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좀 그만해" 아이에게 잔소리 듣는 아빠입니다

김동길 2025. 5.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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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자유학교 3년차 학부모가 공유하는 일상

[김동길 기자]

"아빠 핸드폰 좀 그만해!" 요즘 아이들의 핀잔이 늘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주로 업무상 휴대폰을 쓰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아이들은 불만이다. 책 읽어달라, 그림 그려달라, 로봇 만들어 달라... 아이들의 요구가 거창해지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대체로 즐겁다.
▲ 스마트폰 금지 화장실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라며 아이가 붙여놓은 귀여운 경고판. 집 안 곳곳에 있다.]
ⓒ 요셉
우리 집에는 10살 첫째와 6살 둘째가 있다. 둘째는 물론 첫째도 아직 휴대폰이 없다. 첫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구성원끼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기로 약속하기 때문이다.

첫째가 다니는 학교는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자유학교다. 초등, 중등, 고등 과정을 모두 갖춰 한번 입학하면 무려 12년을 함께하는 학교. 그렇기 때문에 입학 전부터 설명회, 서류 전형, 면접 전형 등으로 서로를 살피고 선택의 확신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몇 가지 약속도 따라온다. 먹거리, 사교육 그리고 미디어 약속이다.

학교의 미디어 약속은 쉽게 말해서 아이들이 스마트폰, TV, 인터넷 등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중등 과정에 들어가기 전까지 집에서 TV 시청을 자제하고 휴대폰도 갖지 않는다(중등 과정에서는 피처폰부터 사용하며 음악, 게임, 인터넷 등을 시간을 정해두고 단계적으로 허용한다).
▲ 고양자유학교 겨울 풍경 이른 아침 일찍 출근한 선생님이 찍은 첫 눈 내린 학교 풍경
ⓒ 방울
왜 이런 약속을 하는지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SNS 중독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마트폰을 사주면서도 부적절한 앱이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 시간을 늘려 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제한을 풀어주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난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다

이쯤에서 큰 아이가 고양자유학교에 다니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야겠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막연하게 집 앞 초등학교로 가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막상 아이가 7살이 되고 입학을 앞두자 이게 최선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내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나의 유년 시절부터 돌아보았다. 좋은 추억도 많았지만 공교육은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학업 성적으로 줄 세워지는 느낌, 그 길에서 앞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입시를 향해 달려갔던 12년의 시간에 회의감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다.
▲ 비오는 날 고양자유학교 아이들이 비오는 날 노는 풍경
ⓒ 고양자유학교
아이는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놀거리를 찾아 헤맨다. 동생을 데리고 온갖 역할극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고 매달리고 구르며 몸을 써서 논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부터 보는 나와 달리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침대 옆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읽고 또 읽는다. 집은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어질러져 있지만 재잘 재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과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이 넘치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를 볼 때마다 고양자유학교에 보낸 것을 만족한다.

그렇게 선택한 고양자유학교는 감사한 선택이었지만 미디어에 관해서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었다. 한 번은 아이들과 신촌 거리를 걷다가 즉흥적으로 노래방에 갔다. 단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그런데 예상치 못한 함정이 있었으니, 노래 가사를 보여주는 노래방 기기 TV 화면에서 나오는 뮤직비디오였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다소 과격한 액션 나오자 아이는 평소 보지 못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울며 불며 나쁜 사람이 나온다고 난리가 났다. 그 즈음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고학년 자녀를 둔 선배 학부모들에게 이런 일화를 얘기하며 고민을 토로하자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한바탕 웃고 말았다.

고양자유학교를 만나고 나에게 찾아온 변화
▲ 1주기 아이들은 수업 중 고양자유학교 1학년, 2학년 아이들의 수업 모습
ⓒ 고양자유학교
고양자유학교를 만나고 나에게도 변화가 왔다. 가끔씩 스마트폰 앱의 알고리즘이 무작위로 보여주는 영상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 눈치를 보며 덜 사용하려고 노력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내가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멀리하자고 말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지만 학교에선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최근에는 <불안세대>라는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끼치는 스마트폰의 폐해를 바로 알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등 급변하는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가끔 선배 학부모들과 얘기하다 보면 어릴 때는 미디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비교적 쉽지만 사춘기가 다가오면 각 가정에서는 미디어 약속을 두고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하는 듯하다. 조금씩 미디어가 허용되면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휩쓸려 한동안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교육을 병행하며 아이들의 미디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현실 속 미디어와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더욱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런 환경과 격리되어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이가 이런 사회에서도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 학교의 약속을 따르고 학교의 교육 철학과 과정을 믿고 맡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AI를 대비하는 교육은 조금 더 큰 뒤에 배워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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