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노래와 삼의당 김씨의 시, 남원골에 울려 퍼진 사랑

김병모 2025. 5.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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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원에서는 '춘향의 소리, 세상을 열다' 주제로 95번째 춘향제(2025년 4월 30일~5월 6일)가 열리고 있다.

춘향의 광한루 사랑에 버금가는 삼의당 김씨의 초야창화 사랑이 남원골 승월교 옆 입간판에 잠들고 있었다니.

남원골 춘향제를 통해 춘향이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듯 삼의당 김씨도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연인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춘향의 노래와 삼의당의 시(詩)가 남원골을 넘어, 두 여인의 향기가 세상에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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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소리, 세상을 열다'... 95번째 춘향제 열리고 있는 남원골에 가다

[김병모 기자]

 남원시 광한루원.
ⓒ 김병모
지금 남원에서는 '춘향의 소리, 세상을 열다' 주제로 95번째 춘향제(2025년 4월 30일~5월 6일)가 열리고 있다. 지리산 향기를 품은 바람이 잠시 머문 곳. 남원을 관통하는 요천(蓼川) 주변으로 이몽룡과 성춘향 이야기가 물결친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란다.

춘향전은 조선의 고전 소설로 극복할 수 없던 신분 사회를 사랑으로 이겨낸 이야기다. 춘향전의 정확한 창작 시기와 작자는 미상으로, 영·정조 시대 남원을 배경으로 한 설화가 판소리 '춘향가'로 발전하여 소설로 이어진다. 춘향전은 원작에서 파생된 창극, 오페라나 뮤지컬 등이 있다.

남원 춘향제 현장에서도 이런 공연이 가득하다. 요천 주변 메인 공연장에서 '춘향 제향'을 시작으로 '일장춘몽 콘서트', 십수정 야외 무대에서 '판소리 신인 대전'과 '퓨전 창작 국악 마당' 등이 열린다.

'춘향전'은 시대에 맞게 변화 과정을 거쳐 '옥중화'로도 재창작됐다. 옥중화는 구한말 신소설 작가 이해조(1869~1927)가 박기홍 본을 토대로 쓴 소설로 일제 강점기에 피어난 저항의 꽃, 춘향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전쟁 통에도 춘향전이 이어왔다니.

춘향제는 이제 새로운 100년을 앞두고 세계 문화유산 무형 문화재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남원 춘향제가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하면서 한 걸음 더 깊숙이, 광한루원(廣寒樓苑)에 들어선다.

1855년 철종 6년 경에 심었다는 거대한 뽕나무가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 광한루(廣寒樓)를 지키고 있다. 광한루는 조선 황희 정승이 남원 유배시 지은 것으로 세종 26년(1444년) 정인지가 전설 속 달 나라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닮았다고 하여 '광한루'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당시 이몽룡과 성춘향은 오작교를 거닐며 광한루에 비친 달 그림자를 밟으며 사랑을 속삭였으리라. "내 사랑이야 어 허 둥둥 내 사랑이야" 하면서 말이다.

광한루원(명승 제33호)을 지나 지리산 맑은 물이 흐르는 요천(蓼川) 무지개 다리 승월교(昇月橋)를 건너는데 눈에 확 띄는 입간판이 보인다.

조선 후기 남원 출신 여류 문인 삼의당(三宜堂, 1769~1823) 김씨이다. 그녀는 춘향의 유명세에 묻혀 역사의 한쪽에 잠들고 있었다. 사대부 여인도 아닌 평범한 조선 여염(閭閻)집 여성이 250여 편 이상의 시(詩)를 남기다니. 당시 시(詩) 문학 활동으로 보면 강릉 허난설헌이나 대전의 동춘당 호연재(浩然齋) 김씨 못지않은 여성인 듯하다.

삼의당 김씨 부부는 사랑과 존경을 시(詩)로 표현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문학적 교감은 첫날 밤부터 드러난다. 시문에 능한 신랑 하립(1769~1830)이 첫날 밤에 초야창화(初夜唱和)로 시(詩)를 짓자 신부 삼의당(三宜堂) 김씨 역시 시(詩)로 화답한다.

초야창화(初夜唱和) - 첫날 밤에 시로 사랑을 노래하다.

담락당(湛樂堂) 하립

부부지도인윤시(夫婦之道人倫始)
소이만복원어차(所以萬福原於此)
시간도화시일편(試看桃禾詩一篇)
의당의가재지자(宜當宜家在之子)

부부는 인륜에서 비롯되어
만 복의 바탕이라
이 한 편을 마음속에 새겨보오
온 집안 화목해야 온갖 일 이뤄지리

화 답의 시/ 삼의당(三宜堂) 김씨

배필지제생민시(配匹之際生民始)
군자소이조단차(君子所以造端此)
칠경필순유부도(必敬必順惟婦道)
종신불가위부자(終身不可違夫子)

부부는 백성에서 시작
군자의 기본이라
공경과 순종함은 오로지 아내의 길
님의 뜻 끝까지 어기지 않으리

당시 조선 사회에서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사대부가 여인도 아닌 평범한 여염집 부인이 문학을 통해 부부 간 사랑과 존경을 교감 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삼의당 김씨 문학이 1930년 <삼의당 김부인 유고>를 통해 비로소 어렴풋이 알려지게 된다. 춘향의 광한루 사랑에 버금가는 삼의당 김씨의 초야창화 사랑이 남원골 승월교 옆 입간판에 잠들고 있었다니.

남원골 춘향제를 통해 춘향이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듯 삼의당 김씨도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연인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이제야 비로소 남원시 향교동 유천마을과 부부로서 연을 맺어 살았던 진안군 마이산 자락에 부부 시비를 세워 그녀의 문학 세계를 그리고 있다. 춘향의 노래와 삼의당의 시(詩)가 남원골을 넘어, 두 여인의 향기가 세상에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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