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으로 살아남기] 운동 핑계로 밥과 커피, 이걸로 딱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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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송유정 기자]
5월이다. 만발한 봄꽃과 춤추는 아지랑이가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시기다. 1월에 새 마음 새 뜻으로 각오를 다지고 스포츠 센터에 등록했던 회원들의 마음이 제일 흐트러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봄꽃 날리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1년 365일 나를 붙잡아두는 헬스클럽이 있기 때문이다. 등록만 해두고 가지 못하는 죄책감에서 자유롭고, 예약해 둔 시간에 늦을까 싶은 초조함에서도 해방되는 곳. 바로 집이다. 그곳에는 자유와 편안함을 함께하는 홈트 메이트 3인방이 있다. 바로 실내 자전거, 스텝퍼, 페달 운동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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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도 이불건조대가 된 적이 없는 실내자전거 10년 넘게 홈트를 책임지는 든든한 파트너다 |
| ⓒ 송유정 |
"그게 운동이 되겠어? 호흡과 자세, 근육에 집중해서 빠르게 타야 운동이 되지."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운동의 목적이 체중 감소이거나 근육 증가라면 나의 움직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가 분명하다. 나는 남편의 말에 반박한다.
"나는 지금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중이야.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자전거를 타며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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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 밑 패달 운동기구 식탁 밑에서도 운동할 수 있는 패달 운동 기구 |
| ⓒ 송유정 |
운동다운 운동이 고플 때는 땀복을 챙겨 장소를 옮긴다. 작은 방 한쪽 벽에 붙은 스탠딩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쳐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스텝퍼 위에 올라선다. 영화 러닝타임 동안 운동을 하고 나면 온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듯 옷이 흠뻑 젖어있고 다리 근육은 단단해져 있다.
유리창으로 비치는 실루엣을 보며 수시로 자세를 체크하고, 틈틈이 스텝퍼에 붙은 밴드를 잡아당겨 팔 근육도 키운다. 개운해진 몸으로 체중계에 올라가 인바디까지 측정하면, 나의 완벽한 운동 일과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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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텝퍼를 하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운동효과가 훨씬 커진다. |
| ⓒ 송유정 |
근육은 붙을까 말까하고 체중은 늘 제자리다. 15년 전, 요가를 3년간 다녔을 때는 다부지면서도 라인이 살아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뒤,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반년간 PT를 받았던 때에는 내 팔 근육에 내가 흠뻑 반한 적도 있다. 설렁설렁하는 홈트로는 그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다시 센터나 요가원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운동이 주는 효과를 누리기에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맞춰 참여해야 하는 요가 수업은 매일 함께 가자는 지인이 있었다. 요가뿐 아니라 지인과 함께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일정이 요가 수업의 한 세트였다.
혼자 조용히 수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고요를 즐기는 사치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지만 거울에 비치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어지러웠다.
헬스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PT를 받을 때는 나만 바라보는 트레이너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상대가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었다. 혼자 운동을 할 때도 저 멀리서 나의 움직임과 기구 사용을 지켜보는 어떤 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니 편안하고 자유로운 나만의 운동 공간 집은 최적의 공간이었다.
단톡에 인증샷 남겨 서로 응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근력 강화와 체력 증진, 체중 감량에 분명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에 내 몸에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운동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럴 바에야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내 안에 에너지를 가득 모으는 방법이 아닐까.
대신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 수시로 무너지는 의지를 잡아주고 약간의 경쟁심도 부추겨 혼자 하는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환경 말이다. 내가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에서는 '쑥마늘 프로젝트'라는 매일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나는 이걸 활용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 보를 걸었다는 인증 사진을 올리고 어떤 이는 배드민턴을 했다며 라켓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함께 인증하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은 서로의 인증 사진에 하트와 엄지척을 날려준다. '하루쯤 건너뛰면 어때? 오늘은 침대에 누워서 드라마를 볼까?' 싶다가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이들의 결과물이 올라오면 나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운동 기구 위에 오른다.
운동 기구에 찍힌 운동시간을 사진 찍어 단체 톡방에 올리고 나면 쉽게 타협하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게 된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지치는 대신, 서로의 격려와 응원으로 나를 채우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다리는 부지런히 페달을 돌리며 나에게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이쯤 되면 식탁 밑의 낮은 페달 자전거는 자가발전 자전거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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