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조희대, 왜 무리수를 뒀을까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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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의 의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은 전례없는 속도전을 펼친 끝에 5월 1일을 선고일로 잡은 점입니다. 대법원은 각급법원 전체의 재판과 선고 일정을 손바닥보듯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고법 판결과 재상고 절차를 감안하면 도저히 6월 3일 대선 전에 최종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걸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이후 판결을 하자니 사실상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돼 감당해야 할 위험지수가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조희대 대법원'이 노린 것은 이재명 독주 체제로 진행되는 현재의 선거판을 흔들자는 계산이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조희대의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이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상 유죄 확정이라며 이재명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김문수든, 한덕수든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당 전체가 똘똘 뭉쳐 대선운동 내내 이재명 범죄자 프레임 하나로 승부를 걸 게 명확합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기세가 꺾였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고 일부 중도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표도 나옵니다. 대법원으로선 대선판을 완전히 깨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판세를 요동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대법원은 혹여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를 순순히 인정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대법 판결로 미뤄 대법원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선거법 위반 재판 말고도 이재명이 받고 있는 4개의 재판이 그대로 진행될 거라는 얘깁니다. 대법원이 차기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되면 새 정부는 기능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한다 해도 결론이 나기까지 수 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새 정부가 힘있게 개혁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출범 후 1년 정도인데, 또다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권력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수 사법 엘리트들이 정치 위에 군림하면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법 엘리트들, '법치' 자신들 기득권 수호 위해 활용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서 보듯 우파 사법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헌법과 법률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우월감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들은 위헌과 불법을 저지르면서 국민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모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법치'를 기득권 법조 엘리트들의 아성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활용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국민의 상식과 사법 엘리트들의 괴리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에 앞장 선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법관들에게 귀감이 될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는 2011년 한 연설에서 "재판권은 법관이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 행사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관들은 국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았다"면서 '선출되지 않은 법관'의 사법 자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만이 사법부가 제 기능을 하면서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민의 전폭적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존재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선에 개입한 황당한 판결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조희대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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