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왜 이리 인기 있을까, 몇 가지 재미있는 해석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2025. 5.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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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성적 무관한 프로야구 열기… 스포츠를 바라보는 팬들의 코드가 바뀌고 있다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4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요약: 국내 프로야구가 지난해 1천만 관중 유치를 넘어 올해도 인기를 몰아치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의 국제무대 경쟁력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시장 규모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누린 여자배구도 최근 몇 년간 인기 스포츠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태국에도 지는 등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내수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성적과 국내 인기는 비례 관계에 있다고 여겨진 상식이 깨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의 스포츠 발전 전망에 대한 다양한 연구 아이템을 제공한다. 일단 팬들이 바라보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의 성적이라는 외부 환경적 요소가 국내 스포츠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면, 지금은 스포츠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일상이 되면서 과거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호학적으로는 스포츠를 바라보고, 즐기는 팬들의 코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김창금).

스포츠 사회학 차원에서도 스포츠에 대한 정의는 달라지고 있다. 가령 국내 프로야구의 여성 팬 유인 효과는 '보는 스포츠'로 실제로 '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를 문화로 즐기는 세대들이 성장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스포츠의 영역은 확장되고 있다(장익영). 세대 간 갈등, 불공정의 문제에 직면한 젊은 층이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규칙에 의한 대결이 이뤄지는 경기장을 찾는다는 시각도 제시됐다(오태규). 한국인의 기질이나 역사에서 야구가 축구보다 팬들에게 호소력이 강한 측면도 있다. 축구는 아무리 멀리서 때려도 한 골이지만, 야구의 홈런은 4점을 주는 특징이 있다(김세훈). 스포츠 종목 단체나 프로리그의 리더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누가 리그나 연맹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리그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이다(김완태).

토론 참가자: 장익영 한체대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김완태 전 프로농구 엘지 단장,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일시: 4월 27일 줌 토론

프로야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어떤 코드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인 문법의 변화라고 얘기할 수 있다. 또 코드가 한번 바뀌기는 어렵지만, 바뀌면 일정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자: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 프로 스포츠의 가능성이다. 국내에서의 종목 인기가 반드시 국제무대에서의 성적과 비례하지는 않는 현상도 주목된다. 이것은 시대적인 변화이며 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층적으로 경제적·물질적 여유가 생겼고,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심층적으로는 스포츠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코드가 바뀐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약 프로야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코드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무의식적인 문법의 변화라고 얘기할 수 있다. 또 코드가 한번 바뀌기는 어렵지만, 바뀌면 일정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히 프로야구 경기장에 여성 관중이 늘었다는 현상적인 것 이면에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세계관의 변화, 더 근본적으로 기호학적 코드의 변화가 있다고 본다.

장익영 교수: 스포츠가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래서 신체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춰온 게 스포츠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이었다. 그런데 사회학적으로 보면 신체적인 활동뿐만이 아니라 정의적이나 혹은 인지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스포츠 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20~30대 여성의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이 그분들이 직접 야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야구만큼 가장 차별적인 스포츠가 없다. 젠더 측면에서 보면, 야구는 여성들의 참가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야구가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들이 주변화돼 있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여성 팬들이 늘어났고 야구에 대한 지식 정보 차원에서 참가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특정 팀이나 선수를 좋아해서 야구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관중 문화 변화 현상을 사람들의 스포츠 인식 코드의 변화로 바라보는 시각은 새로운 방식인 것 같다.
 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말 1사 2루 한화 황영묵이 최인호가 뜬공을 날리자 2루에서 3루로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025.5.6
ⓒ 연합뉴스
사회자: 장 교수님 말씀대로,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의 구분 경계는 달라지는 것 같다. 직접적인 스포츠 참여율은 떨어진다 할지라도 여성들이 특정 스포츠를 보고 즐긴다면 그것도 스포츠 활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두 세대 정도가 지나면서 갈등이 아니라 화합으로, 스포츠를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세대가 등장했다. 사실이 그렇다. 한화 이글스 경기를 자주 보지만, 진짜 지겹게 많이 진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서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오태규 연구원: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는 1982년이다. 40년 이상 됐는데 한국 사회가 지난 4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군대에 83년인가, 84년에 입대를 했는데, 그때 군대에 가면 정말 살벌했다. 특히 영남과 호남의 프로팀이 맞붙을 때는 중간에 있는 병사들이 설자리가 없었다. 저는 다행히 충청도 출신이라 그런 거에 휘말리지 않았는데, 내무반이 양쪽으로 롯데 응원팀, 해태 응원팀으로 쫙 갈려 소리도 못 냈다. 나중에는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전투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두 세대 정도가 지나면서 갈등이 아니라 화합으로, 스포츠를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세대들이 등장했다. 사실이 그렇다. 한화 경기를 자주 보지만, 진짜 지겹게 많이 진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서 끝까지 응원하고 열성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문화가 이제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사회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문화적인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일어난 탄핵 국면과 비유한다면, 예를 들어 촛불 세대가 응원봉 세대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촛불 세대가 주도했던 시대에서 응원봉 세대가 주도하는 식으로 바뀌듯이, 스포츠 관중도 승부 차원에서만 보지 않고 자기표현의 측면에서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완태 단장: 프로야구의 인기 배경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여성을 끌어들이려는 구단들의 노력이 있었다. LG 트윈스의 경우 여자 대학에 선수들이 가서 야구의 규칙 같은 것을 소개하면서 야구를 알리려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동시에 기업이든, 정치든, 스포츠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허구연 현 KBO 총재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리더의 역할, 소통을 잘하면서 전체적으로 KBO의 질을 끌어올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해설위원 시절에도 스포츠를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런 점을 높게 사고 싶다.

