버지지만, 새벽이라 아직 보청기 없는 아버지께 웃으며 손을 흔들어 답하는 이 순간이 요즘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저는 이처럼 아침에 일어나신 아버지 웃는 얼굴을 보며 일과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습관은 몇 해전 제가 암을 진단받았을 때부터 더욱 굳어졌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이후 하루하루 삶도 몰라보게 소중해졌습니다.
어버이날이 가장 소중한 이유
아버지, 오늘은 제게 5월 가정의 달 중 가장 뜻있는 날입니다. 어버이날인데, 아버지가 우리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기뻐하실 겁니다. 이날은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함께 기릴 수 있습니다. 제가 아버지 생신보다도 어버이날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이유입니다.
엊그제 미리 전곡에 있는 어머니 묘소에 다녀온 것도 어버이날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어 어린이날 연휴 작은 아들 부부도 집에 와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고 기특했습니다.
애들이 반가워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아버지 표정을 보니 저는 흐뭇하면서도 왠지 울컥합니다. 그만큼 할아버지와 손주는 가깝고 친근한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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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봄 96세 아버지가 새옷을 사시고 기뻐하시는 모습. 오랜만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
| ⓒ 이혁진 |
물론 아들인 제게 부담 주기 싫어하신 일이겠지만, 저는 혹시나 일이 생겨 다치셨으면 어땠을까 싶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건강한 편이시지만 청력과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니, 다음부터는 꼭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버지의 이북고향 시절과 월남해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들을 때마다 실화라는 사실에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드라마틱한 실향민의 삶은 어쩌면 그 자체가 분단과 엮인 살아있는 역사일 것입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도 삽니다
매일 저녁 식사를 차려드리면서 아버지께 막걸리 한 잔을 따라 드리는 것도, 아들인 제게는 작은 기쁨입니다. 암 투병 와중에도 제가 용기 잃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정정한 아버지 덕분입니다.
아버지, 그런데 저 때문에 노심초사할 필요 없습니다. 병이 몸에 들어와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니 지금은 한없이 마음이 편안합니다(관련 기사: 암투병 중 기사쓰기, '살아갈 용기'입니다 https://omn.kr/27b4d ).
이제는 다 커서 결혼한 손자들도 여전히 할아버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긍지랄까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때마다 할아버지를 찾고, 안부를 묻고, 끼니를 걱정하는 모습이 제 눈엔 대견하기만 합니다.
추억만큼 강렬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새긴 추억도 많지요. 애들이 지금도 초등학교 시절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갔던 인천 강화도 여행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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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 애기봉, 애기봉에서 강 건너 아버지 고향 개풍군을 직접 볼 수 있다. 애기봉은 실향민의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
| ⓒ 이혁진 |
제 아내 또한 아버지에게 둘도 없는 효부입니다. 최근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아버지의 매끼 식사와 의복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습니다. 남편 병까지 수발해야 하는 아내에게 저는 늘 죄송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묘소에서도 아버지의 건강과 안부를 전해드렸습니다. 33년 전 천식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제게 들려왔습니다.
"너희들이 잘해주니 고맙다."
푸른 하늘 저 멀리 계신 어머니도 아버지 어버이날을 축하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조용히 어머니께 감사기도 한번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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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주사를 맞는 사진 |
| ⓒ 이혁진 |
외람되지만 우리 부부도 건강이 예전만 못해 아버지로부터 위안을 얻고 희망과 용기를 품기도 합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게 가족의 또 다른 존재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5월입니다. 저는 아버지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하는 인생이 아름답고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내리사랑이 당연하다며 소홀히 생각하거나 행동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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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이날은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지만, 저도 아이들에게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반추해 보는 날이다.(자료사진) |
| ⓒ kevindelvecchio on Unsplash |
아버지! 오늘 어버이날, 다시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늘 저희 곁에 계셔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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