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망했다? 복지관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다른 현실
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최은영 기자]
한 독일 유튜버 채널( 쿠르트게작트)가 만든 < Korea is over (한국은 망했다) >라는 영상이 화제였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한국은 필연적으로 망할 거라는 내용으로 공개 약 3주가 지난 지금 조회수 1100만 회를 넘겼다. 일부 한국 유튜버들이 이 영상을 근거로 해, 한국은 진짜 망했다는 분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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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 is over 썸네일 한국어 자막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한다 |
| ⓒ 유튜브 |
예를 들어, A 어르신은 맞벌이하는 딸을 대신해 손주 둘을 돌본다. 그러면서도 돌봄에 인생이 얽매이기 싫다며 틈틈이 여행을 떠난다. 얼마 전에는 보름짜리 북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오셨다. 돌아오신 뒤에는 그 기행문을 시리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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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수업에 집중하는 어르신들 말이 문장이 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
| ⓒ 최은영 |
그런데 이분들 일상을 보면,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한 자원봉사나 소일거리가 아니다. 손주를 돌보는 일도, 센터장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끄는 일도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다. 글쓰기 수업에 나오는 어르신 중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자식과 손주의 삶을 뒷받침하는 등, 남을 돕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을 보며 '노인은 청년이 돌봐야 할 짐'이라는 말은 너무 단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누구의 짐인가. 결국 사람 나름이다.
A 어르신의 여행은 비행시간만 30시간이다. 40대인 나도 선뜻 떠날 엄두가 안 날 시간인데, 이 분은 괜찮으시단다. 손주들과의 일상은 더 대단하다. 나보다 나은 체력, 나보다 섬세한 손길로 아이들을 돌보신다. 나는 그 노하우를 자주 배운다.
B 어르신은 과거 전공을 살려 센터장 일을 하면서도, 100세 가까운 노모를 집에서 모신다. "엄마랑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냐"며 웃으신다. 그 미소는 돌봄이 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삶은 의외로 강인하다. 나이가 든다고 작아지지 않는다. 때로는 더 단단해진다.
'돌봄 대란' 얘기하지만... 희망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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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원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
| ⓒ 정희원 |
일본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개인의 생산성을 높인 결과 여전히 경제 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5년 '성공적 노화 계획(APSA)'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Age Well SG'라는 지역사회 중심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서로 돌보는 노후'다. 시설이 아닌 마을이 노인을 품는다. 정희원 교수가 주장했던 내용과 싱가포르의 정책에 유사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복지관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사람은, 비교적 건강한 다른 노인이다. 이런 돌봄을 통해 한 사람은 끼니를 해결하고, 다른 한 사람은 운동 효과로 근감소를 막는다. 선순환이다.
누가 미래를 만드는가... 노인은 짐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물론 우리는 아직 일본이나 싱가포르만큼 잘 준비되지는 않았다. 정책은 미비하고, 연금개혁처럼 세대 간 입장이 첨예한 이슈도 많다. 노인의 높은 투표율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희원 교수는 "제대로 된 정책과 국민 합의를 도출하면 한국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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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원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
| ⓒ 정희원 |
노인은 짐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단지 우리가 그 가능성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한국 사회가 지금 필요한 건, '노인을 돌볼 사람'을 찾을 게 아니라 '노인을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망했다는 체념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내는' 서사가 남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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