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지렛대 부러뜨린 한덕수 "단일화 안 되면 후보 등록 안해"

박수림 2025. 5.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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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사퇴 요구는 단일화 아냐, 시한은 11일"... 김문수 시간끌기 하면 선택지는 출마 포기뿐

[박수림, 남소연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단일화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않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회동을 2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나온 입장이다.

또 한 후보는 "이미 단일화 방식에 대한 모든 결정을 국민의힘에 일임한 바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 저는 응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단일화, 어떤 방식이든 좋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의 회동을 앞둔 7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맨하탄21빌딩에 있는 자신의 캠프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주제는 '후보자 입장 발표' 외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공지한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한 후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준비해 온 A4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어서 그 안에 담긴 내용을 힘주어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저는 한 평생 권력과 무관하게 살아왔다"며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고 바란 적도 없다"라고 운을 뗐다.

한 후보는 "정치가 사라진 지난 3년간 생애 처음으로 정치의 역할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며 "진영을 불구하고 저는 지금의 한국 정치를 정치라 부르고 싶지 않다. 한국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폭력, 그것도 아주 질 나쁜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래서 대선에 출마했다. 바로 개헌, 통상 해결, 국민 동행을 약속했다. 이제는 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대한민국 경제 기적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정부는 한덕수 정부가 아니라 여기 동의하는 모든 사람, 바로 여러분의 정부가 될 거라고 약속드렸다"라면서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 어떤 방식이든 좋다. 여론조사도 좋고, TV토론도 좋다.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그 어떤 절차에도 저는 아무런 불만 없이 임하고 결과에 적극 승복하겠다"면서 "이미 단일화 방식에 대한 모든 결정을 국민의힘에 일임했다. 결정하고 바로 실행하면 된다. 저에게 물을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단일화의 세부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전혀 없다. 저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며 "투표용지 인쇄 직전까지 국민들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퇴장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이 긴급 기자회견 직전에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는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단일화는 너무나 분명한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저는 단일화 실패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랬던 한 후보는 간담회가 끝난 후 갑작스럽게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단일화 무산 시 대선 포기를 선언했다.

한 후보가 단일화 실패시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문수 후보가 당내 압박이 만만치 않지만 단일화 명분과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이유로 시간끌기에 나설 경우 한 후보의 선택지는 출마 포기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한 후보와의 1:1 단일화가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등 범보수 대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구상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간끌기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정현 "남은 시간 4일, 의지만 있다면 단일화 일사천리"

한 후보측은 이날 한 후보가 밝힌 입장은 사퇴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아니라 "단일화를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당이 강력한 안을 마련하라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하면서 단일화 시한으로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제시했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한 후보가 어떤 조건이든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했는데 김 후보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퇴를 요구한다면 응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그건 단일화가 아니잖아요"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단일화는 한 후보가 국민의힘이라는 당과 국민의힘의 후보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단일화에 대한 조건과 그밖에 모든 절차 등을 제안하면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 대변인은 취재진이 '단일화 시한은 언제로 생각하는지' 묻자 "후보 등록일인 11일 전까지"라고 답했다. 이어 "(단일화의) 상대 주체는 당이다. 단일화를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당이 아주 강력하고 실천적인 안들을 마련하라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김 후보와의 회동에 대해 "당연히 원래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회동에서) 단일화를 실질적,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 등록 마감까지) 4일 남았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만 결정되면 단일화는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김 후보 캠프는 이날 오후 6시 두 후보가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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