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범 장군'이 손짓하자, 법정에서 교도관들이 보인 모습 [김형남의 갑을,병정]
[김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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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법원 |
| ⓒ 연합뉴스 |
이날 출석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여유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피고인석에 좌정하고 방청석 쪽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누군가에게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재판을 보러 온 가족에게 인사를 하나 싶었지만 손짓에 반응한 사람은 군복을 입은 교도부사관이었다. 구속된 피고인을 국군교도소에서 호송해 온 교도관인데, 이 전 사령관은 그에게 손짓으로 서류가방을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교도부사관은 경위를 통해 이미 피고인석 발밑에 가져다 두었다고 답했다. 이상한 일이다. 대관절 어느 재판에서 구속 피고인이 교도관에게 손짓으로 물건을 갖다 달라고 한단 말이며, 교도관이 알아서 그걸 챙겨준단 말인가?
어쩌다 벌어진 해프닝인지, 원래 그렇게 해온 것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유심히 지켜보던 차에 증인신문이 시작되었다. 때마침 이 전 사령관은 신문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퇴정했다. 그런데 이 전 사령관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교도부사관에게 서류가방을 건넸고, 빈손으로 퇴정했다. 모양새가 구속 피고인과 교도관의 관계라기보다는 장군과 부관 같아 보였다. 실제 법정에선 경위들이 피고인들을 '피고인'이 아니라 'OOO 장군님'이라 존칭해주기도 한다.
'OOO 장군님'으로 불리는 내람범들
이 전 사령관의 이상한 태도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날 오후에는 이 전 사령관의 참모였던 김문상 전 수방사 작전처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계엄군 헬기의 서울 공역 진입을 '허가받지 않은 야간 긴급비행'이란 이유로 세 차례 거부한 사람이다. 그런데 김문상 전 처장이 진술하는 동안 이 전 사령관은 반복해서 피식 웃거나, 얼굴을 감싸쥐고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직속상관이었고, 3성 장군인 이 전 사령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진술하고 있는 하급자 증인을 보며 웃음 등으로 특정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증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는 행동이다. 그의 의도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 전 사령관은 김 전 처장 외 다른 증인을 신문할 때에도 계속 이런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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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2025년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의명 행동화 절차를 구상해 보았습니다.
최초 V(VIP)님 대국민 연설 실시 전파 시
1. 전 장병 TV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2. 전 부대 장병 개인 휴대폰 통합 보관 조치 및 영내 사이버방 인터넷망 폐쇄 지시
3. 출동하는 ㅇㅇㅇTF 병력 대상 흑복 및 안면마스크 착용, 칼라 태극기 부착, 야시장비 휴대, 쇠지렛대와 망치, 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4. 특정경비구역 경계병력 의명 출동 준비
5. 사령부 포함 사여단급 부대 위병소 폐쇄 시행
6. 외부 언론들의 접촉시도 차단 (...)
그러나 대테러작전 사전 준비였다는 변명이 궁색하게도, 곧 이어 법정에 현출된 증거 중에는 12월 3일 22시 37분 자 '사령관님(이진우) 지시'가 있었다.
- 사령부 위병소 폐쇄 및 통제(기자 및 불순분자 활동 농후에 따른 부대 방호 철저)
- 전부대는 간부, 당직근무자 포함 전 장병 스마트폰 통합 (보관)
- 사령부 위병소 앞 장갑차 2대 배치 (...)
스스로 전날 쓴 '의명 행동화 절차(명령이 하달되었을 때의 행동 절차)' 메모와 판박이인 지시사항을 내려놓고 무슨 통상적인 테러 대비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4월 30일에 열린 군사법원 공판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2024년 10월 1일, 윤석열과 김용현, 군 사령관들과 모인 자리에 관해 진술한 진술서 내용 일부가 공개되었다.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너무도 귀하다고 생각하여 세상 얘기나 과거 얘기보다는 대통령 혼자 직접 경험하는 것을 듣고 싶어 경청하고 질문하였습니다. (...) 회식을 마칠 때쯤 대통령께서 다음에 만날 때는 직접 김치찌개를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윤석열과 헛된 꿈을 꾸며 충성을 다짐하고 비상계엄을 준비할 땐 언제고 제각기 죄를 벗어나고자 앞뒤 맞지 않는 말을 반복하는 장군들이 우리 군을 이끌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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