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공부가 아니야, 교육이야!" 한국 교육, 영국에서 성찰을 묻다
지난 35년간 영국에서 살고 있다. 영국 여성과 결혼해 애 낳고 살며 느낀 점이 '밤하늘의 별' 만큼 많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어린 시절 8년 간 살며 한국 초등학교도 다녔다. 그 후 영국으로 다시 와 이곳에서 초중고대를 마치고 지금은 독립해 따로 산다. 한국과 영국의 교육제도를 부모 입장에서 지난 몇 십년간 지켜보며 느낀 점이 절절히 많았다.
아무리 영국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도, 나는 자주 한국이 그립다. 한국의 문화, 냄새, 심지어 소음까지도 그립다.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 그런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번에는 영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문화, 풍경, 심지어 영국의 날씨까지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영국에 있을 땐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있을 땐 영국이 그립다. 어쩌면 나는 욕심쟁이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중국적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중감정자'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다. 삶이 힘들고 슬플 땐, 우리는 평화로운 천국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평화로운 천국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 바쁘고 소란스러운 삶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자, 이제 그러면 내가 느끼는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나누고 싶다. <기자말>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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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기 |
| ⓒ 김성수 |
"거기… 괜찮으세요?"
영국 널널학교 대 한국 영재교육
영국의 중고등학교 수업은 오후 3시면 끝난다. 아이들은 곧장 잔디밭으로 달려가 럭비, 축구, 연극, 뮤지컬에 빠져든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선생님은 "이제 진짜 공부 시작이야!"가 아니라 "수고했어, 푹 쉬렴"이란 말을 건넨다.
반면 한국의 중고등학생은 수업이 끝나도 쉬지 못한다. 그들은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라며 학원으로, 과외로, 문제집으로 다시 출격한다. 국민 평균 수면시간은 선진국 중 최하위, 학생과 노인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 그러다 보니 영국 학생이 한국 학생에게 물었단다.
"너흰 대체 뭘 위해 공부하니?"
"음… 대학 들어가려고."
"그럼 대학 가면 행복해?"
"…대학 가면 또 취업 준비해야지."
그렇게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계단, 올라가다 지치면 도태되는 경주마 시스템.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국영수 삼형제 대 인간적인 교과서
한국에서 국어, 영어, 수학은 '삼형제'라 불린다. 나머지 과목들은 '사촌' 취급이다. 음악? 미술? 윤리? 그건 성적에 안 나오니 시간 떼우기다.
하지만 영국의 교과서엔 '시민교육', '공감능력', '인간관계', '사회정의' 같은 단어들이 슬며시 등장한다. 누군가 다치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를 함께 토론하고, 자신이 겪은 차별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물론 시험에 나오지 않지만, 삶에서 나온다.
"그렇게 해서 뭐가 남아?"라고 묻는 한국인 부모에게 영국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남지요."
(내 영국인 아내도 한때 영국 학교 교사였다)
내신, 수능, 그리고 눈물의 단가표
영국 대학 입시는 간결하다. 학교 성적과 추천서, 인터뷰. 끝.
(나도 이렇게 간결하게 영국 대학에 들어갔다)
한국은? 내신 따로, 수능 따로, 면접 따로, 자기소개서, 비교과활동, 봉사시간, 동아리, 독서기록장까지.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블랙홀에 빠진 고등학생은 언제나 '스펙'이라는 구슬을 찾느라 허덕인다. 이쯤 되면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영국: 교육은 인격을 키우는 것.
한국: 교육은 점수를 뽑아내는 것.
학원 없는 나라에서 온 편지
"영국엔 학원이 없다며?"
"있긴 있어. 근데 다들 안 가."
"왜?"
"학교에서 다 해주거든."
한국에선 초등학생도 영어학원, 코딩학원, 스피치학원까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아니라 온 학원가가 필요하다. 반면 영국 부모들은 아이가 늦게 배워도, 좀 부족해 보여도 이렇게 말한다.
"걔는 자기 속도로 배우고 있는 거야."
한국 부모들이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말이다.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는 나라와, 아이를 '속도경쟁'에 내모는 나라. 그 차이가 아이의 얼굴 표정에서부터 드러난다.
배울 점이 없다고? 정말?
물론 영국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계층 간 교육격차, 공교육 내 편차, 교사 부족 등 한국도 겪는 고민들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들 나름의 철학이 있다. 그 철학은 이렇다.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교육은 줄 세우기가 아니라 눈 맞추기다."
진짜 공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 교육이 배워야 할 것은 '형식' 이 아니라 '정신' 이다. 몇 시에 수업이 끝나는가 보다, 얼마나 많은 시험을 보는가 보다, 하지만 "왜 배우는가?" 라는 질문에 얼마나 솔직한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조기교육, 선행학습, AI 교사가 발달해도, 아이는 여전히 질문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그 질문에 한국 학부모는 아직도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그냥 해.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른 답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공부 잘하고 머리는 좋지만 나와 내 가족의 이익 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로마의 검투사' 같은 인간보다는 친절하고 따스하게 남의 아픔을 배려하는 인간이 교육의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몸 건강하고 남을 배려하면 되.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마."
이 다정한 말 한마디가 교육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우리 아이들의 삶, 아니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의 삶을 바꾸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첨부는 현재의 제 자녀들에 대한 글 입니다(필요하면 기사에 넣고 불필요하면 삭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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