또 과거에는 특정한 구단이 우승을 독식했지만, 요즘에는 꼭 한 팀만이 우승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사이에 리그 전체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고, 각 구단의 팬 친화적인 홍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이 인기의 비결 같다.
 젊은 여성 야구팬들이 잠실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사회자: 구단의 마케팅 활동도 중요하고 연맹의 총재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 같다. 오태규 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변화가 스포츠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통찰력을 준 것 같다.
야구는 공수 교대가 이닝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중은 놀면서 친구들끼리 얘기도 하고 술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한다. 축구는 그냥 90분 내내 선수는 뛰고, 관중도 지켜봐야 한다. 여유롭게 즐기고 응원하는 야구 문화가 한국 사람들의 풍류 기질과 맞는 것 같다.

김세훈: 국내 리그가 잘 되면 국가대표팀이 안 돼도 된다는 식의 논의도 중요한데, 그것보다 왜 야구의 인기가 높을까 생각해 봤다. 저는 한국 사람들이 기질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야구 쪽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풍류 문화라고 할까. 운동하고 술도 먹고 뭐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 빼고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는 공수 교대가 이닝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중은 놀면서 친구들끼리 얘기도 하고 술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한다. 축구는 그냥 90분 내내 선수는 뛰고, 관중도 지켜봐야 한다. 여유롭게 즐기고 응원하고 하는 야구 문화가 한국 사람들의 풍류 기질과 맞는 것 같다.

사회자: 재미있는 발상이다. 풍류 문화도 있지만 매일매일 경기하는 방식도 이점을 누리는 것 같다. 가령 특정 선수나 이슈, 주제에서 관심이 일주일 내내 지속하고 발전할 수 있다.

김세훈: 야구는 거의 매일 하게 되면서 리그가 중심이 됐다. 매일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축구는 일주일에 한 번 한다. 더욱이 야구는 해외 경쟁 리그가 별로 없다. 선수들 잘하면 미국이나 일본에 가는 정도다. 축구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등 경쟁 리그가 너무 많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야구는 세계적 수준이다. 반면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우리나라 축구는 유럽의 리그보다 조금 떨어지는 제품으로 보인다. 야구는 아무래도 국내 리그 중심이고, 기자들도 국내 리그를 중심으로 다루니까 팬들이 좋아한다.

사회자: 야구는 국내 리그 중심으로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야구는 국내 리그 중심, 축구는 여전히 국제무대 활동이 중요한 것 같다.

