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에게 아이 돌봄을 맡기는 나라가 있다고?

이순영 2025. 5. 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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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지능을 중시하는 경험중심교육과정을 추구하는 곳

[이순영 기자]

▲ 베이비 시팅 미국 10대 청소년들은 베이비 시팅을 하며 용돈을 마련한다.
ⓒ 이순영
미국 문화권에서 10대 중, 고등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용돈을 마련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물론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일을 한다는 것이 한국 정서상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마트나 커피점, 식당, 수영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짜 세상을 경험하고 독립심을 키워나가는 것은 공부를 넘어서는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까닭에 많은 입시생들이 대학 입시에 필요한 에세이에 이에 관한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 또한 18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고용 및 취업 허가, 나이 증명에 관해 학생과 고용주 학교의 허가를 한꺼번에 작성할 수 있는 서류를 항시 비치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두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분석적 지능을 중요히 여기는 지식 교육 과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다른 방향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길을 걷고 있다. 지능은 단편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환경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학교들은 대개 경험 중심 교육 과정을 채택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처럼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보면 미국이 추구하는 경험 중심의 교육 과정은 학력의 저하를 가져오는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나 교과서가 따로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까무러칠 법한 일이다. 그런데 경험 중심 교육 과정에서는 교재보다 학습 현장에서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론보다 실전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따라 사회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또한 차이가 난다. 한국이 각종 이론에 대해 박식하고 분석적 지능이 높은 똑똑한 사람을 인재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실천적 지능이 강한 사람을 인재로 여긴다. 따라서 10대들의 사회 참여를 권장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심지어 학교 행사 기획도 학생들이 나서서 한다. 학교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면 배역을 맡은 학생들은 물론 무대 디자인이며 의상 메이크업, 헤어 등 상연을 위한 모든 과정을 돕는 크루들이 웬만한 성인들이 만들어 내는 수준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너드(Nerd)라고 놀리는 경향이 있는데 준 사회인으로서의 경력을 만들어가면서도 학업을 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 베이비시터 프로그램 미국 로체스터에 있는 레크이에이션 센터 RARA(Rochester Avon Recreation Authority)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 시터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 이순영
한국 사회에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베이비 시터라는 점이다. 미국은 아이를 키우는 집의 경우 육아를 하는 동안에도 부부 동반 모임이라든지, 부부만의 시간을 즐기는 페런트 나잇(Parent Night) 등이 많기 때문에 이웃집 청소년들에게 베이비 시팅을 맡기는 것이 흔하다. 청소년 베이비 시터는 성인보다 저렴한 비용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좋고 동네 청소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책임감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요가 높다.
▲ 청소년 베이비시터 클래스 9세부터 13세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베이비 시터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 이순영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어 있는 미국 내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 시터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역 교육 단체 혹은 YMCA, 미국 적집자사에서는 베이비 시팅의 기본 이론은 물론 CPR(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베이비 시팅 수료증을 수여하며 베이비 시터로서의 역량을 인증해 준다. 이 수료증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있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돼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베이비 시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베이비 시터스 클럽 포스터 10대 여중생들이 베이비 시터스 클럽 창단하고 운영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로 10대들의 아이 돌봄 아르바이트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 넥플릭스
청소년 베이비 시팅에 관한 내용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로 인기리에 방영된 <베이비 시터스 클럽(Baby Sitters Club)>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다. 13세 여중생들이 베이비 시터 클럽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려내는 우정은 물론 사춘기 시절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 등을 현실적으로 담아 냈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용돈을 만드는 데만 쓰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베이비 시터스 클럽>의 원작은 1986년 앤 M. 마틴의 작품으로 1억 90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이자 미국 10대 여자 아이들에게 필독서라고 불리는 동명의 소설이다. 10대들의 아이 돌봄에 관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베이비 시터스 클럽>만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스승은 경험이다.' 미국 교육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사람은 교과서에서 배우고 이해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뭔가를 체험하고 깨닫는 데에서 많은 것들을 얻는다는 것을 뜻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된 입체적 시각으로 능력을 키워 나가는 성장 과정으로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의 교육도 시험성적 하나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전근대적 방식을 뛰어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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