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가 보여준 불법보조금 대응

이동통신 유통시장에서 'SK텔레콤 엑소더스'가 초래한 보조금 과열이 빠르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4월 말까지만 해도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성지(다른 곳보다 지원금을 더 얹어주는 곳)' 매장들은 번호이동 고객을 잡기 위해 삼성 최신 휴대폰 모델인 갤럭시 S25를 공짜로 주고 '차비(즉시 현금지급)'까지 얹어주는 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차비는커녕 기기값 무료도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다. SKT의 유심 정보 유출 사태로 붙은 보조금 대란의 불씨는 이제 꺼졌다.
불과 며칠 사이 분위기를 바꾼 건 정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마케팅 부서를 매일 소집해 '단말기 유통시장 혼란 관련 회의'를 열고 있다. 연휴 기간에도 예외는 없었다. 점검은 탁상에서 끝나지 않았다. 대리점의 가격 책정 방식부터 유심 공급 흐름까지 점검 범위를 넓혔고 방통위 실무진은 휴일에도 직접 현장을 돌며 지나치게 높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정황을 살피고 있다. 통신 3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회의실로 불려 들어가는 사이, 현장에선 '불법 보조금'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효과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전체 신규가입자 수는 해킹 사태가 터지고 4월28일 4만4825명으로 치솟았지만 7일엔 1만7080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번호이동 움직임이 일주일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성지에서도 "보조금 대란이 끝나자 고객 발길도 끊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신 3사에서 자체적으로 유통망에 '지원금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정황도 확인된다. 기자가 연휴에 직접 테크노마트를 방문했을 때 만난 판매점주는 "지금은 단가를 내리면 본사에서 바로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위법 적발 사례는 없지만, 정부의 메시지와 꾸준한 행동만으로도 통신사들의 행동은 달라졌다.
이번 대응은 큰 틀에서 보면 통신시장 규제 패러다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앞두고 통신시장이 일찍이 '자정 실험'에 들어간 셈이다. 오는 7월이면 단통법은 사라지고, 시장에 남는 것은 사업자 자율과 정부의 감시뿐이다. SKT 유심 대란으로 시장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혼란의 틈을 타 시장 점유율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정부의 개입이 시장을 가라앉히는 데 역할을 했다. 단통법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런 조정력이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의 고요함은 리트머스 시험지일지도 모른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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