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0189’의 비밀? 참모 22명도 뒷번호가 같다
“측근 과시 목적도 있을 것” 지적도
李 “특별한 의미 없다” 직접 설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그의 정치 태동기 측근들인 성남시장 시절 참모들은 휴대전화 뒷번호 ‘0189’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뒷번호 ‘0189’가 성남 패밀리를 식별할 수 있는 코드”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도 이 후보 본인을 포함해 몇몇 참모들은 이 번호를 여전히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주변에서 비슷한 번호가 여러 개 등장하면서 한때 ‘대포폰’ 의혹까지도 제기됐던 ‘문제적’ 전화번호기도 하다. 논란 이후 한 번 바꿀 법도 한데, 이 후보와 참모들은 여전히 해당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 번호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 후보 주변엔 왜 이 뒷자리 번호가 많은 것일까.

기록에 따르면 ‘0189’를 사용한 시초는 이 후보로 보인다. 이 후보 본인이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됐던 2010년 11월 처음 이 번호를 개통했다. 이 후보는 지금도 해당 번호를 사용 중이다. 시기상 주변 참모진도 이 휴대전화 뒷번호를 따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명 시장 3년차인 2013년 1월에는 갑자기 ‘0189’로 끝나는 휴대전화 10개가 새로 개통됐다. ‘복심’으로 불린 정진상 당시 정책보좌관을 비롯해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일부 비서관들이 사용자로 기록됐다. 의전이나 일정 담당 비서관들 대다수가 포함됐다. 한 참모는 같은 시기에 ‘0189’로 끝나는 휴대전화를 동시에 2대나 개통해 사용한 기록도 있다.
이후 몇 차례 더 개별적으로 ‘0189’ 번호가 추가로 개통됐는데, 이들 중 핵심 참모로 활약했던 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성남시청 초기 ‘정진상 라인’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성남 출신의 한 인사는 “숫자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고, 단지 시장님의 번호를 따라 썼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0189’를 사용하고 있는 한 인사는 “주로 정무직 비서관들이 대체로 ‘0189’ 공용폰을 썼다”며 “숫자에 큰 의미는 두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비롯해 ‘0189’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경우도 있다. 이 후보의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 ‘0189’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한 인사는 “쓰던 공용폰 번호를 계속 쓰는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한 인사는 “상사의 휴대전화 뒷번호까지 따라 쓰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공조직 내에서 불필요한 사조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도 “리더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측근 실세’임을 시청 내·외부에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임 은수미 성남시장 시절에도 시장실 소속 11대의 휴대전화 뒷번호가 모두 은 시장의 휴대전화 뒷번호와 같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일부 이메일 계정에서도 숫자 ‘0189’를 포함한 적이 있다. 또 인터넷에 자신의 개인 번호가 노출됐음에도 굳이 이를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이 후보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숫자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이 후보가 직접 선택한 숫자라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9년 1월을 상징하는 숫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사법연수원 시절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강을 인상 깊게 듣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저서 등을 통해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 후보는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절의 경험을 발판 삼아 정치권에 입문했다. 한 인사는 “훗날 정치에 참여했지만 인권변호사로서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1989년 1월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 낸 번호일 수도 있겠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후보가 조선의 정조를 좋아하는 점을 근거로 정조와 관련된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숫자로 추측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조를 전공한 역사학자 출신의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정조와 딱히 관련 있는 숫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뒷번호 ‘0189’의 의미에 대한 여러 해석과 추측에 대해 이 후보에게 메시지로 직접 물었다. 이 후보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짧게 답을 보내왔다.
여러 참모들이 ‘0189’ 번호를 함께 쓰다 보니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주요 사건 관계인과 이 후보 참모들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던 중 ‘0189’로 끝나는 한 휴대전화 번호의 실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이 후보 측 변호인은 수행비서였던 이모씨의 번호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행비서가 소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후보가 사용했던 휴대전화가 아닌지 의심했었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당시에는 ‘0189’로 끝나는 휴대전화 번호로 이 후보의 선거운동 문자가 뿌려져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당에서 “후보의 번호를 가져와 당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이 번호 역시 성남시장 시절 한 참모 명의로 개통됐던 번호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0189’번호를 굳이 숨기지 않고 먼저 공개한 바 있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이던 2016년 검찰로부터 통신 조회를 당했다며 ‘업무용 휴대폰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가운데 번호를 지우고 사진을 올렸지만, 업무용 휴대전화 뒷번호가 대부분 ‘0189’로 적혀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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