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력의 류현진, 안 풀리는 광현종... 세월과 싸우는 3인방

이준목 2025. 5.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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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야구 대표하던 좌완 선발 3인방의 현재

[이준목 기자]

 4월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이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광현(SSG)-양현종(KIA)-류현진(한화). 21세기 한국야구를 대표하던 좌완 선발 3인방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맏형인 류현진이 예전같지 않은 구위 속에서도 토종투수의 자존심을 지키며 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광현과 양현종은 나란히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절감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으나 6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4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5패째를 당했다. 타선도 득점권 상황에서 병살타만 4번이 나오며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라있는 동안 단 한점도 뽑아주지 못했다. 김광현은 0-4로 뒤진 7회 교체됐고, SSG는 한 점을 만회하는 데 그치며 1-4로 패배했다.

김광현은 올시즌 8경기에 등판해 벌써 5패(1승)째를 당했다. 키움 김윤하(6패)에서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패배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3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7경기 연속으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평균 자책점은 5.30에서 4.54로 낮추며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최하위의 불명예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27위에 불과하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12승을 기록했으나 프로 입성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패전(10패)과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4.93)을 기록했다. 2024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평균자책점 '꼴찌'였다. 김광현의 KBO리그 데뷔 이후 커리어로우 시즌이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팀의 주장이자 리그 최고 연봉 선수(30억 원)라는 책임감을 안게 된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하며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시즌 첫 등판인 3월 23일 두산 베어스전(5.2이닝 2실점)에서 승리를 거둔 뒤 3월 29일 키움전(5이닝 2실점, 패), 4월 4일 KT 위즈전(5이닝 1실점)에 이어 4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전(6이닝 무실점)에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는 승운만 따르지 않았을 뿐 내용 면에서는 전성기 김광현으로 돌아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4경기서 김광현은 거짓말처럼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4월 16일 한화(5실점)-22일 KT(5실점)-27일 키움전(7실점)전에서 줄줄이 난타를 당했다. 3경기 평균자책점은 10.29(14이닝 16자책)에 이르렀다. 지난 LG전에서는 6이닝을 던지며 자책점은 하나도 없었지만, 3회 수비 실책 이후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한번에 4실점을 내주는 등 여전히 김광현 답지않은 모습이었다. 믿었던 에이스의 난조 속에 SSG는 현재 6위에 그치고 있다.

동갑내기 양현종은 더 심각하다. 올시즌 6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3패만 기록하고 있으며 자책점이 무려 6.75나 된다. 리그 전체 투수 중 피안타와 최다실점 모두 2위에 해당한다. 특히 피장타율이 .712나 된다는 것은 양현종의 구위가 더 이상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양현종의 최근 리그에서 마지막 승리 투수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3일 LG전 승리가 마지막이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최근 9경기에서 5패만 쌓았다. 공교롭게도 현재 179승을 기록중인 양현종은 단 1승만 추가하면 KBO 역대 2번째로 180승 고지를 밟을수 있었는데 하필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다.

양현종 역시 퀄리티스타트는 3월2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던 단 한 경기뿐이었다. 이후 4월 11일 광주 SSG전에서는 4.1이닝 동안 안타 7개와 볼넷 3개를 내주며 6실점으로 부진했고, 17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5.1이닝 3실점으로 약간 살아나는 듯 했으나, 25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다시 5이닝 6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디펜딩챔피언 KIA가 올시즌 7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는 것도, 꾸준함이 장점이던 양현종의 부진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평가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소속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일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로 오랫동안 활약해왔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통산 519경기에 등판해 2534.1이닝을 던지며 179승 121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2097개로 KBO리그 역대 1위에 등극했으며, 통산 소화 이닝과 다승 순위는 모두 송진우(3003이닝,210승)에 이어 2위다. 또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져 KBO리그 최초 기록을 써냈다.

김광현도 통산 394경기에서 2213⅓이닝을 소화하며 171승 102패 평균자책점 3.36을 작성했다. 탈삼진은 1916개로 양현종과 송진우에 이어 3위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로서도 오랫동안 활약해오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WBC 등 여러 무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두 선수 모두 세월의 흐름은 속일 수 없는 듯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광현종 듀오의 동반 부진 속에 이들보다 1살 위이자 동시대를 풍미했던 류현진의 고군분투는 더 돋보인다. 류현진은 올시즌 7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05, 피안타율 0.240에 WHIP 1.06, 퀄리티스타트 4회를 기록하며 건재를 증명하고 있다. 한화와 8년 170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했던 지난해 초반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피칭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출발이 훨씬 좋다.

류현진은 복귀 첫해인 2024시즌에도 초반 부진을 딛고 10승 8패, 자책점 3.87를 기록하며 한화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웠을 만큼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엄밀히 말해 류현진 역시 더 이상 과거처럼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던 전성기 시절과는 거리가 있지만, 대신 메이저리그 경험을 거치며 더욱 노련해진 제구력과 위기 관리 능력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LG전 7회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밀어내기 실점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끝내 문성주를 내야 땅볼로 처리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올해는 류현진이 3선발로 내려오며 에이스와 이닝이터로서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데다, 최근 소속팀 한화도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성적이 급상승하며 동료들의 타격과 수비 지원까지 받고 있다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그만큼 류현진이 에이스이자 리더 역할까지 맡으며 성적 압박이 큰 김광현과 양현종보다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물론 시즌은 아직 길다. 베테랑 선수들일수록 장기레이스에서 몸 상태와 팀 전력에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는 누구도 알수 없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속팀으로서는 로테이션 조정이나 2군행등 과감한 결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과 함께 한국야구를 호령했던 김광현과 양현종이 시즌 초반 부진을 벗고 언제쯤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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