농구는 지금 거의 존재감이 없는 것 같은데, 리그가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문제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김완태: 스포츠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그게 국제냐, 국내 스포츠냐를 떠나서 아까 말했던 리더십을 강조하고 싶다. 저는 프로농구 쪽에서 일했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리그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소통해야 한다. 사실 농구는 지금 거의 존재감이 없는 것 같은데, 리그가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문제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사회자: 프로농구연맹인 KBL은 회원 구단이 돌아가면서 3년간 총재직을 맡는다. 총재 선임의 어려움이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를 갖춘 총재나 집행부가 들어서기가 어려운 구조다. 리더십의 문제가 나오는 이유 같다. 인구 감소시대, 고령화 시대와 연결해서 앞으로 프로 스포츠가 존속할 수 있느냐도 생각해 보자. 스포츠 팬들이 자꾸 창출되고, 종목별로 연맹이 대중과 소통하면 프로 스포츠 시장이 마냥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다.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는 분야다. 한국에서는 정치도 그렇고 돈 버는 것도 그렇고 규칙이나 정도를 어겨야 흔한 말로 성공한다.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느끼는데, 그래서 젊은이들이 경기장에 몰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태규: 너무 큰 주제다. 인구 문제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의 모든 분야에 미치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스포츠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저는 프로 종목별 비교를 평면적으로 할 때는 차이가 나고, 거기에 리더십 차이도 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비교를 하면, 한국 스포츠가 나름대로 질적으로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승부 중심주의에서 즐기는 쪽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 같다.

또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는 분야다. 한국에서는 정치도 그렇고 돈 버는 것도 그렇고 규칙이나 정도를 어겨야 흔한 말로 성공한다.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느끼는데, 그래서 젊은이들이 경기장에 몰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축구는 이래서 문제고 야구는 저래서 문제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분야보다는 훨씬 더 좋게 바뀌는 것 같다. 축구를 보면 예전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다.

김세훈: 지금 남자 프로농구 관중 천 명일 때도 있다. 농구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다. 농구는 지금 중학교·고등학교에서 제일 많이 하는 종목인데, 리그가 망하고 있다. 이게 왜일까. 사회가 바뀌고 스포츠의 공정성 등 의미가 있다고 하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농구는 이 상황에서 왜 흥행을 못 하는가. 일단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하거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봉은 높다. 연봉 2억~4억 원의 여자농구 선수들이 많은데, 더 잘하는 외국 선수들보다 훨씬 높은 액수다. 국내리그가 편하니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야구·축구는 지금 독립 법인이 됐지만 농구와 배구는 아직도 대기업의 홍보팀 수준이다. 열심히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다. 또 어린 선수 육성하는 데 관심이 없다. 배구는 김연경도 떠난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4월 29일 경기도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수원 KT 소닉붐과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KT 허훈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25.4.29
ⓒ 연합뉴스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데다, 선수들 자체의 동기부여도 많이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배가 부른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는 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익영: 엊그제 여자배구 올스타가 태국하고 경기했다. 태국이 많이 올라왔지만,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태국하고 경기하는 데도 진다. 또 아시아 쿼터로 한국 여자배구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사실 너무 잘한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데다, 선수들 자체의 동기부여도 많이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배가 부른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는 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배구의 경우 국제 경쟁력을 염두에 두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 대충 해도 몇억씩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고교 배구팀의 최고 목표는 좋은 선수 육성보다는 졸업하자마자 프로로 보내는 것이 됐다.

사회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한국 프로스포츠의 국제 경쟁력과 국내 스포츠의 팬 열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특히 인구 감소 시대의 전망을 고려하면서 얘기해 보자.

장익영: 기본적으로는 선수의 경기력과 관중 눈높이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다른 종목들은 모르겠는데 야구는 인구감소 시대에도 어느 정도의 흥행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미국의 MLB에서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백인 남성이 주류다. 소득 수준도 연 7만달러 이상의 사람들이 MLB의 주 관중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30대 여성 혹은 남성 등 엠제트 세대들이 많이 본다. 작년 KBO 조사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야구장 방문에는 가성비가 있다. 1만8천원~2만 원의 입장료에 식음료비를 추가하더라도 3만 원으로 4시간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대도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20~30대 젊은 팬을 흡수하는 등 다른 종목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국제 경기력 측면에서는 야구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 선수 육성 시스템 자체도 현장 상황이 좋지 않다. 배구, 농구는 선수로 팀을 채울 수가 없을 정도여서, 한 팀에 5~6명이 경기를 하는데, 초등, 중등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 심각하다. 이런 부분의 문제가 결국은 관중들의 눈높이와 괴리를 불러온다. 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지금은 조금 떨어졌지만 세계 톱 수준에 들었고, 그런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축구, 농구, 배구는 국제 무대에서 기량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관중 동원력과도 관련이 큰 것 같다.

