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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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단일화 압박 의총…김 후보는 “당무우선권 침해”
명확한 국정 비전 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 세워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선출한 국민의힘이 단일화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에선 김 후보가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서둘러 단일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어제 4선 중진 의원들의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에 이어 긴급 의총까지 열렸다. 단일화 촉구 의원들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이전 단일화를 강조한다. 후보 등록일을 넘기면 한 전 총리가 단일 후보로 뽑히더라도 무소속으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에 적극적이던 김 후보는 “대선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속한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이양수 사무총장을 김 후보가 해임하고 다른 의원을 앉히려다 무산되자 “대통령 후보의 임명 요청을 지도부가 이행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고 직격한 것이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 등을 국민의힘에 일임한 한 후보는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김 후보를 만나 조기 회동을 제안했는데, 김 후보 측은 “곧 만나자는 덕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김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전 총리까지를 포함한 ‘원샷’ 단일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 후보와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대선을 앞둔 후보 단일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어느 정당에서나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곧바로 당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의 처신도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다. 한 후보의 경우 후보 등록 기간을 넘기면 단일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기호 2번’을 쓸 수 없고, 국민의힘 조직의 도움이나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 운영 청사진이나 구체적 공약 제시도 없이 일단 단일화하자고 서두르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보수 진영 후보들이 어떤 수준의 ‘빅텐트’를 언제 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반(反)이재명 연대’만 외치며 뭉치기만 한다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비전 경쟁 없이 지지율 숫자로만 단일화 승부를 가르는 정치공학으로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한 두 후보 사이의 삐걱대는 단일화 추진 양상은 이런 몰(沒)비전, 몰가치의 결과가 아닌가.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세력이 왜 다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다. 그 위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단일화 기준을 정립해야 바라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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