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대학, 어떻게 만들까
[최병욱]
뜬금없는 12.3 계엄사태는 탄핵을 거쳐 결국 갑작스러운 대통령 선거를 불러왔습니다. 이제 대선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고 대선주자들은 다시 국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많은 공약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에 걸쳐 많은 공약(公約)들이 쏟아질 것이나 과거의 경험으로 이 많은 공약의 상당수가 아쉽게도 공약(空約)이 될 겉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17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대학현장이 황폐해져 가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많은 정부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라이즈 사업' '글로컬 사업을 통한 대학 지원'도 대학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정도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한계가 큽니다. 일부 기관들이 발표하는 세계 대학랭킹이 실제 대학의 수준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세계 대학랭킹 100위권 내에 있는 우리나라 대학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머무르고 이 순위도 100위권 중에서 대부분 하위권에 위치하는 상황입니다.
그 나라의 지식 역량이 국가 역량이 되는 지식산업 시대에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고등교육에 투자해야 하고 혁신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제 모든 학생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나간다는 마음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고등교육 혁신은 단순히 예산지원만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학 스스로가 미래인재 양성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정부는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 시대에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는 대학은 쉽게 사라질 것입니다. 명확한 비전과 사명을 가지고 지식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혁신의 주체가 되는 대학은 지역사회와 반드시 연결돼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대학은 산학협력의 주체로서 지역에서의 일정한 역할을 해왔으나 아직은 지역혁신의 주체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대학은 지역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것입니다. 대학은 산학협력을 뛰어넘어, 지산학연관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방대학의 경우 지역혁신의 주체로서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할 것입니다. 인구감소와 함께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방대학들은 이제 지역 이해관계자 모두가 나서서 지역의 재생과 발전을 새롭게 이뤄 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수준의 대학이 지방에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수준의 지식산업을 선도하는 대학이 지역에 존재하면서 지역에서 기술창업으로 지역산업을 이끌고, 지역에 선도적인 문화를 창출해 내고, 지역의 공동체를 이끌어 나간다면 서울로 간 청년들도 다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 지자체는 이 청년들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결과 혁신 대학이 존재하는 도시는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국가의 탈위기와 재도약을 위해, 부디 우리 대선 후보들께서 고등교육의 문제를 국가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부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병욱씨는 한밭대학교 교수(전 한밭대학교 총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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