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현장르포] ① 수많은 관중과 수많은 스타, 역대 가장 화려한 ACLE의 이면
[풋볼리스트=제다(사우디아라비아)] '풋볼리스트'는 국내 언론매체 중 유일하게 새로 개편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4강과 결승전을 현장 취재했다. 왜 아시아가 더 화려해지고 있는지, 직접 느낀 사우디아라비아 관중들은 어땠는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클럽 축구계에서 한국 팀들은 어떤 모델로 경쟁해야 할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업무강도는 느슨하고, 술과 도박을 비롯한 유흥거리가 없다. 한낮이 너무 덥기 때문에 느지막이 일어나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흔하다. 이 도시의 주민들이 에너지를 터뜨릴 수 있는 드문 장소가 관중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는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로 가는 길목이자 사우디 제 2의 대도시라는 걸 제외하면 외국인들이 접할 일 없는 곳이었다. 여기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의 첫 파이널 스테이지가 진행됐다.
AFC는 2024-2025 ACLE를 출범시키면서 유럽과 비슷한 방향을 잡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유럽축구연맹(UEFA)과 방향성이 같았다. 대회 종류를 늘려 더 실력이 떨어지는 리그에서도 참가할 수 있는 국제대회를 마련해 줬다. 최상위 대회에서는 리그 스테이지 도입으로 강팀끼리 벌이는 맞대결을 확대했다. 이번 시즌 ACLE는 총 24팀이 참가해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따로 리그 스테이지를 진행, 16강을 먼저 가렸다. 16강전만 가까운 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렀다.
파이널 스테이지는 우승으로 가는 최종단계이자, AFC가 축제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이벤트다. 결승전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올라갔던 기존 대회와 달리, 8강 진출팀이 모두 한 도시에 모여 단기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개편 후 첫 대회 우승팀은 알아흘리였다. 8강에서 요코하마마리노스(일본), 4강에서 사우디 내 라이벌인 알힐랄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4일(한국시간) 결승전에서 가와사키프론탈레(일본)를 2-0으로 잡아내며 우승했다.
▲ 가장 화려한 선수들, 가장 화려한 쇼
이번 대회의 외관은 역대 ACLE 중 가장 화려했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주목도가 가장 높았다. 첫 번째 요인은 당연히 참가 선수들의 명성이었다. AFC 대회 역대 최고 스타라 할만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존 두란, 에므리크 라포르트 등이 알나스르에서 뛰었다. 알힐랄은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주앙 칸셀루, 칼리두 쿨리발리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을 꺾고 우승한 알아흘리는 대회 MVP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비롯해 이바녜스, 프랑크 케시에, 리야드 마레즈, 에두아르 멘디의 활약이 빛났다.
호기를 잡은 AFC는 '클럽대항전을 국가대항전만큼 성장시킨다'는 목표에 맞게 대회를 확 개편했다. 대회 주요 스폰서가 기존 6개에서 이번 대회는 11개로 늘어났다. 이 수익을 대회 운영 및 치장에 재투자했다. 상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우승시 1천만 달러(약 140억 원)나 됐다. 이정효 광주 감독의 말대로 "우승하면 클럽하우스 새로 지을" 정도였다. 8강을 한 자리에서 진행하는 토너먼트 방식만으로도 많은 공과 돈이 들어가는데, 경기의 화려함도 과거와는 달랐다. 각종 축구대회 결승전 전문 DJ로 낯익은 DJ 재스가 8강부터 매 경기 등장해 관중들의 흥분을 끌어올렸다. 조명쇼, 폭죽, 불꽃 등 대형 콘서트같은 특수효과가 이어졌다. 여기에 결승전에는 경기 전 레이저 쇼, 경기 종료 후 시상식이 준비될 때까지 공연하는 밴드, 시상식 후 드론쇼까지 경기를 화려하게 할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 말레이시아부터 사우디까지 이어진 흥행
8강부터 한 자리에서 진행하면 대회의 집중도와 단기적인 재미가 극대화된다. 대신 각 팀의 홈 구장이 아닌 중립구장 경기라 흥행이 힘들다. 이 점은 AFC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었다. 기존 ACL 결승전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았던 것 역시 중립구장 흥행 문제 때문이었다. 나름 규칙을 정해 둘중 한 쪽의 홈에서 경기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공정성이 너무 떨어졌다.
