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보수와 진보

2025. 5. 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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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캐나다는 지난달 28일 총선을 치렀다. 다시 한번 진보 성향의 자유당을 선택했다. 이번 승리는 자유당의 네 번째 연속 집권으로, 새 대표 마크 카니(사진)는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선거 전까지 우세했던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브르는 의외의 패배를 당했다. 자신의 지역구 의석마저 잃는 이변을 겪었다. 푸알리브르는 포퓰리즘과 반(反)엘리트 메시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징하는 위협들이 막판에 부각되면서 유권자들이 자유당 쪽으로 이동했다.

카니는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모두 지낸 경제 전문가로, 이번 선거에서 경제와 외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자 그의 중도적 이미지와 안정감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끌어냈다. 트뤼도의 후임으로 손색없다는 평가 속에 정계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부상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는 퇴진의 타이밍에서도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었다.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가 쌓이던 시점에 스스로 물러난 그의 결정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재선을 강행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트뤼도의 선택은 책임 있는 리더십의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캐나다는 미국과 뿌리부터 다른 나라다. 미국 정치가 포퓰리즘과 양극화로 흐르는 가운데, 캐나다 유권자들은 조용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닌 정체성과 정치문화의 선택이다. 미국이 혁명으로 독립한 공화국이라면, 캐나다는 왕실에 충성을 맹세한 로열리스트들의 피난처에서 출발한 나라다. 그러나 현재는 정치 상황의 진화가 느껴진다. 미국이 천박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윤리가 해체된 반면, 캐나다는 공동체 정신을 잃지 않고 고유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도 아무리 보수가 준동해도 민중이 건재하다는 상식이 결국 승리할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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