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태국, 국경지대 사원 병력 철수 합의... 2월 충돌 이후 갈등 완화
[박정연 기자]
캄보디아와 태국 국방장관이 국경 분쟁 지역인 따 모안 톰 사원(Prasat Ta Moan Thom) 인근에 주둔한 양국 군대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월 발생한 양국 군인 간 충돌 사건 이후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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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캄보디아 관광객들과 군인들이 태국을 자극하는 '황금의 땅'(덴 데이 소반나품)이라는 노래를 함께 불러 인근 주둔 태국 군인들을 자극,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따 모안 톰 사원의 모습. |
| ⓒ wikipedia |
올해 2월 중순, 캄보디아인 관광객들과 군인 수십 명이 따 모안 톰 사원을 방문해 민족주의 성향의 노래인 '덴 데이 소반나품(Den Dei Sovannaphum, 황금의 땅)'을 문제의 사원 앞에서 함께 불렀다. 당시 현장에 있던 태국 군인들이 이를 제지하려 하면서 언쟁이 발생했고, 일부에서는 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긴장된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캄보디아군 4군관구 제42여단장인 네악 봉 준장이 태국 군인들과 태국어와 크메르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캄보디아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민족감을 자극했고, 일부 캄보디아 네티즌은 "사원이 원래 크메르 유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따 모안 톰 사원'은 11세기경 크메르 제국에 의해 건립된 유적으로, 현재 캄보디아와 태국 양국 모두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 국경 분쟁 지역이다. 이 사원은 프레아 비히어 사원과 더불어 양국 간 가장 민감한 고대 유적지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프레아 비히어 사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타모안톰 사원 또한 양국 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중요한 유적지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62년 프레아 비히어 사원에 대해 캄보디아의 영유권을 인정한 바 있으나, 타모안톰 사원은 여전히 공동 관리와 병력 주둔이 반복되는 긴장 지역으로 남아 있다.
캄보디아 정부, 신중한 대응… "외교적 해법이 우선"
이 사건에 대해 캄보디아 국방부는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사건 발생 직후 양국 군 당국은 "사태가 진정됐다"고 밝히며 더 이상의 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프놈펜포스트>, <프레시뉴스> 등 다른 현지 언론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자극적인 보도보다는 GBC 회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정부는 국경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전체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비전연구소(AVI)의 청 킴롱(Chheng Kimlong) 소장은 "이번 GBC 회의 결과는 캄보디아와 태국이 국경 문제를 무력 대신 외교와 법적 메커니즘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국 내 보수 단체 반발 속에서도 협상 진전
한편, GBC 회의가 열린 날에는 태국 방콕에서는 일부 보수 민족주의 단체들이 회의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태국 영토는 양보할 수 없다"며 정부의 유화적 태도를 비판했다. '국왕수호시민네트워크'와 '학생인민개혁네트워크' 등은 "따 모안 톰 사원은 태국 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태국 국방부는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병력 철수는 주둔 전 위치로의 복귀이며, 영유권 주장의 변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양국 지도자, 갈등 대신 실질적 협력 확대에 방점
이번 회의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 외에도 지뢰 제거 협력, 사이버범죄 공동 대응, 산림 화재와 국경 간 스모그 대응, 인적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논의됐다. 양국은 특히 국경 지역에서의 온라인 사기 범죄 및 불법 통신기기 유통 차단을 위한 공동 행동계획 수립에 합의했다.
캄보디아와 태국은 과거에도 프레아 비히어 사원과 따 모안 톰 사원을 둘러싸고 수 차례 충돌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양국 정상 간 교류와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이어지며 국경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와 태국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지난달 23~24일 양일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국경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한편, 청 킴롱 소장은 <크메르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이 현장 군부와 민간인 사이에서도 공유되어야 실질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며 "양측 모두 도발 행위를 자제하고, 국경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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