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빨리 배우는 세상보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

문수아 2025. 5.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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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다, 사랑하다, 도심 속 생태유아교육 실천기 12]

[문수아 기자]

어린이날을 앞두고 세상이 들썩인다. 여기도 잔치, 저기도 잔치. 방송과 광고는 '행복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유니세프(UNICEF)가 발표한 '아동 웰빙 지수'(2020)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같은 해 청소년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였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인가? 특히, 생애 초기인 유아기의 돌봄과 교육 환경은 그 행복의 시작점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 원장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글 . 소복이 그림. 오늘은 어린이날!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아이의 행복을 위한 기본권: 돌봄 제안

생후 12개월까지 아이와 엄마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정서 발달의 핵심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부모 모두에게 평균 10~1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이 권리는 소득과 직업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부모에게 주어진다.

한국 역시 육아휴직 제도를 갖고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낮고,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외국인 부모에게는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누구나, 어떤 조건에서든, 최소 12개월은 보호자가 아이 곁에 있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육아휴직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목소리, 체온, 심장소리 같은 익숙한 자극을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 생후 1년 이내 엄마와의 밀접한 접촉과 상호작용은 안정적 애착을 만들고, 이는 평생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이는 생명을 품은 이의 책임이자 특권이다. 아이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보호자가 1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한 아이, 한 가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 영유아기에 충분한 돌봄을 받은 아이들이 가득한 나라가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해 보자.

지금의 제도는 부모의 일자리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제는 아이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관 돌봄의 질 향상

기관은 지금보다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교사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더 깊이 만날 수 있고, 아이는 더 많은 사랑과 안전을 누릴 수 있다. 현재 0세는 아동 3명당 1인, 1세는 5명, 2세는 7명, 3세는 15명, 4~5세는 20명이다. 이 숫자는 깊이 있는 돌봄과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이루기에는 지나치게 많다.

돌봄의 밀도는 곧 안전과 직결된다. 지친 교사는 아이들의 신체적 안전이나 정서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한국보육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 1인당 아동 수가 많을수록 교사의 소진율과 이직률이 함께 높아진다. 결국 이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성과 직접 연결된다.

OECD는 특히 0~2세 영아 보육에서 교사 1명당 아동 3~4명 이하를 권장한다. 이는 안정 애착 형성과 정서 발달을 위한 최소 기준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시범사업과 논의를 추진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놀이와 자유

유아기 교육의 본질은 '놀이'다. 놀이가 곧 배움이며, 아이는 뛰놀고 경험하면서 세상을 익혀 간다. 모래를 만지고, 나무에 올라가고, 친구와 갈등을 풀어가며 아이는 관계를 배우고, 감정을 조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힌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 환경은 아이들이 놀기도 전에 '배워야 할 것들'로 가득하다. 특히 문자 교육은 유아기에 반드시 피해야 할 대표적인 조기교육 중 하나다. 한글은 결코 어려운 문자가 아니다. 너무 일찍 가르치면,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기도 전에 글자에 갇혀버린다.

핀란드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7세이며, 그 전까지는 문자보다 놀이, 관계 맺기, 표현 활동에 집중한다. 일본과 스웨덴도 유아기 문자 학습을 권장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아이에게 배움은 이미 내재되어 있고, 그것은 놀이 속에서 발현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생태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한글을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배우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어느 날 친구에게 "여기 '가'자가 있네!"라고 말하며 발견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바로 '배움의 탄생'이다.

최소 만 48개월 미만 아동에게는 학습지나 조기 한글교육을 포함한 사교육을 제한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지기를 희망한다. 유아기에는 아이가 마음껏 놀고, 실컷 흉내 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어른이 공간과 시간을 내어줘야 한다. 그게 바로 교육이다.

행복한 아이보다는 일등하는 아이를 만들기에 최선을 다 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백일몽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누군가 시작해야 한다면 나는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기관, 유아교육기관에서 시작하기를 제안한다. 교육은 한 사람을 키우며 사회와 지구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다.

▲ 아이들은 놀기위해 세상에 온다 2 우리 아이들의 네버랜드-매곡리 자연학교-에서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나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아이가 실컷 놀 수 있는 시간. 그 곁에 진짜 어른이 함께 있는 하루. 나는 그 하루를 30년째 반복해 왔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 그 아이는 결국 행복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행복한 아이를 낳고, 키울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의 행복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미래이자 과제다.

나는 행정이나 정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면, 가능하다. 부모와 교사 뿐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어린이 날을 앞두고 사랑과 안전이 보장된 기본적인 양육과 기관의 안정적인 교육과 돌봄, 강요된 배움이 없는 충분한 놀이가 보장된 그런 나라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제는 당신의 하루도 달라지기를 바란다.
오늘, 당신이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던지는 단 한마디부터.

"우리 아이, 오늘 잘 놀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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