이번에는 명목상 중립 지역에서 8강부터 쭉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중 측면에서는 대성공이었다. 7경기 중 5만 명 이상 관중이 들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사실상 꽉 채운 게 2경기였다. 2경기는 4만 명대 관중을 기록했다. 흥행 실패라고 할 만한 경기는 가와사키프론탈레와 카타르의 알사드가 치른 8강전이었는데 약 2,800명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4강 알힐랄 대 알아흘리 경기는 이번 대회의 백미였다. 이 구장을 원래 홈으로 쓰는 알아흘리, 리야드에서 날아온 라이벌 알힐랄의 대결이었다. 눈에 띄는 건 중립석 없이 경기장 전체를 정확히 반으로 가른 관중석 배치였다. E석 한가운데에 안전요원들이 인간띠를 만들고, 북쪽과 남쪽을 반으로 갈라 약 2만 5천 명씩 두 덩어리의 서포터석만 존재하는 꼴이었다. 그 상태에서 흥분한 관중들이 벌이는 응원전은 멀리서도 땅이 울릴 정도로 엄청났다. 중립구장이 이토록 꽉 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기에 사우디 축구팬들이 공격적인 응원이 더해졌다. 그리고 잔디 위에서 뛰며 골을 넣는 건 호베르투 피르미누, 아이반 토니 등 유럽에서 온 슈퍼스타들이었다. 이렇게 예열한 경기 위에 사우디 대표 살렘 알도사리, 피라스 알부라이칸까지 득점하면서 '용병 잔치'에 전락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증명했다. 열기, 과정, 결과 모두 가장 뜨겁게 흘러갔다.
이번 시즌 ACLE의 흥행은 파이널 스테이지뿐 아니라 대회 전체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리그 스테이지 초반 6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이 11,966명이었다. 이는 2023-2024시즌 조별리그 초반 6라운드까지 평균 관중 10,194명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동남아에서도 각국을 대표하는 강팀이 리그 스테이지 흥행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6라운드까지 조호르다룰탁짐(말레이시아)의 평균 관중이 약 32,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별 관중을 보면 알나스르 홈 경기 중 약 37,000명이 든 경기가 1위였고 조호르의 울산HD전 홈 경기가 약 34,000명으로 2위였다. AFC 관계자는 "조호르 홈 경기 분위기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감상을 전했다.
▲ 사우디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중립구장 경기 7개가 대체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사우디 구단이 3팀이나 8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사우디 팀이 아예 뛰지 않았던 가와사키 대 알사드 경기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약 900km 떨어져 있는 리야드 연고팀 알나스르는 확실히 멀리까지 오는 관중이 적었다. 알나스르 대 요코하마마리노스 경기는 관중이 약 12,000명에 불과했고 가와사키전은 그나마 약 29,000명으로 늘었지만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파이널 스테이지 흥행은 사우디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에 가능했다. 사우디는 자국 리그에 세계적인 스타들을 끌어모을 뿐 아니라 2027 아시안컵, 2034 월드컵까지 유치했다. 월드컵 개최는 처음인 게 당연하지만, 아시안컵도 3회 우승에 빛나는 성적과 달리 한 번도 개최한 적 없다. ACLE로 토너먼트 운영 경험을 쌓고 시설과 역량을 정비한 뒤 월드컵까지 순차적으로 나아가려는 수순이다.
파이널 스테이지는 다음 시즌도 사우디가 유치했다. 그 뒤로도 꼭 다른 개최지로 가야 하는 게 아니라 사우디가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시즌만 같다면 다음 시즌도 흥행 보장이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늘 이변이 존재한다. 사우디에서 대회에 참가한 3팀이 모두 파이널 스테이지에 올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한 팀이라도 줄어들면 관중은 급감하게 된다.
사실상의 대회 홈 구장이었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도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직전 다른 축구경기가 많았고 예상보다 더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잔디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비판 받던 시기의 K리그 잔디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 ACLE 경기 장소가 대회 약 2개월 전에야 뒤늦게 정해지는 등, 신속한 협조와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우디의 숙제도 부분적으로 노출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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