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는 톳... 해녀 아들이 제주 바다 뛰어든 이유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카메라를 들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릴 때의 바다와 지금은 바다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기자말>
[김연순 기자]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활동 중에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산호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산호탐사대 활동이 있습니다. 수중카메라를 들고 산호탐사대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안창현(이하 창현)님을 약 한 달 전, 제주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요. 현직 해녀의 아들이기도 한 창현님이 산호에 빠져든 사연을 만나봅니다.
"사라지는 톳들... 남은 농약,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 창현 님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랄 때 바다에서 많이 놀았을 것 같은데 어릴 때 바다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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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 바다로 물질 가기 위해 어촌계 배를 타는 해녀들 |
| ⓒ 안창현 |
"어머니는 파도에 삼절이 있다고 했어요. 첫 번째 두 번째 파도는 찰랑찰랑 오는데 세 번째 오는 파도는 강하게 온다는 거예요. 잔잔한 바다에서도 한 번은 큰 파도가 친다는 거죠. 낚시꾼들도 그렇게 많이들 휩쓸려 간대요. 그래서 바닷가 근처에서는 아예 수영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 바닷가에서 자란 창현 님의 어릴 때 모습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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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군 해녀의 태왁. 노란 주머니는 전복이나 문어를 담는 바구니 |
| ⓒ 안창현 |
톳에 대한 기억도 있는데요. 바닷물이 빠지면 갯바위 위에 톳이 언덕처럼 쌓여 있어요. 그걸 캐서 포대에 담는거예요. 바다 가까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있는데요. 그 길로 경운기나 트럭이 들어와 톳을 싣고 가요. 공천포와 망장포 사이 바닷가에 톳이 많이 났거든요. 근데 명확하게 바다 경계를 짓기 어렵잖아요. 물이 빠지면 재빠르게 톳을 가져가는 어촌계가 우세했어요. 발빠르게 톳을 담던 그 장면들이 지금도 확연하게 떠오릅니다."
- 말씀을 들으니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네요. 톳이 널려 있던 그 바다, 지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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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톳이 널려 있는 공천포와 망장포 경계의 바다 |
| ⓒ 안창현 |
"엄마는 농약 얘기를 제일 많이 하셔요. 제주도는 하천을 따라 마을이 구분되거든요. 예전엔 그 하천에 모든 것들이 다 버려졌어요. 저희 집도 귤 농사를 했는데 저희 집뿐 아니라 대부분 귤 농사지으면서 농약을 치다가 남으면 그냥 하천에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도 그런 걸 많이 목격했고요. 밭에 버리면 농작물이 죽기도 하고 해서 마땅히 버릴 데가 없으니까 그랬던 거죠. 근데 그 물이 계속 바다로 흘러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바다에 (톳이) 없다는 거예요."
- 벌레 먹은 귤을 사람들이 싫어해서 벌레를 죽이려고 치는 농약이 결국 바다의 생물들까지 죽이네요. 창현 님의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해녀로 일하신다고 하셨는데, 요즘 바다에서 무엇을 잡아 오시나요?
"지금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게 소라예요. 전복이나 문어 같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거의 소라죠. 가까운 바다는 '물건이 없다' 하시면서 배를 타고 조금 더 멀리 가신다고 해요. 대 여섯 분 정도 모여서 어촌계장님 배를 타고 나가시는 거죠. 예전에는 포구에서 헤엄쳐 몇 미터 거리에서 했었는데, 그걸 제주도에선 '할망바당'이라고 하거든요. 이제 얕은 바당엔 아무것도 없어서 배를 타고 나가거나 아니면 차를 타고 쇠소깍 쪽으로 가서 물질하셔요. 거긴 깊은 바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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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오면 바다로 유입되는 빗물의 모습. 바닷물과의 경계가 뚜렷함 |
| ⓒ 안창현 |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돈을 벌게 되면서 카메라를 샀어요. 어릴 때 얼핏 기억나는 게 마을에 길이 나면서 도로가 넓어지고 우수관들이 설치되고 그러면서 마을이 막 변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그 당시 월급이 110만 원이었지만 120만 원짜리 카메라를 할부로 샀어요. 근데 생각과는 달리 찍을 시간이 없는 거예요. 퇴사 후 마케팅 업체에서 일하면서 사진을 배웠어요. 열정적으로 배워서인지 빨리 늘었고요. 이후 여행사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진도 계속하면서 친구들 결혼식 사진도 찍어주고요.
사람들한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하게 되었어요. 호주에서 한 체험 다이빙이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신기했어요. 바닷물 색깔이 깊이에 따라 차례차례로, 파란색, 진한 파란색, 짙은 검은색 이런 식으로 층층이 보이더라고요. 저기는 몇 미터일까 궁금함이 생기고. 영지버섯처럼 큰 산호도 보이고 물 속이 도시 궁전 같은 모습이였어요. 그러다 보니 바다가 너무 멋있고 점점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그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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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호탐사대 조사 중인 안창현 님 |
| ⓒ 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 |
"다이빙을 위해 오픈워터라는 자격증을 수료받는 여섯 번의 다이빙 실력으로 필리핀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갔어요. 심지어 수중카메라도 샀고요. 바닷속 현장 그 장면을 찍고 싶은 갈망이 있었거든요. 찍고 난 후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그 당시의 상황이 다 기억나요. 몇 년 전에 누구랑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생각나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켜고 물속을 나올 때 카메라를 끄는데, 그 영상을 같이 간 팀원들과 나눌 때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다이빙을 하다 보니 바닷속 장면이 너무 귀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만 아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카메라로 찍어야 했어요. 함께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찍어주면 너무 고마워했고요. 하지만 해외 다이빙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코로나가 시작되어 시간이 날 때마다 서귀포 바다만 들어갔어요. 제가 현재 800 로그 정도 했는데 섶섬, 문섬, 범섬 바다만 각각 200 로그씩 했을 거예요. (여기서 1로그는 보통 1번의 다이빙을 의미한다.)"
- 서귀포 앞바다에 들어가서는 무엇을 보셨나요?
"다이빙 초기엔 산호에 대해 잘 몰랐어요. 문섬, 범섬 벽에 노란색, 빨간색으로 데코 된 느낌 정도였죠. 바닷속에서 하늘거리는 감태도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시야를 가린다는 생각이었고요. 감태가 너무 많으니까 거기서 큰 물고기가 나와 나를 덮칠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를 짚어야 하는데 감태밭 때문에 안 보이니까 겁도 나더라고요."
- 지금 '감태밭'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정도로 감태가 많았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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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아버린 감태의 모습 |
| ⓒ 안창현 |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산호탐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호탐사대 활동을 통해 창현 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탐사대 활동을 하면서 바다가 그 이전의 바다와는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산호가 동물이란 것도 알게 되고, 섬의 벽에 붙은 그저 데코였던 산호가 알고 보니 종류도 엄청 많고 각각 이름이 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매번 산호탐사대원을 위한 세밀한 교육이 있어서 산호의 현재 상태, 그리고 산호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알게 되었죠.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 없던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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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산호학교 수료식에서 |
| ⓒ 안창현 |
"김춘수 시인의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름을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산호에 대해, 바다에 대해 더 알면 좋겠어요. 그러면 바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긴 시간, 소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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