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화통’ 안고 사는 한국인… 사회적 정신건강 대응 나설 때

2025. 5. 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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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한국인 절반 이상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7일 발표한 연례 정신건강 조사 결과 대상자의 55%가 지속되는 울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비율도 50%에 육박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두 명 중 한 명은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가시지 않는 ‘울화통’을 끌어안고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런지, 원인을 파고든 항목을 살펴보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70%에 달했고, 불공정 인식이 강할수록 울분 수준도 높았다. 울분을 주는 정치·사회적 사안에는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부패’ ‘안전 소홀 참사’ 등이 압도적 비율로 꼽혔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 정신건강 수준을 낮게 평가한 이들은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구성원 절반이 고통스러울 만큼 화가 나 있는데, 심리치료 같은 걸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것을 뜯어보면 정부 국회 정당을 비롯해 국가를 운영하고 사회를 이끄는 이들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공정을 체감하지 못하고, 의사결정 기관은 부패해 보이고, 내 안전을 지켜줄 시스템은 미덥지 않은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 ‘울분 사회’의 기저에 있었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국민 정신건강을 우선순위에 올려 예방·치료·재활의 단계별 정책을 발굴하고 확대해 왔다. 이제 의료를 넘어 ‘사회적 정신건강’ 차원으로 시야를 넓힐 때가 됐다. 한국 사회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높여가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 유대감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스트레스와 울분을 느낄 때 ‘혼자 참는다’는 답변이 4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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