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데 500년"…돈 안되는 장난감 재활용, 작년에만 75t 해낸 그들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소재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ing Union·장난감 재활용 조합)의 500여 평에 달하는 부지 이곳저곳엔 포장도 뜯지 않은 장난감 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멀쩡한 블록과 공룡 로봇, 비눗방울 놀이도구, 햄스터 인형 등이 포대 자루 등에 넘칠 듯 담겨 있었다. 개수로는 수만개, 무게로는 약 5t에 달했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이 지나면 이곳으로 유입되는 폐장난감의 양은 더 늘어난다고 한다.
트루는 폐장난감을 시민, 장난감 제조사들에 기부받아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거나, 수리해 장난감으로 되파는 비영리단체다. 지난해 재활용 또는 되판 장난감의 무게는 75t이었다. 장난감들을 소각했을 때보다 약 262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효과를 냈다. 축구장 6~7개 면적의 산림을 조성한 것과 비슷한 효과다.

재활용률 1%도 안 돼
국내에서 장난감 재활용은 트루와 같은 전국의 비영리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수거, 처리하는 폐기물 업체들이 재활용하기에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난감은 재활용하기에는 분해에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크다. 플라스틱 몸체에 모터와 스피커, 쇠, 봉제 등 다양한 소재가 일정하지 않게 결합돼 있어 분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레이싱 카의 경우 플라스틱 몸체를 내부 부속품과 떼어내는 데에만 길게는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박준성 트루 사무총장은 “해당 작업으로 플라스틱 3㎏을 얻어내도 120원가량밖에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인력 여건상 장난감 재활용을 하지 못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장난감을 분해한 후 버려달라고 가정집들에 안내한다. 하지만 가정집 대다수는 작업의 복잡성 때문에 장난감을 단순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실정이다. 이 경우 장난감은 소각 또는 매립된다.

장난감들은 다른 제품들보다 비교적 고품질의 플라스틱, 철 등을 사용한다. 발암물질, 환경호르몬의 배출량을 대폭 낮추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폐기되더라도 또 다른 장난감,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분해의 어려움 때문에 폐기되는 것이다. 한국완구협회 관계자는 “한해 버려지는 장난감 5만여t 중 재활용되는 비중이 1%가 안 된다”며 “요즘에는 장난감을 물려주는 문화도 없다 보니 폐기량이 더욱 늘어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난감 기업들, 재활용 더 적극 나서야”
트루가 장난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건 자원봉사자들과 장난감 학교 ‘쓸모’ 프로그램 덕분이다. 쓸모는 어린이, 특수학급 학생 등과 장난감을 분해해 나온 플라스틱으로 장난감, 예술품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약 40만 명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렇게 트루가 재활용한 장난감의 양은 2023년 51t에서 지난해 75t으로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기부량이 늘어나는 영향으로, 기업들의 기부 건수는 ▶2022년 25회 ▶2023년 18회 ▶지난해 16회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오랜 불경기로 장난감 제조사들이 사업 자체를 축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보호를 향한 제조사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종이팩, 유리병, 캔 등 환경 파괴 물질을 제조한 기업에 일종의 재활용 분담금을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제 활용제도(EPR)를 운영하지만 장난감 제조사는 적용에서 제외된다.
박 사무총장은 “국내 대형 장난감 제조사들에 악성 재고만이라도 기부해달라 요청했으나 기술유출 등의 우려로 거부당했다”며 “그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썩는 데 500년가량 걸리는 장난감이 아이들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비극을 막으려면 제조사들이 재활용에 지금보다 전환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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