사회자: 축구는 여전히 국제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장익영: 여전히 국제 경쟁력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한국 축구의 국제 경기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국내 리그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야구는 그렇지 않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땄고, WBC 4강 등으로 우리의 인식에서 야구는 국제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농구의 경우 우리 프로리그를 미국의 NBA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NBA 농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 어린이가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025.5.5
ⓒ 연합뉴스
사회자: 오태규 연구원이 세대 간 갈등을 말하면서,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성의 영역인 스포츠가 젊은 세대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말씀은 인사이트를 준다. 스포츠 영역이 우리 사회에 줄 수 있는 의미나 발견 같은 것 또는 사회가 스포츠에 줄 수 있는 어떤 시각이 있다면 얘기를 해보자.
농구 단장 시절 KBL 이사회에서 제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시아 쿼터제였다. 스포츠 산업과 일자리, 중계권 판매, 국제 경쟁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에 냈던 아이디어가 3~4년 전에 실행됐다.

김완태: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1만 2천 세대가 살고 있다. 집사람한테 얘기를 들으니까 여기 입주한 지 한 3~4개월밖에 안 됐는데, 그동안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80명에 육박한다고 했다. 젊은이들한테 어떤 기회를 주면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저는 이것을 스포츠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야구 종목에 비해서 농구나 배구 쪽은 선수 수급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 결국은 그 영역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생각이 그 정도밖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구 단장 시절 KBL 이사회에서 제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시아 쿼터제였다. 스포츠 산업과 일자리, 중계권 판매, 국제 경쟁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에 냈던 아이디어가 3~4년 전에 실행됐다. 집행부나 이사회에서 좀 더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

사회자: 아시아 쿼터 얘기를 했지만 선수 수급이 어려울 때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와서 경기의 질을 높이고, 출신국에 중계권도 팔고 하는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가 팬들을 유입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오태규: 인구가 늘지 않으면 스포츠 인구도 줄게 되고 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종목별로 차이가 있고, 시장도 확장할 여지가 있다. 인구 감소 속도에 비해서 젊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경기장을 찾고 있다. 야구를 비롯해서 스포츠 종목은 사회 다른 영역과 다르다. 돈 있는 사람들이 규칙과 관계없이 지배하고 권력을 누리는데, 경기장에 가면 선수들이 규칙에 따라 이기고, 지면 승복한다. 저는 그런 문화들이 있다고 본다. 또 야구장 관중들은 노트 표지나 종이 판지에 자기의 한마디 말을 써 갖고 가고, 카메라가 잡아주면 좋아한다. 옛날과는 달리 자기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연맹이나 단체 등 공급자가 아니라 관객의 측면에서 보자는 얘기다. 반대로 스포츠 주체나 단체들은 관객들의 변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에 따라 관중을 더 끌어올 수도 있고, 관중의 감소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다수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이런 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봤을 것이다. 또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있고, 자기 지역팀을 응원하는 찐 팬들, 찐 팬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구단도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한다.

김세훈: 오태규 선배 말씀에 부분적으로 동의는 하는데 저는 젊은 친구들이 지금 스포츠 쪽으로 몰리는 이유가 첫 번째는 학교 체육 교사들의 기여가 컸다고 생각한다. 지금 야구나 배구장의 많은 여성 팬들은 제가 그들한테 물어본 건 아니지만 아마 다수는 중학교·고등학교 때 이런 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봤을 것이다. 또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있고, 자기 지역팀을 응원하는 찐 팬들, 찐 팬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구단도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장익영: 두 분 말씀에 공감한다. 다만 관중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문화뿐만 아니라 저변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야구를 보고 축구를 보고 농구, 배구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본다는 것은 결과 혹은 경기력, 선수들의 능력과 관련이 있고,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것이 또 국제 경제력, 전문 체육 시스템하고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즉, 관중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요소들 가운데, 근본적인 부분은 우리가 좋은 선수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스포츠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우리의 투자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완태: 선수와 지도자들이 한국 밖의 무대에 많이 나가고, 서로 교류하며 뛸 수 있도록 국제적인 협업 체제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단기적으로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자: 오늘 여러 좋은 의견 주신 것에 감사하다. 이것으로 토론회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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