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선함이 관객에 닿았으면" 배우 윤은오의 진심
[안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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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에 출연 중인 배우 윤은오 |
| ⓒ 이모셔널씨어터 |
<레미제라블>, <스위니 토드> 등 대극장 뮤지컬뿐 아니라 <어쩌면 해피엔딩>, <쓰릴 미> 등 중소극장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윤은오가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의 '해준' 역으로 관객 앞에 선다. 윤은오는 현재 '양희' 역으로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봄소리와 더불어 리딩 공연부터 작품에 참여한 '오리지널 멤버'이기도 하다.
"공연장과 연습실 이외 다른 곳에 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니까 요즘은 쉬는 날에도 집에서 대본을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윤은오는 공연에 진심이다. 공연을 향한 마음만큼이나 관객을 향한 마음도 진심인데, 최근에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넣은 마스크를 선물했을 정도다.
따뜻한 연기와 부드러운 음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 윤은오의 매력은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를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우 윤은오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서로 처음 터치하는 순간, 감동이 컸다"
-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에 어떻게 출연하시게 됐나요?
"지난해 좋은 기회로 리딩 공연을 하게 됐는데, 이후로도 작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음악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고요. 또 주변에서도 작품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어요. '내가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소식이 들려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하고 말씀드려 본 공연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 리딩 공연과 본 공연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대본의 텍스트를 보면 양희는 코미디 소재가 조금씩 있는 캐릭터인데, 해준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공연을 하려면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면도 있어야 하니까 재미있는 요소들을 추가했죠. 유쾌한 안무도 넣었고요. 무엇보다 리딩을 할 때는 대본을 보면서 상대방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하는데, 공연은 그게 실체화되잖아요. 글을 무대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더라고요."
- 배우님이 맡으신 '해준'은 어떤 인물인가요?
"웃을 일이 없던 친구에요. 해준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에 상실감과 자책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울해하고, 생기가 없어요. 그렇게 삶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던 인물인데, 어느 순간부터 양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기 시작하는 인물이죠. 무채색 캐릭터에서 양희를 만나며 조금씩 색깔을 갖게 돼요."
- 그런 '해준'과 배우님의 닮은 점이 있을까요?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만났을 때 차가워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리딩 공연을 할 때 아는 사람이 이봄소리 배우밖에 없어서 낯을 가리고 있었거든요. 작가님이나 연출님께서 그런 이미지가 해준과 겹쳐 보였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때 한참 머리도 정갈하고, 평소 옷도 깔끔하게 입는 걸 선호해서, 이런 외적인 모습도 해준을 닮았던 것 같아요."
-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인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대사가 있어요. 양희와 해준이 같이 하는 대사인데, 같은 말인 동시에 의미는 달라요. 양희에겐 '뭐라도 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의미인 반면, 해준에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말을 서로 다른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둘에겐 더 가슴 아픈 말이기도 하고요."
- 어느덧 공연이 개막한 지 4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신경쓰고 계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양희와 해준은 4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커튼콜 전까지 서로 터치를 하지 않아요. 연출님께서도 처음부터 양희와 해준이 서로 터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주문하셨어요. 다른 시대에 살아서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두 인물을 표현하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닿지 않다가 커튼콜 때 책 위에서 손을 포개는 게 서로에게 처음 터치하는 순간인데, 그때의 감동이 크더라고요.
또 초반에는 양희와 해준이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이전에는 서로가 있는 방향을 보되 시선은 피하면서 연기하거든요. 그러다 '당신이 사는 세상'이라는 넘버를 부르면서부터 눈을 마주치는데, 이때 서로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아요. 신경 써서 표현하는 부분인 동시에 감동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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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의 '해준' 역을 맡은 배우 윤은오 |
| ⓒ 이모셔널씨어터 |
"해준이 사는 세상이 그때로부터 40년 전 양희의 세상에 비해 좋은 세상이 되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해준도 그 당시만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1980년대의 시선에서는 좋은 세상이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거든요.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가 행복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정해놓고 살아가라고 해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사는 삶에서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이건 해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 동시에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를 보러 와주시는 관객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 얼마 전 <톡톡>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르셨습니다. 연극을 경험하고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연극은 대사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연극을 할 때 대사 전달, 딕션에 신경썼던 경험이 뮤지컬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는 대사가 많은 편이라 특히 더 도움이 되고 있죠. 어떤 단어를 장음으로 표현하면 말이 덜 꼬일 수 있겠구나, 이렇게 하면 관객 분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겠구나, 계속 생각하게 돼요."
- 출연하신 작품들이 대체로 따뜻한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선택하시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제 자신과 캐릭터가 비슷한 게 무엇일까 살펴봐요. 저와 결이 맞는 인물을 맡았을 때, 캐릭터가 더 풍성해지고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를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저와 결이 맞지 않는 캐릭터, 저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를 아직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 그런 작품들 속에서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윤은오 연기'의 특색은 무엇일까요?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선함'이 기초가 돼 있다고 많이 말씀해주세요. 이 캐릭터가 어떤 선함을 가지고 있는지, 그 선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고민해요.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의 해준은 어떤 선함을 가지고 있길래 선배 '나라'를 동지로서 좋아하고, 또 '양희'라는 인물을 돕고자 하는 건지 생각해봅니다.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선하니까, 그래서 이 인물을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에게선 다정함과 선함이 묻어났다. 나아가 "하고 싶은 작품이 생겼을 때 제 실력이 받쳐줄 수 있도록 지금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는 윤은오의 말은 그가 무대 앞에서 얼마나 겸손한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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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공연사진 |
| ⓒ 이모셔널씨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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