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김훈 작가 "어느 후보도 이 말을 안 한다"
[복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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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 김훈 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5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발족식 및 생명안전권리 선언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 ⓒ 이희훈 |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국회를 찾은 김훈 작가(77)가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 실종'을 지적하면서 꺼낸 말이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작가가 지적한 '그 부분'은 5년째 국회를 표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작가는 해당 법안이 정치 현안에 밀려 사실상 "사장됐다"라며 말을 이었다.
"마땅히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치 이슈에 밀려 가지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슈로 떠오르지 않고 그냥 사장돼 있는 것이에요.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 중에서 생명과 안전 이런 것이 맨 앞에, 선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것은 정당의 이념적 색깔과도 관련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누락돼 있는 게 참 답답한 거죠."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의 시간'이 열렸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지난 3월말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로 배달 노동자가 숨졌고, 지난 4일 전주 제지공장 맨홀에 들어가 작업하던 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산업과 생활의 현장에서 죽고 다치고 병들고 있다"라며 "죽음과 부상과 질병의 일상화로 사회 전체의 경각심과 감수성이 마비돼 사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작가가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요구하고 나선 생명안전기본법은 '안전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20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선 생명안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국회 소통관 1층 카페에서 김 작가와 10분 남짓 대화를 나눴다. 재난·산재 유가족 등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차담을 나누던 김 작가는 얼마 안 있어 기자가 앉아 있던 뒤쪽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와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단어들을 고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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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와 시민 참여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 ⓒ 복건우 |
"정당마다 지향성이 다를 수가 있지만 생명과 안전의 문제는 정당의 지향성과 관련이 없는 인간의 기본에 관한 문제잖아요. 이런 문제는 정치 이슈하고 관련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명안전기본법은) 마땅히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치 이슈에 밀려 가지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렇게 이슈로 떠오르지가 않고 그냥 사장돼 있어요. 그게 안타까워서 오늘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낸 것이죠. 잘 좀 반영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국민의힘에선 대선 후보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제성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의제가 실종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부분은 어느 후보도 말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 중에서 생명과 안전 이런 것이 맨 앞에, 선두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정당의 이념적 색깔과도 관련이 없어요. 그런데 그것이 누락돼 있는 게 참 답답한 거죠."
- 이번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가장 시급히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과 정책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후와 환경 문제,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노동의 형태가 급속히 바뀌어지고 있어요. 전처럼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노동의 형태가 전개되고 있잖아요. 하청 노동, 재하청, 계약직,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이렇게 노동의 형태가 급격히 다양화되고 바뀌어 가고 있는데 노동을 보호하는 입법이 안 돼 있어요. 그런 걸 공약으로 제시하는 게 시급한 일이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노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건 정당의 이념적 지향성과 관련이 없는 기본적인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거예요."
- 비상계엄 이후 다섯 달 동안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 있으십니까.
"글쎄, 그날 너무 충격을 받아가지고. 이 모든 일들이 결국 우리나라의 헌법적 질서 틀 안에서 정리가 돼 가고 있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큰 혼란이 왔지만 그것이 헌법 질서 안에서 수습이 돼 가고 있는 것이잖아요. (12·3 비상계엄은)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였지만 그 행위를 처리하는 과정이 헌법의 틀 안에서 처리가 되고 있으니까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 다섯 달이란 시간을 통과하며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하는 교훈이 있다면요.
"권력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죠. 권력을 자제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그렇지 않으면 (헌법 파괴 행위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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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비롯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이날 기자회견 첫 발언자로 나선 김 작가는 "여러 시민단체들과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지난 3월 10일 국회에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호소한다"라며 "이 기본법 위에서 더 진전된 법과 제도와 시행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로써 한국 사회는 광복 후 70여 년 동안 성과, 이윤, 속도, 경쟁을 향해 치달리면서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대한 역사적 과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오늘의 시점에서 이 법안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여러 후보와 정당들이 이 법안을 공약으로 채택해서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민들의 확인과 지지를 받아주시길 호소한다. 국민과 약속하고 국민의 편에 서주시기를 호소한다"라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에서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본법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제 말이 안 되는 이 비상식적 상황을 끝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라며 "이번 대선 때 모든 대선 후보들이 이 내용을 공약화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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