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요 느는데 현장은 고령화…"특급 감리 제도 개선 절실"
기후 위기로 산불·태풍 등이 잦아지면서 전기 인프라 시설 피해가 늘고 있다.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춘 전기 기술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전기·전력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은 전기 기술자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동환 한국전기기술인협회(전기협) 회장은 “현장에서 감리 수요는 특급에 쏠려 있는데, 기술사들은 고령화되고 젊은 특급 감리사는 없어 현장이 아우성”이라며 “80~90대 기술사를 부축해 현장에 모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급 감리원 부족은 업계의 오랜 고민이다.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감리원은 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구분된다. 대형 건축물, 산업 설비, 데이터센터 등 전력설비 용량이 크거나 난이도 높은 공사에는 특급 감리원이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특급 감리 자격은 기술사로 제한된다. 기술사 시험 합격자는 한정적인데, 다른 경로로 승급할 길도 막혀 있다. 김 회장은 “경력이나 학력을 바탕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특급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전기 분야만 기술사 요건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소방·엔지니어링 등은 이미 제도가 완화됐다.
열악한 처우도 청년 인력 유입을 막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 업무는 현장 상황이 험하다고 피할 수 없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전봇대 위 설비가 고장 나면 비를 맞으며 고쳐야 하고, 한밤중에도 공장 설비를 고치러 나가야 한다. 김 회장은 “산업부 고시로 표준 품셈이 정해져 있지만, 실상은 단가의 50~60%만 받고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거절하면 일감을 잃게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30년 넘게 전기를 업으로 다뤄온 자칭 '전기쟁이'다. 그는 “전기는 공공재"라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전기 기술자 집단이 될 수 있게 기반을 만드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전기협이 전국에 재난 지원단을 꾸려 화재·수해 발생 시 전기 복구를 지원하는 이유다. 전기협은 전기 설계·감리·안전관리 기술자들이 가입한 법정 전문인 단체로, 회원 수는 13만5000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전기가 없으면 모든 게 셧다운되는 시대”라며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요에 맞춰 기술자들도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전문성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협이 주최하는 ‘2025 국제 전기전력 전시회(EPTK)’는 오는 14~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며,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 산업의 최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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